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No.1 알렉스 드 미노,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뛰는 것은 초현실적인 경험"

박성진 2024. 1. 1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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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드 미노

[멜버른=박성진 기자] 알렉스 드 미노(호주, 10위)는 현재 호주에서 소위 가장 잘 나가는 테니스 선수다. 애슐레이 바티가 은퇴하고, 닉 키리오스가 사실상 잠적한 현 상황에서, 알렉스 드 미노는 최근 개인 최초로 세계 톱 10 자리까지 위치했다. 알렉세이 포피린(43위), 맥스 퍼셀(45위), 조던 톰슨(47위) 등이 중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지만 그들의 인기는 드 미노의 인기에 비한다면 현저히 떨어진다. 호주오픈에서 만난 현지 대회 운영 요원과 자원봉사자 대부분은 "드 미노가 현재 호주 최고의 테니스 선수"라며 입을 모았다.

드 미노는 1회전에서 최고 랭킹 3위까지 올랐던 밀로스 라오니치(캐나다, 319위)에 기권승을 거두고 2회전에 올랐다.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6-7(6)으로 내준 드 미노는 2세트를 6-3으로 잡았다. 그리고 3세트, 2번째 게임이 끝나자마자 라오니치가 기권했다. 다리 부상의 이유였다.

이 경기는 호주오픈 센터코트인 로드레이버 아레나의 15일 나이트 세션 첫 경기로 배정됐다. 쉽게 표현하자면, 15일 전체 경기 중 메인 경기였다는 소리다. 현재 호주 No.1 드 미노를 보기 위한 수많은 자국 팬들이 멜버른 파크를 찾았다. 개막일이었던 14일, '호주오픈의 왕'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1위)가 1일차의 주인공이었다면 2일차의 주인공은 드 미노였다. 

1일차와는 관중석 분위기가 달랐다. 조코비치 대신 상대 선수였던 디노 프리즈미치(크로아티아)를 응원하는 팬들도 다수 있었다. 긴장감이 넘치는 경기장 분위기라기보다 뭔가의 즐거움과 여유가 느껴졌었다.

하지만 드 미노가 등장한 2일차 나이트 세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드 미노는 말 그대로 주인공, 그리고 라오니치는 악당 역할이었다. 드 미노의 플레이 하나 하나에 함성과 탄식이 공존했다. 라오니치를 응원하는 캐나다 팬은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소수였다.

드 미노는 2회전에서 마테오 아르날디(이탈리아, 41위)를 상대한다. 지난 데이비스컵 결승에서 이탈리아에 패했던 호주인데, 드 미노는 아르날디를 상대로 간접적으로나마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드 미노는 당시 야닉 시너에게 패하며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었다.

아래는 밀로스 라오니치와의 경기 후 드 미노의 인터뷰다. 주요 부분만 발췌해서 소개한다.

Q. 당신이 원하는대로 경기가 끝난 것 같지는 않다. 라오니치가 불편한 점을 느꼈나?
A. 그렇다. 이런 식으로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고 싶지는 않다. 1세트에서는 없었다. 그런데 2세트 중반부터 그의 서브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의 움직임에 더 익숙해졌고, 랠리를 이어가기 수월해졌다. 그의 쾌유를 빈다.

Q. 오늘 경기를 통해 배운 점은? 긴장감은 없었나?
A. 상황이 어떻든간에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 나는 5세트 경기가 매우 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침착함을 유지하려 한다. 그러면 그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호주에서 이런 경기를 뛰고,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뛰는 것에는 전혀 긴장되지 않는다. 되려 라오니치 같은 선수들과 경기한다는 것이 조금 더 긴장된다. 그와 경기하는 것은 예측 불가능하고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로또 같은 기분이랄까. 타이브레이크에서는 한 포인트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이 압박을 만들어낸다.
그 때문에 1세트를 졌다. 중요한 순간에 꽉 막혔다. 하지만 이 경기는 5세트 경기이다. 나는 회복하고 2세트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Q. 이번 대회를 앞두고 1위가 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나는 지난 몇 년간 이런 상황에 있었다. 유일하게 변한 것은 현재 10위에 들었다는 것과, 주변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스스로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여기에서 매 순간을 즐긴다. 호주에서 한 해를 시작하면서 홈팬들 앞에서 경기하는 것은 큰 축복이다.
호주에서 뛰는 것을 긴장이나 압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흥분이라 생각할 뿐이다. 오늘도 내 뒤에 수많은 관중이 있었다. 나는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이다.

Q. 올해 올림픽에 대한 우선순위는?
A. 물론 우선순위가 높다. 나는 지난 도쿄올림픽을 코로나19 양성 반응으로 인해 출전하지 못했다. 그때도 우선순위였는데, 올해에도 (올림픽이) 우선순위다.
올해 일정이 평소와 다르게 다소 변경되겠지만 올림픽은 여전히 최우선순위다. 녹색(기자 주_호주를 상징하는 색)과 금색을 대표하고 올림픽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또다른 기회다.

Q. 올림픽에서 복식 출전도 고려하나?
A. 물론이다. 최대한 많은 시합에 뛰고 싶다. 나와 복식을 같이 하고 싶은 파트너가 있다면 대환영이다(웃음). 올림픽에서도 복식을 뛰고 싶다.

Q. 다음 상대는 마테오 아르날디인데.
A. 마테오는 지난 해 엄청 잘 했다. 마테오는 데이비스컵 결승에서 우리를 꺾은 선수다. 복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그는 훌륭한 선수이며, 다음 경기를 위해 준비를 잘 하겠다.

Q.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팬들의 기대가 더 커진 것 같다. 경기장에 나설 때마다 더 큰 자신감을 느끼나?
A. 솔직히 매우 놀랍다.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내 방식대로 경기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초현실적인 경험이다. 이번 호주오픈에서 로드레이버 아레나 황금 시간대 경기를 갖는 것은 꽤 멋진 경험이다. 첫 번째 공부터 마지막 공까지 나를 지지해주는 관중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나에게 큰 믿음과 자신감을 준다.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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