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인간’에 발목 잡혔던 SK E&S ‘호주 바로사 가스전’ 정상궤도
“문화유적 존재 주장의 증거·신빙성 부족”
무분별한 소송 제동…LNG 자급률 높일 듯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SK E&S가 참여하는 글로벌 탄소 포집·저장(CCS) 연계 저탄소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가 정상궤도에 오르게 됐다. 일부 환경단체 소송으로 지연됐던 호주 바로사 가스전 개발이 현지 법원의 공사 재개 판결로 재개되면서다.
향후 무분별한 소송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관측돼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K E&S의 이번 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 국내 LNG 자급률을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호주 연방법원은 15일(현지시간) 일부 원주민이 환경단체를 통해 제소한 바로사 가스전 수송관 환경인허가에 대한 수정·재신청을 기각하고 가스관 설치 공사 중단 가처분 효력을 해제했다.
앞서 호주 원주민과 환경단체는 지난해 10월 ‘개발업체가 제출한 환경인허가 계획에 악어인간, 무지개뱀과 같은 전설 속 무형의 해저 문화유적 존재 가능성에 대한 조사가 미비했다’며 가처분 및 인허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호주 법원은 문화유적 존재에 대한 이들의 주장에 증거와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판결 요지문에 따르면 법원은 ‘악어인간·무지개뱀 전설과 관련된 해저 문화유적이 존재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믿음으로 원주민의 일반적인 믿음이 될 만한 증거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원주민간 의견이 상이하므로 원주민 전체나 그들의 문화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고 유형 문화유산 가능성 주장은 무시할 만한 수준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법원의 이번 소송 기각으로 그간 바로사 가스전 공사의 발목을 잡았던 걸림돌은 모두 제거됐다. 앞서 바로사 가스전 시추 작업도 일부 원주민 등의 반발로 중단됐으나 지난달 호주 해안석유환경청으로부터 시추 재개 허가를 받았다.
인허가 기관의 승인 아래 진행된 가스전 사업이 원주민 반대로 막히면서 난색을 보여왔던 업계는 한시름놓게 됐다. 개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향후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판결이 호주 내에서는 급진적 환경단체가 소수 원주민을 이용해 자원개발 프로젝트 소송을 남발하는 데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향후 추가 소송 재개에 대한 우려도 한 풀 꺾였다는 분석이다.
실제 오스트레일리아 파이낸셜 리뷰 등 현지 주요 매체는 “일부 환경단체는 자원개발에 반대하기 위해 원주민 유산을 활용하는 소송 제기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가스 프로젝트 반대 세력은 이제 정교하게 조작된 원주민 문화유적 주장 뒤에 숨을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호주 정부도 가스전 사업 관련 규제 개선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자원 개발 규정의 허점을 파고든 환경단체의 잇단 소송으로 자원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기업의 피해가 이어지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매들린 킹 연방 자원부 장관은 최근 언론을 통해 “해상 가스 개발과 관련한 법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명확한 협의 규칙 등을 정비하겠다”고 발표했다.
SK E&S는 2012년부터 바로사 가스전 개발에 참여해 왔다. 바로사 가스전에서 뽑은 천연가스로 LNG를 생산하는 데 이때 나오는 탄소를 다윈 LNG터미널에서 포집해 바유운단 폐가스전에 저장함으로써 저탄소 LNG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 1조5000억원의 투자를 진행했으며 사업의 전체 공정율은 60%를 돌파한 상황이다. 2025년부터 상업생산에 돌입해 연 평균 130만t의 저탄소 LNG를 국내에 공급할 방침이다. 현재 자급률이 5%에 불과한 국내 LNG의 안정적인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CCS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
아울러 이번 판결과 관련해 양국 정부간 에너지자원 협력 체계도 촘촘하게 작동돼 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호주 기후변화에너지부 장관은 한국에서 만나 양국 에너지협력강화를 논의했고 10월에도 호주에서 열린 한-호 에너지협력위원회를 통해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또한 강경성 산업부 차관 등 국가 에너지 안보 담당자가 다양한 외교채널을 활용해 호주 자원부 등 관계 당국과 긴밀히 소통을 진행해 해외 자원 개발을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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