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 상생금융에 신용사면까지… 생색은 정부가, 부담은 은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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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관(官) 주도의 상생금융 압박에 은행권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등 전 금융업권 협회와 농협중앙회 등 상호금융중앙회, 한국신용정보원 및 12개 신용정보회사는 전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모여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금융권 공동 협약을 체결했다.
은행 관계자는 "신용사면 발표가 임박해서 금융 당국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이지, 규모 등에 대해 논의를 거친 것은 아니다"라며 "관이 주도한 선심성 금융 정책의 리스크는 고스란히 금융사의 몫이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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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손실 부담은 우리가 져야”
“일회성 정책에 혼란, 예측가능성 높여야”
잇따른 관(官) 주도의 상생금융 압박에 은행권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187만명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2조원을 지원하기로 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290만명의 연체 이력을 삭제하는 ‘신용사면’을 시행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빚을 제때 갚지 못한 저신용자, 고위험 대출자 등의 신용등급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켜 대출을 내주고 카드를 발급하도록 한 것이 신용사면의 핵심인데, 금융사 입장에서는 부실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손실 부담은 금융사가 짊어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등 전 금융업권 협회와 농협중앙회 등 상호금융중앙회, 한국신용정보원 및 12개 신용정보회사는 전날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모여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금융권 공동 협약을 체결했다. 2021년 9월부터 2024년 1월까지 2000만원 이하 연체자 중 오는 5월 말까지 전액 상환한 이들에 대한 연체 기록을 삭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은행 등 금융사는 오는 3월부터 해당 차주(돈 빌린 사람)의 연체 기록을 공유·활용할 수 없게 된다. 일반적으로 금융권에선 대출이 3개월 이상 연체되면 신용정보원이 최장 1년간 연체기록을 보관하고, 금융기관과 신용평가사에 이를 공유해 최장 5년간 활용한다. 이 경우 빚을 갚게 돼도 대출 이용과 카드 사용 등 금융 거래에 제한이 생긴다.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 차주를 돕기 위해 금융권과 논의를 거쳐 신속하게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하지만, 금융사 내부에선 상호 합의로 진행된 내용이 아니라며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신용사면 발표가 임박해서 금융 당국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이지, 규모 등에 대해 논의를 거친 것은 아니다”라며 “관이 주도한 선심성 금융 정책의 리스크는 고스란히 금융사의 몫이 됐다”고 했다.
금융 당국은 신용사면에 따른 금융사의 손실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연체이력 삭제로 신용불량자를 거를 수 없게 되면 은행 등은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예상치 못한 부실이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이에 따른 손실은 금융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체 기록은 5년이면 무조건 지워진다”며 “이를 조금 앞당기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며 안이한 시각을 드러냈다.
신용사면에 앞서 진행된 은행권의 상생금융 지원 역시 정부와 정치권의 주도로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말 은행의 이자장사 행태를 ‘갑질’ ‘독과점’ ‘종노릇’에 빗대 강도 높게 비판하자 정치권은 ‘횡재세(초과이윤세)’를 언급하며 압박했고, 금융 당국이 은행권에 2조원 규모의 지원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 은행권이 각자 얼마씩을 분담할지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했다. ‘관치 금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 관계자는 “금융이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점에는 충분히 공감하나, 이 정도면 서민금융진흥원과 같은 공공기관의 역할을 은행에 부여하는 것 아니냐”며 “압박이 너무 노골적이다”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일방적 소통과 일회성 정책은 혼란만 야기한다고 지적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금융업은 규제 산업인 만큼 정부가 정책 방향을 잡고 금융사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맞지만, 지금과 같이 원하는 대로 끌고 가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도덕적, 사회적 책임을 언급하며 일회성 대안을 만들도록 할 것이 아니라 제도화를 통해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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