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갈아엎는 제주 월동무 밭…수급 조절 실패 악순환
[KBS 제주] [앵커]
수확철을 맞은 월동무가 생산비를 건지기 힘들 정도로 가격이 폭락해 농민들 속이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농가들은 고육지책으로 무밭을 갈아엎는 자율 감축에 나섰습니다.
임연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다 자란 월동무로 푸릇푸릇한 밭 위를 트랙터들이 휩쓸고 지나갑니다.
지난해 여름에 파종해 반년 동안 커온 월동무들이 산지 폐기되는 겁니다.
20년 넘게 농사를 지어온 농민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임현빈/월동무 재배농민 : "물류비도 비싸고 해서 매년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농사짓고 갈아엎는다는 게 말도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얼마나 속이 상하겠습니까?"]
수확 철을 앞둔 월동무 밭을 갈아엎기까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애써 키운 무도 보시는 것처럼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이렇게 농민들이 밭을 갈아엎는 건 생산비도 건지기 어려울 정도로 월동무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20㎏들이 한 상자 기준 제주 월동무 경락가는 지난달 만 원을 겨우 웃돌다가 지난 12일엔 7천9백 원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농가들이 추산한 손익분기점 11,550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제주도가 최근 드론으로 관측한 도내 월동무 재배 면적은 5천 91헥타르로 1년 전보다 6% 정도 줄었지만, 태풍 등 자연재해를 피해 작황이 좋아 과잉 생산까지 우려됩니다.
결국, 월동무 생산자 단체를 중심으로 한 140여 농가가 손실 보전 없이 출하량을 줄이는 자율 감축에 나섰습니다.
[강동만/제주월동무연합회장 : "우리가 많이 노력해서 (규모를) 줄였는데도 불구하고 소비가 안 되고 있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우리가 1차적으로 이렇게 자율 감축을 한번 해 봅니다."]
이번 주 자율 감축될 월동무만 181헥타르 면적에 48억 원 수준.
가격 안정화를 꾀할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지금의 가격 폭락과 산지 폐기 악순환은 계속 반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임연희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그래픽:서경환
임연희 기자 (yh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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