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H’ 활개에 몸살앓는 지구촌…그들 뒤엔 러시아가 [핫이슈]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2024. 1. 1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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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인들이 12일(현지시간) 예멘 사나에서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수천 명의 예멘 후티 반군 지지자들이 이날 사나에서 집회를 열어 미국-영국 합동 보복 공습에 항의했다. [신화통신 = 연합뉴스]
서방이 테러단체로 간주하는 하마스(Hamas), 헤즈볼라(Hezbollah), 후티(Houthi) 무장세력(반군), 일명 ‘3H가’ 지구촌을 전쟁 소용돌이에 빠트리고 있다. 3H는 모두 이란과 러시아 지지 속에 미국, 유럽 등 서방과 대치 국면을 넓히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가 두 개 진영으로 크게 갈라진 가운데 3H의 잇단 도발과 상대측 대응으로 분열이 가속화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양분되면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 대한 전지구적 협력 여지는 줄어들고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홍해에서 이스라엘 등 민간 선박들을 공격해온 예멘 후티 반군을 상대로 지난 11~12일 미국과 영국이 공습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예멘 내전을 줄곧 방치해온 미국은 처음으로 후티 반군을 때리는 강수를 뒀다. 3H가 이스라엘에 공동 대응하자 미국은 이스라엘 측이 상대적으로 신경쓰기 힘든 후티 반군 척결 업무를 분담해준 셈이다.

3H는 서방 입장에서는 테러집단이지만 그들도 나름 명분이 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태생부터 이스라엘에 무력으로 맞선다는 것이고, 후티 반군은 불순 기득권 세력을 타도해 시아파 통일국가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3H 모두 러시아나 그 이전 소련과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예멘의 경우 북예멘에는 왕정이, 남예멘은 영국이 통치했는데 1960년대 들어 소련이 이를 바꿔놓았다. 북예멘 내부의 공화주의자들이 소련 지원을 받아 왕조를 무너트리자 예멘아랍공화국이 들어섰다. 소련은 또 1967년 남예멘에서 영국을 몰아내고 공산 정권인 아랍인민민주공화국을 세웠다. 소련은 남북 예멘에서 두 공화국 탄생에 모두 관여한 것이다. 이들 정부는 1970~80년대 내전을 치러 1990년 5월 통일됐지만 이후 주도권 다툼 끝에 4년 뒤 다시 발생한 내전에서 북예멘이 승리했다. 하지만 수니파 주도의 북예멘 정부는 장기 집권으로 부패했고, 이에 시아파 후티가 반정부 무장세력으로 변모했다. 후티 측은 2015년 하디 정권을 축출하고 북예멘을 장악했다. 이후 남예멘으로 쫓겨간 하디 정부와 후티 세력 간에 내전이 계속 중이다. 북예멘(후티 반군+시아파+이란·시리아·러시아 지원)과 남예멘(하디 정권+수니파+사우디아라비아 지원+서방 관심)으로 나뉘어 예멘은 열강 간 대결의 단층선이 돼왔다.

헤즈볼라는 1982년 레바논이 이스라엘군 공격을 받아 쑥대밭이 된 뒤 무력보복을 내걸고 등장했다. 이듬해 배이루트(레바논 수도) 주재 미국 대사관과 해병대 막사 폭격으로 미국인 258명, 프랑스 군인 58명이 숨지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헤즈볼라는 처음엔 반(反)이스라엘 기조와 함께 미국과 소련 모두 이슬람의 주적이라며 제국주의 타도를 외쳤다. 시리아가 초기에 레바논 정부와 불편한 헤즈볼라를 공격하자 이를 막아달라며 베이루트 주재 소련 대사관 직원을 납치하기도 했다. 이에 소련 KGB는 헤즈볼라 수장에게 그의 친척 머리를 자른 사체를 보내 경고했다. 핵폭탄 사용을 겁박하기도 했다. 이에 헤즈볼라는 소련 외교관들을 풀어주고 몸을 숙였다. 이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선봉에서 러시아 지지와 협조를 얻으며 신뢰를 쌓았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는 2006년 1월 총선 승리로 합법적으로 정계에 등장했는데 그 전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로 악명높았다. 이스라엘 편인 미국과 유럽이 하마스를 상대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들을 받아준 것이 러시아였다. 2006년 총선 직후 하마스 최고지도자였던 칼리드 마샬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 만났다. 서방 측은 테러집단 수괴와의 회동에 반발했지만 푸틴은 보란듯이 하마스를 자기 편에 두었다. 지난해 이스라엘과 전쟁이 터지자 하마스 지도부는 모스크바를 찾아가 긴급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중동에는 이들 3H 말고도 독자적인 테러집단이 있다. 탈레반(아프가니스탄), 알카에다(사우디아라비아), 이슬람국가(IS, 시리아·이라크) 등이다. 몇년 전 복귀한 탈레반은 내정 수습에 바쁘고, 알카에다는 오사마 빈라덴 사살 이후 활동이 뜸하다. 다만 IS가 최근 이란에서 폭탄 테러를 감행하는 등 과거 악행을 재현하고 있다. IS는 3H나 알카에다와도 친한 사이가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 막강한 자금력으로 젊은이들을 선동하고, 무엇보다 섬뜩한 처형 방식으로 악명이 높다. IS까지 요즘 분란에 가세한다면 중동과 세계 정세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반면 IS가 미국과 유럽, 러시아, 이란, 튀르키예, 시리아 등 모두가 혐오하는 존재인 만큼 이들이 공동 대응에 나설 수 있다. 만일 IS가 활동을 본격 재개할 경우 지금의 대결 국면에 반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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