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접수" 중국 전기차 굴기에…'정면승부' 한국 반격 카드는

부다페스트(헝가리)=최경민 기자, 노쇼비체(체코)=강주헌 기자, 김도현 기자 2024. 1.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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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韓中 전기차·배터리 대전 (上)
[편집자주] 중국의 전기차와 배터리가 '싸구려'를 벗어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은 물론이고 브랜드 가치까지 갖춘다. K-밸류체인의 코앞에 대규모 투자를 할 정도로 과감하기까지 하다. 대한민국 기업들도 헤게모니를 넘겨주지 않으려 분투중이다.

K-밸류체인 코앞에 中 전기차·배터리 공장…피할 수 없는 승부
-턱밑까지 쫓아온 中 전기차


지난달 찾은 '유럽의 전기차·배터리 공장' 헝가리에는 중국의 전기차 기업 BYD가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카데리약 피터 헝가리배터리협회 회장은 "BYD 공장 건설이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후 BYD는 지난달 22일 "헝가리 세게드에 첫 승용차 공장을 지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최초로 유럽 전기차 생산라인 구축을 공식화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는 이미 현실적인 위협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중국의 유럽 내 전기차 판매는 17만4720대로 현대차와 기아(11만6817대)를 압도했다. 유럽에서 한국과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역전된 것이다.

이창기 현대차 체코법인장은 "지금 유럽 시장에 중국 전기차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굉장히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유럽계 완성차 기업들도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상당한 저가로 판매가 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부문도 마찬가지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의 CATL(점유율 37.4%)과 BYD는(15.7%)이 압도적 강자다. 중국 내수를 제외한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27.7%), SK온(10.8%), 삼성SDI(9.9%) 등 한국 3사가 아직까진 강세다. 하지만 CATL(27.7%)은 고성장을 반복한 끝에 LG에너지솔루션을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BYD(1.9%)는 아직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성장률이 449%에 달한다.

현대자동차 체코공장에서 생산되는 코나 일렉트릭.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중국 배터리기업들은 무엇보다 유럽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인다. CATL은 헝가리에 10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대규모 생산공장 설립을 공식화했다. 유럽 내 역대 최대규모의 배터리 관련 투자로 관심을 끌고 있다.이브파워 역시 헝가리에 28GWh 규모의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선워다도 초기 투자를 할 예정이다. 폴란드의 LG에너지솔루션, 헝가리의 삼성SDI과 SK온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저가를 앞세운 중국 기업에 맞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카드로는 '소재→배터리→완성차'로 이어지는 K-밸류체인과 앞선 기술력이 손꼽힌다.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은 북미와 유럽 현지에 조기 진출해 공고한 밸류체인을 구축 중이다. 반면 중국 기업들의 경우 미국과 유럽 정부의 견제를 받고 있다. 삼원계(NCM·NCA)에서의 절대적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이 경쟁력을 가진 리튬인산철(LFP) 등 저가 제품에서 차별화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면, 승산은 한국 기업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데리약 회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국과 중국 기업이 서로 경쟁을 해 나가는 게 굉장히 바람직한 상황"이라면서도 "각자 다른 카테고리의 시장을 겨냥해서 거기에 맞는 전략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카데리약 피터(Kaderjak Peter) 헝가리배터리협회(HUBA) 회장/사진=최경민 기자

유럽 넘보는 중국 전기차…동유럽 최전선에 'K-밸류체인'
-대한민국의 힘 'K-밸류체인'


소재→배터리→전기차로 이어지는 이른바 'K-밸류체인'은 한국 기업들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격화되고 있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란 평가다.

유럽에서는 이미 K-밸류체인이 동유럽을 중심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체코에, 기아는 슬로바키아에 공장을 두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에, 삼성SDI와 SK온이 헝가리에 둥지를 틀었다. 배터리 3사는 최근 일제히 동유럽 공장 증설에 들어가 현재 약 130GWh(기가와트시)에서 240GWh로 몸집을 불릴 예정이다.

소재사들 중에서는 솔루스첨단소재가 헝가리에 전지박 생산라인을 갖췄다. LG화학은 분리막 공장을 일본 도레이와 합작해 운영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2025년부터 헝가리에서 양극재 공장을 가동하는 게 목표다. 폴란드에는 SKIET가 분리막 공장을 확보하고 있다. SK넥실리스 역시 올해 완공을 목표로 폴란드에 동박 공장을 짓는 중이다.

북미에서는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보조금이라는 당근이 투자를 더욱 촉진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앨라배마와 조지아를 거점으로 하고 있다. 올해 조지아주에 연 30만대 전기차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완공한다. 배터리 3사는 총 57조원 이상을 투자해 북미에서만 600GWh에 육박하는 생산라인을 갖춘다는 계획을 세웠다. LG화학은 테네시에, 포스코퓨처엠은 퀘벡에 대규모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업계는'K-밸류체인'의 시너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해외 기업과 협업도 중요하지만, '믿을 수 있는' 품질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 간의 동맹이 현지 시장 공략의 가장 큰 기반이 될 것이란 뜻이다. 예컨대 솔루스첨단소재가 헝가리 공장에서 만든 전지박은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과 SK온 헝가리 공장에 납품된다. 이 두 곳은 현대차 체코공장의 고객사다. 삼성SDI 헝가리 공장의 경우 2025년부터 현지에서 에코프로비엠의 양극재를 공급받고, 2026년부터 현대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SK온 헝가리 이반차 공장의 모습 /사진=최경민


생산 현지화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제품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뿐더러 물류비도 아낄 수 있다. 강상원 현대모비스 체코법인장은 "90% 이상은 동유럽에 동반 진출한 한국 업체의 부품을 쓰는 현지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곽근만 솔루스첨단소재 유럽통합법인장은 "배로 1~2개월을 가져오다 보면 품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헝가리 공장을 통해 주요 고객사에 하루 이내에 공급할 수 있다는 게 제일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전기차·배터리 시장을 놓고 다퉈야 하는 중국에 확실하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중국 기업들의 경우 아직 해외에 본격적인 밸류체인을 갖추진 못 하고 있다. 자국 시장이 포화상태를 보이며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으나, 미국·유럽의 견제를 받는 실정이다.

미국의 IRA나 유럽의 CRMA(핵심원자재법)부터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중국 지분율 25% 이상 보유 기업을 해외우려단체(FEOC)로 적용함에 따라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차종이 작년 43개에서 올해 19개로 줄기도 했다. IRA를 우회하기 위해 CATL과 같은 기업은 공장 지분확보 대신 '기술 로열티'를 받는 꼼수를 동원할 정도다.

K-밸류체인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면서도, 중국을 향한 경쟁과 협력을 적절히 섞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중국이 리튬, 코발트, 흑연 등 전기차 배터리 주요 원료의 생산국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중국을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완전히 제외할 순 없다"며 "중국에서 이득을 취할 건 취하면서, 현지 진출 국내 기업 간 윈-윈 구조를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솔루스첨단소재 헝가리법인(VESH)의 모습 /사진=최경민


부다페스트(헝가리)=최경민 기자 brown@mt.co.kr 노쇼비체(체코)=강주헌 기자 zoo@mt.co.kr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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