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이끄는 반도체…'메가 클러스터'로 초격차 경쟁력 강화

유영규 기자 2024. 1. 1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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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15일) '세계 최대·최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지원 방안을 발표한 것은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라고 하고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라 우리 생사가 걸려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방안이 발표된 민생 토론회의 명칭을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이라고 한 것도 반도체 산업 육성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담겼습니다.

오는 2047년까지 경기 남부 일대에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들어섭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민간 기업이 622조 원을 투입하고, 정부는 총력 지원에 나섭니다.

정부는 이번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건설로 650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350만 개에 가까운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그동안 한국 경제의 주엔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2023년 기준 986억 달러로, 전체 수출 6천327억 달러의 15.6%를 차지했습니다.

지난 2022년 기준 한국은 세계 6위 수출 대국인데, 반도체 수출이 없으면 그 순위는 13위로 내려가며 무역수지 흑자 달성도 불가능했습니다.

1980∼2023년 반도체 수출 누적액은 1조 5천788억 달러로, 현재 한국 대외금융자산 총액의 73%에 해당합니다.

반도체 수출로 유입된 외화가 한국의 대외안전성 개선과 원화 가치 안정 등에 기여하는 셈입니다.

또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조 7천92억 달러의 3.9%인 662억 달러가 반도체 생산으로 유발된 부가가치입니다.

산업 성장 과정에서 파급된 기술 혁신의 가속 등을 고려하면 실제 반도체 산업의 경제적 영향은 더 클 것으로 업계에서는 봅니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큽니다.

지난해 반도체 산업 직접 취업자는 12만 명이며, 관련 직종 취업자까지 포함하면 일자리 27만 개를 창출했습니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유관 산업의 일자리로 연결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연간 100조 원 규모 투자 시 건설·토목 등 유관 산업에서도 54만 개 일자리가 증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지정학적 위협이 커진 상황에서 첨단 반도체는 경제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꼽힙니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찾았을 때 첫 방문지로 택한 곳은 반도체 공장이었습니다.

한미 양국이 경제안보 동맹, 첨단산업 동맹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도 반도체가 자리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일본, 인도 등은 반도체 강국 한국과의 관계 형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반도체 역량이 '안보'와도 연관된 만큼 반도체 성공 신화를 써온 한국과의 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거 냉전시대에는 각종 첨단무기에 활용되는 반도체 역량이 미국과 소련 간 패권 경쟁의 주요 변수로 꼽혔고, 현재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서도 반도체가 그 중심에 자리합니다.

이 때문에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은 반도체 제조시설의 국내 자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법을 통해 반도체 산업 가치사슬 전체를 자국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일본은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해 자국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도모하는 중입니다.

또 반도체는 스마트폰, PC, 자동차, 데이터센터, 전기차·자율주행, 혼합현실(MR)·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도 불립니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 공급망 유치 노력을 강화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에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한국 투자도 활발합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으로,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유일하게 생산해 '슈퍼 을'로 불리는 ASML, 미국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 장비 및 서비스 공급 기업인 램리서치 등은 잇따라 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와 제조 거점 설립에 나섰습니다.

또 도쿄오카공업, 신에쓰화학, 듀폰 등 반도체 제조에 투입되는 다양한 소재 업체들의 한국 투자도 늘고 있습니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면 산업 생태계 구축이 더욱 수월해집니다.

전후방 산업이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모이면 인프라 중복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고 인재 유치 측면에서도 유리해서입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미국, 타이완, 중국 등에서는 이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반도체 생태계가 하나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반도체 공장(팹)이 애리조나·뉴욕·텍사스 3개 주를 중심으로 밀집해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2개 이상의 첨단 반도체 제조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타이완은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가 있는 신주 과학공업단지, 중국은 서부 지역 과학기술 기지인 시안 가오신개발구가 각각 반도체 산업의 중심입니다.

각국 정부는 클러스터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면서 반도체 산업을 활발하게 지원하고 투자를 유치해왔습니다.

이에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도 이번 메가 클러스터 구축을 계기로 반도체 시설 및 R&D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부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포함한 최첨단 메모리와 2나노미터(㎚) 이하 공정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세계 최고 수준 반도체 생산 기지가 조성되도록 민간 투자를 집중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메가 클러스터 구축은 반도체 업계에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지금 각국에서 투자 전쟁이 일어나는 가운데 누가 빠르게 투자할 곳을 정하고 투자를 빨리하는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메가 클러스터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인허가 추진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전기 같은 기반 시설이 빨리 준비돼야 한다"며 "정부 부처뿐 아니라 국민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도와줘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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