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인에 금욕주의 요구"…'이선균 사건' 꼬집은 외신

홍민성 2024. 1. 1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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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故) 이선균의 극단적 선택 사건을 조명한 프랑스 유력 신문은 대한민국에 "공적인 것은 모두 사회 도그마(독단적 신념·교리·학설 등)에 부합해야 한다는, 일종의 청교도주의(금욕주의)가 존재한다"고 봤다.

리베라시옹은 한국 사회에서 이선균 사건과 같은 일이 오랫동안 누적돼 왔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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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력 일간 리베라시옹
"한국 사회와 유명인의 관계 의문"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유명을 달리한 배우 이선균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배우 고(故) 이선균의 극단적 선택 사건을 조명한 프랑스 유력 신문은 대한민국에 "공적인 것은 모두 사회 도그마(독단적 신념·교리·학설 등)에 부합해야 한다는, 일종의 청교도주의(금욕주의)가 존재한다"고 봤다. 공인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한국 사회를 꼬집은 것이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14일(현지시간) '이선균의 죽음 이후, 한국 영화계가 언론과 경찰의 압박을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이렇게 지적했다.

신문은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 그가 억울함을 호소했고 마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음에도 경찰 조사 때마다 언론의 집중적인 취재 대상이 된 점 등을 거론했다.

이어 신문은 "이선균의 죽음을 계기로 기생충 봉준호 감독 등 영화계 주요 인사들이 고인의 이름으로 예술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면서 "이 죽음은 많은 이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전했다.

리베라시옹은 한국 사회에서 이선균 사건과 같은 일이 오랫동안 누적돼 왔다고 봤다. 신문은 지난해 K-팝 스타 문빈과 가수 해수, 2020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보다 11년 앞선 해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전하면서 "이런 축적은 한국 사회와 유명인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했다.

홍상수 감독, 배우 김민희. / 사진=베를린영화제 SNS 캡처


이선균을 비롯해 많은 영화인의 커리어가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성' 때문에 망가졌다는 취지의 분석도 내놨다. 신문은 대표적인 예로 배우 김민희를 들면서 김민희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가, 유부남인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이 터지면서 수백만 달러의 손해를 입었고 이후론 홍 감독 영화에서만 연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에서 프랑스 영화사 등을 가르치는 앙투안 코폴라 교수는 리베라시옹에 "프랑스인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한국에서) 공인은 오래전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가 공인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이선균은 지난해 10월부터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고의 투약 혐의를 부인해온 이선균은 간이 시약 검사를 비롯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런 이선균이 숨진 채 발견되자 대중 사이에서는 경찰의 과도한 수사와 수사 정보 유출, 언론의 사생활 폭로식 보도 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문화예술인연대회의(가칭)가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고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 행사에서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이 배우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숨진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강은구 기자


지난 12일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등 영화계 종사자 2000여명과 문화예술단체들은 이날 오전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 수사 과정에서 경찰 출석 정보, 사생활 녹음 파일 등 이선균에 관한 전방위적인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규탄하면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봉준호 감독은 "고인의 수사에 관한 정보가 최초 유출된 때부터 극단적 선택이 있기까지 2개월여 동안 경찰의 보안에 한치의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가수 윤종신은 "이슈화에만 급급한 황색언론, 이른바 '사이버 렉카'의 병폐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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