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성추행' 판결에도 '독설'…트럼프 속내는?

남승모 기자 2024. 1. 1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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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수사와 재판 등 모든 과정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성추행으로 일부 유죄 평결까지 났는데도 트럼프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가는 이유는 뭘까요? 레베카 로이피 뉴욕대 로스쿨 교수는 트럼프가 재판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법정 싸움에서 승리하려는 전략이 아닌 대중을 상대로 하는 홍보 전략을 세운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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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수사와 재판 등 모든 과정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뉴스에 회자되는 일마다 상식을 뛰어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는 자신을 둘러싼 성범죄 사건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트럼프는 지난 1996년 뉴욕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패션 칼럼니스트 진 캐럴(80세)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이후 그녀가 이를 폭로하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5월 500만 달러, 우리 돈 65억 원 배상 명령을 받았습니다. 캐럴이 주장한 성폭행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인정되지 않았지만 그의 성범죄 사실은 일부나마 확인된 셈입니다.

트럼프, 성추행 판결 후에도 피해자 향해 '막말'

E. 진 캐럴(좌측)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하지만 트럼프는 패소 이후에도 캐럴에 대한 비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방송 인터뷰에서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하는가 하면 성폭행 주장은 모두 거짓이고 꾸며낸 이야기라고 일축했습니다. 이에 대해 캐럴은 트럼프 발언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1천만 달러 우리 돈 약 130억 원의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추가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2차 피소 후에도 트럼프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캐럴 측은 트럼프가 법정 증언을 피해자에 대한 공격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며 발언 제한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측은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원고 측의 발언 제한 요청은 "전례가 없다"며 "재판 당사자가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발언해야 하는 제3세계 국가의 엉터리 법원이 아니지 않느냐"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트럼프가 법원에 출석해 증언할 경우,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발언하겠다는 것으로, 어찌 보면 변론을 위해 당연한 요구인 것처럼 보이지만 성범죄 피해자를 상대로 막말을 쏟아내고 있는 트럼프에게 이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법원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는 공화당 첫 경선을 앞둔 지난 6일 아이오와 주에서도 캐럴에 대한 성추행은 꾸며낸 이야기라고 주장한 데 이어 12일에는 자신의 SNS에 재판장인 루이스 캐플런 판사를 향해 "트럼프를 싫어하는 미친 인물"이라고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트럼프가 노리는 건?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

성추행으로 일부 유죄 평결까지 났는데도 트럼프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가는 이유는 뭘까요? 레베카 로이피 뉴욕대 로스쿨 교수는 트럼프가 재판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법정 싸움에서 승리하려는 전략이 아닌 대중을 상대로 하는 홍보 전략을 세운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어차피 법적으로는 이기기 어려워 보이는 만큼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무대로 법정을 활용하겠다는 역발상을 택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앞서 트럼프는 현지시간 9일 대선결과 뒤집기 혐의로 기소된 연방 항소 법원에 나와 면책 특권을 주장하는가 하면, 정치 탄압과 부정 선거 의혹 등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당시 구두 변론은 출석 의무가 없었지만 트럼프가 직접 나와 사실상 대선 선거 운동을 벌인 겁니다.

문제는 트럼프의 이런 행동이 지지자들을 실망시키기보다 오히려 그들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상식적으로 납득 가지 않는 트럼프의 행동이 지지층에게는 바이든 정부와 진보 세력에게 탄압당하는 보수 지도자를 강화시켜주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정치 양극화가 불러온 극단적 모습인 셈입니다. 총선을 몇 달 앞둔 우리나라는 과연 이런 모습에서 얼마나 자유로운 걸까요?

(사진=AP, 연합뉴스, 게티이미지코리아)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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