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뜨거웠던 2023년…한반도도 지구도 ‘역대급 더위’
우리 해역 해수면 온도 최근 10년 중 2위
연 강수량 역대 3위, 12월 월 강수량 1위
태풍 ‘카눈’은 역대 처음으로 남북 관통해
전 지구가 산업화 이래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된 2023년, 우리나라의 연 평균기온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우리나라 해역 해수면 온도도 최근 10년 중 두번째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 강수량은 역대 3위로 집계됐다.
기상청은 16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3년 연 기후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내용을 살펴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 평균기온은 13.7도로 나타났다. 평년(12.5±0.2도)보다 1.2도 높아, 기상 관측망이 전국으로 확대된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전까지 1위였던 2016년(13.4도)보다 0.3도 높은 수준이다.
눈에 띄는 건, 2023년뿐만 아니라 최근 5년 연 평균기온이 역대 상위 10위 안에 전부 들어갔다는 점이다. 13.3도를 기록한 2021년과 2019년은 근소한 차이로 3, 4위에 올랐으며, 2020년(13도)은 7위, 2022년(12.9도)은 10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연 평균기온이 지난해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세계적 흐름과도 일치한다. 앞서 유럽 중기예보센터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지난 9일(현지시각) 지난해 전 지구 평균기온이 14.98도로 산업화 이후 가장 높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은 지난해 12개월 중 9개월 동안 평년보다 기온이 높았다. 특히 3월과 9월은 평년보다 각각 3.3도, 2.1도 높아 월 평균기온 1위를 기록하며 기온 상승을 이끌었다. 6월과 8월도 평년보다 각각 0.9도, 1.3도 높아 역대 4위와 6위로 분석됐다. 북태평양을 비롯한 우리나라 주변의 고기압 영향으로 남풍계열의 따뜻한 바람이 자주 불어 기온이 높은 날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겨울철을 중심으로는 기온 변동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1월은 기온 변동 폭이 4.3도로 역대 5위, 11월은 5.9도로 2위, 12월은 5.9도로 1위를 기록했다. 이 시기에 기온 변동 폭이 컸던 까닭은 따뜻한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받은 후, 북동아시아에 남북 흐름이 강화돼 북극 주변의 매우 찬 공기가 북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됐기 때문이다.
기온이 상승하며 우리나라 해역의 해수면 온도도 높아졌다. 지난해 해수면 온도는 17.5도로 최근 10년(2014∼2023년) 사이 두번째로 높았던 것으로 관측됐다. 최근 10년 평균(17.1도)보다 0.4도 높은 수치다. 특히 9월은 우리나라 주변에서 폭넓게 자리한 고기압의 영향을 자주 받아 월 평균 해수면 온도가 25.5도를 기록했다. 다른 달에 견줘 10년 대비 편차가 1.7도로 가장 컸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대기 중 습도가 높아져 태풍, 폭우 등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지난해는 또 비가 많이 온 해로 조사되기도 했다. 전국의 연 강수량은 1746㎜로 평년(1193.2㎜∼1444㎜)대비 약 1.3배를 기록했다. 2003년(1882.8㎜), 1998년(1776㎜)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많았다. 평년보다 강수량이 많았던 달이 여섯달이나 된다. 특히 12월(102.8㎜), 7월(506.4㎜), 5월(191.3㎜) 강수량은 평년 대비 3.8배, 1.7배, 1.8배를 기록하며, 월 평균 강수량 역대 1~3위로 조사됐다.
5월과 12월에는 중국 남부지방에서 많은 수증기를 동반한 저기압의 영향을 받아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7월 강수량상승은 6월26일부터 7월26일까지 이어진 장마철에 많은 비가 내린 데 따른 것이었다. 지난해 장마철 전국에 내린 강수량(660.2㎜)은 역대 3번째로 많았다. 남부지방은 712㎜로 역대 1위, 중부지방은 594.1㎜로 역대 6위를 기록했다.
태풍의 영향은 적었으나 이동 경로가 특이했다. 2023년 북서 태평양 해상에서 총 17개(평년 25.1개 발생)의 태풍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제6호 태풍 ‘카눈’ 하나만 우리나라에 영향(평년 3.4개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카눈은 관측 이래 한반도를 남북으로 관통한 최초의 태풍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연간 황사일수는 평년(6.6일)보다 5.2일 더 많은 11.8일을 기록했다. 1973년 이후 다섯번째로 많이 발생한 것이다. 3∼5월 봄철에 중국 북동부 지방의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고 기온이 높았던 가운데, 이 지역에서 발생한 모래 먼지가 북풍계열의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돼 황사가 잦은 것으로 분석됐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2023년 전 지구는 산업화 이후 가장 뜨거웠던 해로 기록됐고, 전 세계 곳곳에서 고온과 폭우 등 기상이변이 발생했던 해였다”며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기후변화 추세 속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위험기상으로 인해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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