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북한전문가들 잇따라 '北핵전쟁' 경고…현실화 가능성은

이우탁 2024. 1. 1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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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2022년 핵무력 법제화 이어 지난해 헌법에까지 명시
대만사태 등 외부변수와 연결…국면악화 방지 외교력 절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미국의 저명한 북한 전문가들이 잇따라 북핵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서 새해부터 한반도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로버트 갈루치 전 美 국무부 북핵 특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1990년대 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의 협상 대표로 나선 갈루치 조지타운대 명예교수는 최근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에서 "2024년 동북아시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최소한 염두에는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핵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를 놓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의 독려로, 또는 독려가 없더라도 동북아시아에 있는 미국의 자산과 동맹에 핵 위협을 가해 중국을 지원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9일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중국의 대만 침공을 상정해 공개한 시뮬레이션 보고서에서는 주한미군의 4개 전투비행대대 중에 2개 대대가 차출돼 전투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북한도 중국을 지원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할 가능성이 포함돼있다.

대만해협 통과하는 미 군함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한미군이 대만 사태에 개입하고, 북한도 중국 지원에 나서는 상황을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연계된 전략적 상황이 특정한 곳의 무력충돌을 계기로 다른 곳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갈루치 교수의 경고 전에도 유사한 발언이 있었다.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해커 교수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반도 상황이 1950년 6월 초반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하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미국내에서 북한 문제를 오랜동안 연구해온 인물들이다. 그런 전문가들이 "김정은이 1950년에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전쟁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라는 섬뜩한 경고를 한 것이다.

미국내 전문가들이 잇따라 '핵전쟁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한 것은 북한의 핵전략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22년 9월 8일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기존의 '핵보유국법(2013)'을 대체하는 '핵무력정책법'을 제정했다.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재확인하고 핵무기 정책을 법제화한 것이 특징이었다. 또 한국을 향해 적극적이고 선제적이며 자의적 핵사용을 위협했다.

특히 핵무력 정책법에는 '핵무기 사용 5대 조건'이 명시돼있다.

핵무기 또는 대량살육무기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지도부·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비핵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를 우선 거론했다.

또 중요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유사시 전쟁 확대·장기화를 막고 전쟁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한 경우, 기타 국가의 존립·인민의 생명 안전에 파국적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해 핵무기로 대응할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도 해당된다.

한마디로 북한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핵무력을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이 내용을 헌법에 명시했다. 전세계 어느 나라도 최고규범이라 할 수 있는 헌법에 핵무기 사용에 관한 내용을 명시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포기 불가 및 핵능력 고도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시정연설하는 북한 김정은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를 열어 남북회담과 남북교류업무를 담당해온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ㆍ평정ㆍ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2024.1.16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날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참석해 영토 조항을 반영해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갈수록 공세적으로 나오는 북한의 행보에 비춰 당분간 대화와 협상보다는 '강대강' 대치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의 총선과 미국의 대선 결과를 지켜보면서 북한이 전략적 행보를 해나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핵 무력을 보유한 북한의 거칠어지는 행보와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안의 긴장 고조, 그리고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의 가열 등 한반도 주변 정세는 일촉즉발의 변수와 연결되는 국면이다. 확고한 확장억제의 강화와 국면 악화를 방지할 수 있는 외교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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