‘히잡 의문사’ 보도한 여기자들…석방되자마자 “히잡 안썼다” 또 입건

이란 여기자 2명, 17개월만에 석방
당국 “SNS에 히잡 안쓴 모습 적발”
석방당시 사진 트집잡아 또 수사착수

14일(현지시간) 보석으로 풀려난 닐루파르 하메디(오른쪽), 엘라헤흐 모함마디.

이란 당국이 ‘히잡 의문사’ 사건을 최초 보도한 여성 기자들에 대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2022년 의문사 보도후 구속된 뒤 지난 14일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였다.

15일(현지시간) 이란 사법부의 미잔통신은 “두 명의 여성 용의자가 임시 석방된 이후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채 모습을 드러낸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확산했다”며 “검찰이 이 같은 범죄 혐의가 포착됨에 따라 새로운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은 기자 닐루파르 하메디와 엘라헤흐 모함마디 2명에 대해 2022년 9월 히잡의문사 사건 보도를 문제삼아 각각 징역 13년과 12년을 선고하고 구속한 바 있다.

지난 14일에는 구속 17개월만에 보석으로 이 둘을 석방했다.

보석금을 내고 구치소에서 나온 이들은 가족과 재회할 당시 히잡을 목에 걸치는 등 사실상 히잡을 쓰지 않았고 이 모습이 사진으로 촬영돼 소셜미디어에 퍼졌다.

2022년 9월 독일서 열린 ‘히잡 미착용 여성 의문사’ 진상조사 촉구 시위. 쿠르드계 여성인 마흐사 아미니는 가족과 수도 테헤란에 갔다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풍속 경찰에 끌려간 뒤 의식 불명에 빠졌고, 병원에 이송된 지 사흘만에 사망했다. [사진 출처=AP 연합뉴스]

이란에서는 재작년 이른바 ‘히잡 시위’가 시작된 후 최소 79명의 언론인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히잡의문사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순찰대에 체포된 여성이 경찰의 조사를 받던 중 쓰려져 숨진 사건이다. 이 사건과 보도 이후 이란 내에서는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일어났다.

당시 이란 당국은 이 시위를 서방 세력이 조장한 폭동으로 규정해 강경 진압했으며, 그 과정에서 최소 500명이 숨지고 2만여 명이 체포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