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제' 김가영이 말하는 "순한 맛" 하나카드의 정(情)
(MHN스포츠 고양, 권수연 기자) 극적인 경우의 수가 모두 터져서 포스트시즌(P.S)에 진출했다. '아빠팀' 하나카드는 이번에도 '딸팀' NH농협카드의 '불꽃효도맛(?)'을 톡톡히 봤다.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고양 킨텍스 PBA스타디움에서 '웰컴저축은행 PBA팀리그 2023-24' 5라운드 경기가 막을 내렸다. 이로써 올 시즌 PBA 정규리그가 모두 끝났다.
경기 결과 초유의 14연승 금자탑 기록과 함께 누적승점 87점을 쌓은 NH농협카드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P.S 티켓을 딴 팀은 총 다섯팀(NH농협카드, 크라운해태, 에스와이, 하나카드, SK렌터카)이다.
하나카드의 P.S 진출은 극적이었다. 하이원리조트에 승점 1점이 모자라 자력 우승은 실패했지만, 팽팽하게 우승을 다투던 크라운해태가 NH농협카드에 2-4로 밀리며 극적으로 P.S에 두 발을 걸쳤다.
이 활약의 중심에는 8경기 9승 5패(승률 64.3%)로 활약한 '여제' 김가영이 자리잡고 있었다.
MHN스포츠는 P.S티켓 대결이 한창 치열하던 최근 김가영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공교롭게도 당시 하나카드는 NH농협카드를 만나 한 세트 차로 석패한 후였다.
"집중이 잘 안 됐고 경기가 루즈했다"고 아쉬운 감정을 표한 김가영은 "초클루의 경기력이 빼어났는데 여자선수들의 경기력이 잘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고 되짚었다.
시즌 전반적으로 통틀어봤을때 하나카드의 우승은 대단히 예상 밖의 결과였다. 1~4라운드 내내 하나카드가 상위권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가영은 P.S 진출 제도의 변경에는 "딱히 제도적인 부분은 영향이 없지만, 팀 전력이 좀 바뀌면서 팀이 '순한 맛'이 됐다"고 운을 뗐다.
"여러가지 시도를 많이 했어요. 우리가 필리포스 선수가 빠졌잖아요? 대신 초클루 선수랑 사카이 선수가 왔어요. 어떻게 보면 '매운 맛'에서 '순한 맛' 팀이 된거에요. 팀워크를 맞추는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두 선수 모두 초반엔 적응을 못해서 자기 가량을 못 내다가 뒤로 갈수록 올라왔어요. 어떤 조합을 만들 것인지. (팀 내부) 내용이 좋아진다면 어떤 제도든 상관이 없죠"
하나카드는 23-24시즌이 시작하기 전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가 빠져나가고, 사카이 아야코(일본), 무라트 나지 초클루(튀르키예)를 받아 전력을 채웠다.
사카이는 올 시즌 LPBA에서 유일하게 우승을 두 번이나 일궈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일본인 선수로써는 최초다. 개인전에서는 기량이 절정에 달했지만 팀리그에서는 얼마간의 적응기가 필요했다.
김가영은 팀워크를 다지는 부분에 대해 "모든 부분을 함께 한다"는 말로 일축했다. 그 과정에서 '하나카드'만의 팀 이미지도 함께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다 같은 선수라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부분이 있어요. 제가 제일 까칠하고 우리 선수들은 다 융통성 있는 편이에요. 아, 사카이는 단점이 진짜 딱 하나 있네요. 매운 음식을 아예 진짜 못 드세요. 초클루는 버섯 알러지가 있고요. 응우옌(꾸억응우옌)은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인같은데, 청양고추 없으면 밥을 안 먹어요(웃음) 우린 술 마시는 사람이 없어요" 흡사 한 핏줄 가족을 소개하는 듯 상세하고 익숙한 'TMI'가 한동안 이어졌다.
호흡을 맞추는 요령이 있기에 서로의 말, 의중을 그야말로 찰떡같이 캐치한다. 언어가 좀 서툴어도 척하면 척이다.
남자선수들과의 소통을 묻는 말에 김가영은 "성향 차이인 것 같다"며 "시합때 뭔가를 배운다고 해서 바로 흡수가 되는 것도 아니다. 저같은 경우는 뭔갈 많이 배운다기보단 현장에서 빠른 적응에 대해 익힌다. 테이블은 남자 선수들이 경험이 많아서 파악 속도가 더 빠르다. 어느 초이스가 어떤 상황에서 더 유리한 물어보고 배우려고 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소통같은 경우는 전부 영어로 하는데, (신)정주는 처음에 영어를 아예 못했는데 지금은 좀 하는 편"이라며 "(김)병호 형님의 영어는 난 못 알아듣겠는데 외인 선수들은 찰떡같이 다 알아듣더라"며 웃음을 안겼다.
이틀 뒤 P.S에서도 활약해야 하는 김가영은 개인투어에서는 두 번의 정규리그와 '왕중왕전'인 월드챔피언십까지 앞두고 있다. 현재 개인투어 성적은 누적상금 2위(4천7백30만 원), 시즌 랭킹포인트 2위(4만2천300점)다. 전 시즌에 비해 하위 라운드에서 미끄러지는 일이 종종 발생했지만, 거의 매번 4~8강 안에 이름을 올린다. 우승 한 번보다 '스테디'가 어려운 PBA에서는 부동의 원탑이다.
그는 "포켓볼 시절에도 그랬지만 우승이 쉽지는 않다"며 "한번의 우승보다 두번이 어렵고, 그것보다 멀티가 훨씬 어렵다. 하지만 매번 꾸준히 해왔고, 그런걸 이루기 위해서 어떤걸 해야하는지 내 스스로가 잘 알고있다. 다만 아직 많이 부족한 편"이라며 미소지었다.
한편, '웰컴저축은행 PBA팀리그 2023-24' 포스트시즌은 오는 18일부터 28일까지 펼쳐진다. 첫 날인 18일 오후 9시 30분부터 에스와이-하나카드의 준플레이오프(P.O)대결로 일정이 시작된다.
준P.O는 3전2선승제로 열리며 준P.O승자-NH농협카드(A조) SK렌터카-크라운해태(B조)가 붙는 P.O부터는 5전3선승제로 열린다. 각조 P.O승자끼리 붙는 파이널(최종전) 라운드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에 걸쳐 열리며 7전4선승제로 치러진다.
만일 P.O가 조기종료되면 파이널 라운드는 시작일이 앞당겨진다.
사진= MHN스포츠 DB, P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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