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도 아닌데 ‘1년 예산’을 짜야한다고?
쩐화위복은?
2030을 위한 한겨레만의 재테크 콘텐츠입니다. 믿을 수 있는 친절하고 재밌는 콘텐츠를 지향합니다.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돈을 아끼고, 모으고, 불리는 일이 수월하고 재밌어지도록 쓸모 있는 정보를 피부에 와닿게 전해드리겠습니다.
$다른 쩐화위복 기사보기 https://www.hani.co.kr/arti/SERIES/3115
또는 검색창에 ‘쩐화위복’을 쳐보세요.
<이번 편 3줄 요약>
• 예산은 월 단위가 아니라 1년 단위로 짜야 지키기 더 쉽다.
• 지출은 고정 지출과 변동 지출, 비정기 지출로 나뉜다.
• 변동 지출 정리를 잘 해야 돈 줄일 데가 보인다.
✔저축에도 계획이 필요해
안녕하세요. 한겨레에서 금융업계를 취재하는 기자 남지현입니다. ②재테크 기본 개념을 익혀보자에서는 ‘선 저축, 후 지출’ 대해 얘기해봤는데요, 이번에는 이 원칙을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려 합니다.
저도 저축을 늘려보려 한 적이 있어요. 매달 50만원씩 넣는 정기적금이었는데, 생활비에 쪼들려 결국 중도 해지하고 말았죠. 의지가 약했던 것만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계획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였죠. 계획 없이 돈을 쓰는데 저축을 꾸준히 할 수 있을리가요.
재테크 전문가들도 저축을 늘리고, 무엇보다 꾸준히 유지하려면 돈 관리에도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예산을 세우고 그 안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뜻이죠.
✔1년 단위 예산이라니…저 ‘P’인데요?
예산을 세울 때는 월 단위보다는 연 단위로 세우는 편이 좋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왜냐고요? 돈 쓸 일이 매달 일정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여름 휴가철에 쓰는 돈이나, 계절이 바뀔 때면 옷 사는 데 쓰는 돈을 생각해보세요. 매달 쓰지는 않지만 1년에 한두 번은 쓰고 말기 때문에 월 단위 예산만으로 대비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1년 단위로 발생하는 ‘비정기 지출’도 고려해 매달 얼마를 쓰고 저축할지 정해야 꾸준히 안정적으로 저축할 수 있다고 재테크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당장 내일 닥칠 일도 알 수 없는데 1년 짜리 계획이라니. 저 같은 ‘ENTP’는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계획 없이 돈을 써대다가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을테니 마음을 단단히 먹어봅니다. 여러분도 너무 걱정 마세요. 저처럼 계획과는 거리가 먼 ‘P형 인간’도 따라할 수 있게 최대한 단순하고 쉽게 예산 짜는 법을 정리해봤습니다.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
가장 먼저 내가 얼마나 벌고 쓰는지 알아야 합니다. 마침 아직 1월이니 타이밍이 좋습니다. 지난해 수입·지출 내역을 토대로 올해 예산을 함께 세워봐요.
이 링크에서 엑셀 파일을 다운 받아서 작업해보세요(‘파일’→‘다운로드’→‘엑셀’ 선택). 이 표를 채워가다보면 내 월급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될 거예요. 만약 포털에서 보고 계시다면 한겨레 누리집에서 ‘쩐화위복’을 검색한 뒤 ③예산을 짜야 하는 이유와 지출 분류하는 법 본문에서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통장을 스쳐가는 돈, 고정 지출
지출은 크게 고정 지출, 변동 지출, 비정기 지출로 나뉩니다. 고정 지출은 매달 일정 수준의 금액이 꼬박꼬박 나가는 것들입니다. 대출 이자라든가 보험료가 대표적이죠. 월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큽니다. 그런데도 월급 통장을 스쳐가는 고정 지출이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보통 은행 계좌에서 자동이체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아서죠.
월 소득에서 고정 지출을 뺀 돈이 실제 내가 쓸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고정 지출 확인은 내 재무 상태를 파악하는 첫 걸음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지난 달 은행 거래 내역을 확인하면 됩니다. 대출 이자, 보험료 등은 이렇게 확인 가능합니다.
통신비나 구독료는 신용카드·간편결제 등 다양한 수단으로 결제 가능하니 카드나 간편결제 이용 내역까지 살펴봐야 합니다.
