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200명에 사슴 1000마리’ 사는 섬...애물단지 처분 해법 찾았다
사람이 무단으로 유기한 가축이 민간과 생태계에 피해를 끼칠 경우 정부가 이 가축들을 처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환경부가 유기된 가축들을 ‘법정 관리 대상 동물’로 지정하면, 지방자치단체가 가축들을 포획해 다른 곳으로 옮기는 등의 방법으로 처리하게 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전남 영광군 주민 593명과 영광군이 “안마도 등 섬 지역에 무단 유기된 사슴이 수백 마리로 급증하면서 섬 생태계는 물론 농작물과 조상 묘 등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제기한 집단 민원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에 무단 유기 가축 처리와 관련한 제도를 개선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농식품부와 환경부는 권익위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
주민 200여명이 사는 영광군 낙월면 안마도에는 원래 사슴이 없었으나, 1980년대에 일부 마을 주민들이 녹용을 채취할 생각으로 사슴 10여마리를 섬으로 들여와 방목했다. 그러나 녹용 수요가 줄어들면서 경제성이 없어지자 사슴을 야생에 유기해 버렸고, 사슴은 30여년 새 1000마리 가깝게 불어났다. 야생화된 사슴들은 농지를 파헤치고 숲에 있는 나무의 새순과 껍질까지 뜯어먹는 등 안마도 생태계를 교란하고, 민가에까지 침입해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일부 사슴은 바다를 헤엄쳐 인근 석만도까지 진출했다. 이런 사슴들의 소유권을 이제 와서 주장하는 사람도 없고, 원래 소유자를 찾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주민들이나 영광군은 그동안 안마도 사슴들에 대해 어떤 조치도 할 수 없었다. 현행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사슴은 ‘가축’에 속하는데, 이런 가축은 수렵 등으로 개체를 조절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사슴이 가축이므로 농식품부 소관 사항이라는 입장이었고, 농식품부는 환경부가 사슴을 야생생물법상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해 영광군이 사슴을 포획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권익위 조정 끝에, 환경부는 안마도 사슴들이 주민에게 피해를 주고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지에 대해 전문가 등과 함께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마도 사슴들을 야생생물법상 ‘유해야생동물’, ‘생태계교란생물’, ‘생태계위해우려생물’ 등의 법정 관리 대상 동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러면 지자체가 총기를 사용한 수렵 등으로 사슴 개체수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포획 및 섬 외부 반출 등의 조치도 가능해진다.
농식품부는 가축 소유자가 가축을 유기하는 것을 금지하고, 유기한 경우에는 처벌한다는 규정을 만들기로 했다. 이미 유기된 가축에 대해서는 원 소유자를 찾아서 책임지고 처분하도록 강제하기로 했다. 소유자를 찾지 못한 경우에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지자체가 가축전염병 감염 여부를 확인해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유기된 가축들이 인수 공통 전염병에 감염돼 있는 경우에는 살처분 등이 가능해진다.
김태규 권익위 고충처리 담당 부위원장은 “무단 유기 가축 처리 방안은 그간 관계 기관 간 입장 차이로 장기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는데, 이번 민원을 계기로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제도 개선을 하게 됐다”며, “권익위는 앞으로도 민생 현장을 찾아서 부처 간 또는 지자체 간 입장 차이로 인해 해결되지 않고 있는 사안들을 발굴해 중재하고 조정하는 등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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