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조원 상속, 12조원 세금"…삼성 오너가 지분 또 매각

이현주 기자 2024. 1. 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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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19조 삼성 주식 포함 26조 남겨
홍라희·이부진·이서현, 수차례 주담대·매각
재벌 상속세율 60%…OECD 국가 중 최고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삼성 오너가 세 모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최근 삼성 계열사 주식 2조7000억원 상당을 처분했다. 사진은 2015년 6월1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호암상 축하 만찬에 참석하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왼쪽부터),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삼성 오너일가 세 모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최근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을 2조원어치 이상 매각하며 삼성 일가가 납부하는 상속세 규모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상속세 때문에 이들 모녀가 삼성 계열사 주식을 처분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다만 삼성 회장으로 삼성 지배구조를 강화해야 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주식을 팔아 상속세를 마련한 적은 없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삼성전자 보통주 2982만9183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로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매각 지분은 홍 전 관장 0.32%(1932만4106주), 이 사장 0.04%(240만1223주), 이 이사장 1.14%(810만3854주) 등이다. 이에 따라 이들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각각 1.45·0.78·0.70%로 줄었다. 매각 가격은 1주당 7만2717원, 총 2조1691억원 규모다.

이 사장은 같은 날 삼성물산·삼성SDS·삼성생명의 지분도 시간 외 매매로 처분했다. 이 사장이 처분한 지분은 삼성물산 0.65%(120만5718주), 삼성SDS 1.95%(151만1584주), 삼성생명 1.16%(231만5552주)다.

이에 따라 세 모녀가 이번에 매각한 주식은 총 2조7000억원 규모다. 이는 지난해 10월 세 모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 계열사 지분 처분을 목적으로 하나은행과 유가증권 처분 신탁 계약을 맺은 물량이다.

이건희, 26조원 유산…상속세만 12조원 넘어

삼성 오너 일가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에게 물려 받은 유산에 대해 12조원 이상의 상속세액을 과세당국에 신고한 바 있다.

이 선대회장이 보유했던 주식은 삼성전자 주식 4.18%(약 15조5000억원) 외에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삼성 SDS 0.01% 등 19조원 상당으로 이에 대한 상속세액은 11조400억원 정도다. 이는 상속세 최소세율 50%에 대기업 최대 주주 할증률 20%를 더해 60% 세율을 적용한 금액이다.

여기에 서울 용산구 자택, 경기 용인 에버랜드 부지 등 부동산과 미술품 등을 더해 이 선대회장이 남긴 유산은 총 26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 유산에 대해 유족들이 납부할 상속세는 12조~13조원 규모라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측은 2021년 상속 문제를 정리하며 "전체 유산의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상속세 납부액이자 지난해 정부가 거둔 상속세액의 3~4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세금을 5년 동안 나눠 내는 연부연납 방식을 택했고, 여기에 이자금액을 붙여 5년간 나눠 내고 있다. 가장 많은 상속세를 내는 사람은 홍라희 전 관장으로 3조1000억원이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2조9000억원, 이부진 사장 2조6000억원, 이서현 이사장 2조4000억원 순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차례 6조원 이상을 납부했고, 올해부터 2026년까지 3차례 더 상속세를 내야 한다.

세 모녀는 그동안 주식담보대출,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왔다. 실제 지난해 기준 세 모녀의 주식담보 비중은 전년 20.2% 대비 40.4%로 2배 증가했다. 담보대출 금액도 1조8871억원에서 3조781억원으로 2조1910억원, 116.1% 늘었다.

단 이재용 회장은 주식담보대출이나 보유 주식매각 없이 배당금과 신용대출을 활용해 상속세를 내고 있다.

이 회장은 상속세 연부연납을 위해 2021년 9월30일자로 의결권 있는 삼성전자 주식 583만5463주(0.1%)와 삼성물산, 삼성SDS 주식을 납세담보로 서울서부지법에 공탁했으나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이나 매각은 한 건도 없었다.

상속세율, OECD 최고 수준…재계, "너무 과도하다"

경제계는 우리나라 상속세가 해외 주요국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며 꾸준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중은 OECD 회원국 중 프랑스, 벨기에와 함께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직계비속에 대한 기업승계 관련 상속세 최고세율(50%)은 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위이지만, 대주주 등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을 경우 평가액에 할증평가(20% 가산)를 적용해 과세한다. 이에 따르면 최대주주 주식 할증과세 적용시 최대 60%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상속세율 인하 및 과세체계 개편 문제를 꾸준히 개선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지금처럼 60%에 달하는 상속세율이 적용되는 기업의 경우 경영권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예컨대 기업 지분을 100% 보유한 창업 1세가 2세에게 기업을 승계하면 2세 지분은 40%만 남게 되고, 3세까지 승계하면 지분율은 16%로 줄어든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과거와 다르게 모든 세원이 투명한 시대에 50%를 웃도는 높은 상속세율을 유지하는 것은 기업 경영권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ovelypsych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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