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역주행 '아노 1800'의 세 가지 인기 비결
지난 2019년 나온 유비소프트 '아노 1800'이 파격 세일 이후 스팀 차트 36단계 상승하며 역주행 돌풍을 일으켰다. 흥행의 배경에는 단지 가격 할인뿐 아니라 세 가지 비결이 숨어 있다.
시리즈 제목인 'ANNO'는 라틴어로 년(年)을 뜻한다. 각 타이틀별 어미로 붙는 년도에 걸맞는 시대상을 배경으로 구현한 도시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건축 양식을 비롯한 시대적 고증은 물론, 도시 주민들의 일상까지 세세하게 묘사했다.
1998년부터 현재까지 총 7편이 출시된 인기 시리즈이지만, 국내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게임이다. 디테일과 훌륭한 서사를 갖고 있음에도 정식 한국어 버전을 지원하지 않아 이를 온전히 즐길 수 없었다. 시리즈 최초 공식 한국어 지원이 되면서 국내 인지도가 올라갔다.
지난 2019년 4월 유비소프트가 돌연 스팀 판매를 중단한 뒤 에픽게임즈 스토어로 이전했다. 대다수 국내 콘솔 게이머들이 스팀을 이용하고 있는 만큼 접근성이 크게 떨어졌다. 그렇다 보니 유저들의 기억 속에서 아노 1800도 잊혀졌다.
2023년 초 다시 유비소프트 타이틀이 스팀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지난 8일부터 시작한 스팀 '자본주의 및 경제 게임 축제' 세일 이벤트에서 아노 1800이 75% 파격 세일을 내걸었다. 그 후 스팀 '최고 인기 게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주 대비 36단계나 상승한 순위다.
놀라운 상승세에는 파격적인 할인률의 기여도가 매우 높을 것이다. 기존 6만 5000원짜리 게임을 1만 6250원에 즐길 수 있으니 많은 게이머가 구매 버튼을 눌렀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단순히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은 아니다.
타이틀 구매 후에도 환불없이 게임을 꾸준히 즐기는 이유는 아노 1800이 재밌다는 의미다. 1만 6250원도 적지 않은 돈이다. 만약 게임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구매 2시간이 지나기 전에 분명 환불을 했을 것이다.
■ 19세기 산업혁명 시대극 뺨치는 고증
아노 시리즈의 힘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유비소프트 자회사인 블루바이트는 이 방면에서 꽤 일가견이 있는 개발사로 유명하다. 19세기 영국 산업혁명 시대를 배경으로 한 아노 1800 역시 개발사의 노하우가 잘 녹아있는 작품이다.
18세기 중엽부터 시작된 영국 산업혁명은 19세기 초 전성기를 맞이한다. 당시는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빅토리아 시대다. 현재 '빅토리아 양식'으로 불리며 예술 및 건축 양식으로도 꽃을 피웠는데, 이런 디테일이 게임 속에 잘 담겨있다.
빅토리아 시대의 건축 양식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건출물의 지붕이 기와, 혹은 철제로 장식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보다 아름다움과 섬세함을 강조했다. 건물 특유의 역동적인 미학을 부여한 것이다.
이와 대비되는 검은 연기를 내뿜는 공장, 빈부격차가 심했던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한 단촐한 건축물도 제대로 구현돼 있다. 또한, 당시 귀족과 자본가부터 노예, 노동자 계층의 일상까지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이런 높은 고증으로 보는 맛이 쏠쏠한 게임이다. 잘 꾸며놓은 도시와 주민들을 보고 있으면 하염없이 멍 때리며 감상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더욱이 플레이어가 직접 주민 시점으로 마을을 관찰할 수 있는 기능까지 제공하니 즐거움은 배가 된다.
■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교한 도시건설 시뮬레이션
훌륭한 고증이 있다고 한들, '플레이' 자체가 재미없었다면 36단계나 상승하는 차트 역주행은 힘들다. 아노 1800의 매력은 정교한 시뮬레이션에서 나온다. 누군가는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같은 장르 중 이만큼 정교한 게임도 없다.
게임 시작 시 주어진 허허벌판에 놓인 작은 항구 하나를 거대 도시로 성장시켜야 한다. 정교함은 다양하게 엮인 치밀한 게임 설계에서 나온다. 단순히 건축물을 세우는 것뿐만 아니라, 도시 주민들의 치안과 건강, 그리고 오락 등을 위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써야 한다.
특히,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며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농부, 공장 노동자, 학자 등 각 계층에 따라 원하는 노동과 물품이 다르고, 이를 최대한 들어주며 만족감을 높혀야 한다. 만족도를 무시한채 이익만을 우선하는 플레이도 가능한데, 이 경우 파업, 전쟁 등이 일어난다.
영향력이라는 시스템도 눈길을 끈다. 도시의 인구 증가나 투자가 유치 등으로 얻는 일종의 자원이다. 도시 확장, 건축물 종류의 증가 등 각종 인프라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추후 신문 등의 언론조작까지 가능해진다.
배와 물자를 보내 탐험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당시 희귀했던 후추 등의 자원을 얻을 수 있다. 탐험 도중엔 배의 파손, 토착 부족과의 조우, 선원의 건강 등 무작위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선택의 기로에 서서 어떤 것을 선택했냐에 따라 향후 결말이 달라진다.
■ 다양한 입맛을 충족하는 3가지 모드
대자본가 가문의 상속자인 주인공(플레이어)이 재산을 강탈한 삼촌에 맞서 자신만의 도시를 세우게 되는 캠페인 모드는 고퀄리티의 서사와 컷신으로 하나의 시대극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캠페인 모드가 아노 1800 매력의 전부는 아니다. 게임의 세계를 전반적으로 탐험하고, 다양한 도전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 샌드박스 모드, 아름답고 크리에이티브한 도시건설 콘텐츠에 집중한 창작 모드까지 지원한다.
아노 1800의 시대적 스토리를 즐기는 것보다 도전적인 과제나 예술적인 감각을 발휘한 창작 활동을 하고 싶은 유저까지 흡수하기 위함이다. 게이머들의 입맛도 각양각색인 만큼 유저가 원하는 콘텐츠의 취사선택은 아노 1800의 강점이다.
할인 시즌이 끝나도, 추후 다양한 이벤트로 재할인 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스팀 세일 기간을 놓쳤더라도, 도시건설 시뮬레이션 게임에 관심이 있다면 구매 후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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