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열풍 더 거세진다…위고비·젭바운드 이어 신약 6종 심사 대기

곽노필 기자 2024. 1. 1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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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테크놀로지리뷰’ 10대 혁신 기술
비만치료제·인공지능·비전프로 등 꼽혀
올해는 새로운 비만치료제에 대한 신약 승인이 잇따를 전망이다. 픽사베이

요즘 미국에선 덴마크 제약업체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열풍이 거세다. 전체 인구의 2%에 가까운 사람들이 처방을 받을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를 기반으로 한 위고비는 애초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식욕 억제를 통한 체중 감량 효과가 부각되면서 오히려 비만치료제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호르몬으로 포만감을 유발해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이 약물은 임상시험에서 약 16개월 동안 15% 체중 감량이라는 전례없는 효과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 미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일라이릴리의 티르제파타이드(제품명 젭바운드)는 임상시험에서 체중을 최대 21%까지 줄이는 더욱 유망한 결과를 보였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를 높이 평가해 비만치료제를 2023년 최고의 과학 성과로 꼽았다.

비만치료제 열풍은 올해 더욱 확산될 모양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행하는 기술매체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비만치료제를 2024년 10대 혁신 기술에 포함시켰다. 비만치료에 대한 기대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은 체중 감량 외에도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등 건강 개선 효과까지 확인되고 있는 것도 한몫을 한다.

‘리뷰’는 현재 수십여개 회사에서 약 70가지의 새로운 비만치료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6가지 약물이 보건당국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리뷰는 올해 안에 몇몇 회사가 추가로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에 진입해 당국에 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리뷰는 일라이릴리, 노바티스, 노보노디스크, 화이자, 바이킹 세라퓨틱스를 새로운 비만치료제 개발의 주역으로 꼽았다.

오픈에이아이가 일으킨 챗봇 열풍은 불과 1년여 사이에 거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챗지피티 등장 1년여만의 놀라운 변화

인공지능 분야에서 나올 혁신도 가장 주목할 만한 기술 흐름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리뷰는 “인공지능에 대한 인기가 기술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며 최근의 상황을 ‘모든 것에 인공지능’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시이에스(CES)에 등장한 가전, 자동차, 건강, 교육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인공지능 결합 제품들은 그 예고편을 보는 듯했다.

리뷰는 2022년 11월 생성형 인공지능에 기반한 오픈에이아이의 챗지피티(Chat GPT)가 등장한 이후 일상 속으로 챗봇이 급속히 침투하고 있는 사례를 들며, 실험용 시제품으로 나온 신기술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소비자한테 다가간 사례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리뷰는 “이제 수십억명이 인공지능을 마주하게 되었다“며 “분명한 것은 그 영향력을 가늠하기는커녕 이 모든 것을 이해하는 일조차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제 과학 학술지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네이처도 고도화한 인공지능을 2024년에 주목할 과학계 활동 9가지 중 첫번째로 꼽았다. 올해 오픈에아이가 지피티4에 이어 내놓을 지피티5, 구글이 챗지피티에 대응해 내놓은 제미나이의 후속 제품,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 알파폴드의 개량품 등이 올해 인공지능계의 최대 관심거리다. 리뷰는 구글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에이아이를 현재 진행 중인 인공지능 기술 혁신의 주역으로 꼽았다.

애플이 다음달 출시할 혼합현실 헤드셋 ‘비전프로’. 애플 제공

 비전프로, 스마트 안경의 실패 끝낼 수 있을까

구글 글래스를 비롯해 그동안 실패를 거듭했던 스마트 안경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며 애플이 내놓는 혼합현실 헤드셋 ‘비전프로’의 성공 여부도 관심거리다.

비전프로는 실제 눈 앞에 보이는 장면 위에 가상현실 등의 디지털 콘텐츠를 덧씌워주는 장치다. 애플은 비전프로에 공간 컴퓨팅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애플은 우선 미국에서 19일부터 선주문을 받아 다음달 2일부터 비전프로 헤드셋을 배송한다. 가격은 3499달러(462만원)다.

리뷰는 “성공 여부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비전프로의 오엘이디(OLED) 화면은 대부분의 가상현실 헤드셋 화면보다 해상도가 훨씬 높다”며 “이는 지금까지 우리가 본 것 중 가장 완전한 몰입형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고 밝혔다.

리뷰는 이밖에 △전통적인 실리콘 전지와 새로운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의 장점을 결합한 고효율 태양전지 △에너진 생산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지열발전 기술 △다양한 기능의 칩을 결합해 단일 칩의 한계를 뛰어넘는 칩렛 △지난해 말 영국과 미국에서 처음으로 승인받은 크리스퍼 유전자편집 치료제 △초당 연산 횟수가 100경번을 넘는 엑사급 슈퍼컴퓨터 경쟁의 본격화 △난방 뿐 아니라 냉방에도 유용한 히트펌프의 확산 △일론 머스크 개인 소유물이 된 엑스(옛 트위터)의 대안이 될 새로운 분산형 소셜 미디어를 꼽았다.

리뷰는 이와 함께 10대 혁신 기술에 들지 못한 11번째 혁신 기술 후보로 안전요원이 탑승하지 않는 무인 로보택시, 청정에너지를 열로 바꿔 저장하는 열 배터리,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배양육, 스페이스엑스가 개발 중인 재사용 가능 로켓 스타십을 꼽았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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