직접 해보니 고정 지출 파악하는 데는 15분 정도 걸립니다. 제 경우 전세대출 이자 등 대출 상환금이 39만원, 각종 주거비 25만6천원, 휴대폰 통신비 6만9천원, 보험료 10만원7천원, 구독료 3만9천원 등 86만5천원이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고 있네요.
✔먹고 사는 데 쓰는 돈, 변동 지출
변동 지출은 말 그대로 매달 금액이 달라지는 지출입니다. 주로 먹고 마시고 이동하는 것처럼 생활을 하다보면 쓰게 되는 돈입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줄일 여지도 큽니다.
다만 정리하기 쉽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변동 지출은 여유가 있을 때 1시간 정도 시간을 내어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변동 지출은 대부분 신용·체크 카드를 이용하기에 카드 이용대금명세서를 보고 정리하면 되는데요. 대표성을 띠는 한 달치 지출 내역을 보면 됩니다. 2023년 1∼12월 중 카드 값이 중간 쯤 되는 달을 하나 고르되, 귀찮다면 4월이나 11월을 추천합니다. 송년회가 몰리는 12월, 휴가철인 7∼8월, 가족 모임이나 결혼식이 많은 5월과 명절이 있는 2·9·10월을 제외한 결과입니다.
변동 지출을 정리할 때는 내가 개인적으로 쓴 돈과 사회 생활을 하다보니 쓴 돈을 구분하면 좋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돈을 많이 쓰는지 파악해야 그에 맞게 절약 전략도 짤 수 있기 때문이죠. 같은 외식비라도 ‘혼밥’ 했거나 가족·연인과 먹었다면 개인 생활 쪽 외식비로, 친구·회사 동료와 함께 했다면 사회 생활 외식비로 분류하면 됩니다.
카드사 앱도 좋고 지출 내역을 자동으로 분류해주는 가계부 앱이나 토스 등 금융사 앱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단, 자동 분류가 틀리기도 하니 내역을 꼼꼼히 확인해보세요.
이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체크카드는 카드를 긁을 때마다 연결된 은행 계좌에서 바로 돈이 빠져나가지만 신용카드는 한 달치가 쌓였다가 결제일에 한꺼번에 빠져나가잖아요? 문제는 대금 결제일에 따라 이 ‘한 달’로 잡히는 기간이 다르다는 겁니다. 무작정 1일부터 말일까지 쓴 카드 값을 더하면 내가 그 달 낸 카드 값과 다를 겁니다.
가령 신한카드의 경우 결제일이 26일이면 이날 빠져나가는 돈은 전 달 12일부터 이번 달 11일까지 쓴 금액입니다. 1일부터 26일까지가 아니라요.
그러니 한 달치 변동 지출 내역을 정리할 때 체크카드는 1일부터 말일까지 쓴 돈을 입력하되, 신용카드는 내 결제일을 기준으로 이용기간에 쓴 금액만 입력해야 합니다. 신한카드 사용자라면 전 달 12일∼해당 달 11일 쓴 돈만 정리해야 카드 값이랑 일치한다는 얘기입니다.
저는 이 점을 생각 못했다가 변동 지출 구하는데 1시간 반이나 걸렸네요. 실수하지 않으면 30분은 줄어들 겁니다. 만약 간단하게 1일부터 말일까지 쓴 돈을 매달 내고 싶다면 이용기간이 1일∼말일인 결제일로 바꾸면 됩니다. 신한카드는 15일, 삼성 13일, 현대 12일, 국민 14일 등입니다. 카드사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꿀팁을 하나 더 알려드릴게요. 지출 내역을 보다보면 ‘케이시피’(KCP)나 ‘이니시스’ 같은 이름이 보일텐데, 이 회사들은 PG사라고 불리는 전자결제 지급대행사입니다. 쉽게 말해 온라인 쇼핑을 할 때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에서 결제를 도와주는 회사들이죠. 구글에 ‘KCP 지출 내역’식으로 검색하면 각 사 홈페이지에서 카드번호나 결제 승인번호를 입력하고 실제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 도무지 어디 쓴 건지 기억이 안 나는 건 휴대폰 달력 앱에 기록된 과거 일정을 참고해 기억을 떠올려보세요.
고생해서 확인해보니 제 변동 지출 합계는 214만원입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외식비, 그 중에서도 술 값(23만원)이네요. 하하…
자, 일단 여기까지 마쳤다면 큰 고비는 넘겼습니다. 이제는 내리막길이니 한숨 돌리세요.
분량 압박으로 ‘비정기 지출’부터는 다음 편에서 마저 다루겠습니다.
④회에서 이어집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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