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불지핀 가상자산 제도권 논쟁…韓 멈춘 2단계 입법 속도 낼까
"당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 여부 관한 고민, 2단계 트리거"
[편집자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공식 승인했다. '자본주의의 심장부' 미국이 비트코인을 가치를 지닌 하나의 자산으로 받아들인 사례다. ETF 승인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최대 1000억달러(132조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전체 시장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뉴스1>은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가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조명해본다.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계기로 멈춰있는 가상자산 2단계 입법화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최초로 가상자산 법제화의 사례인 이용자보호법이 오는 7월 시행될 예정이지만 정작 '업권법'에 해당되는 2단계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추후 업권법으로 분류되는 2단계 가상자산 입법화에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 자본시장법상 투자 허용 상품 리스트에 없는 가상자산…법에 저촉돼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가 금융투자업을 할 수 있는 '투자 허용 상품'을 정해놨는데, 여기에 가상자산(암호화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허용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의 저촉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정부에서는 금융회사의 당시 가상통화로 불리는 가상자산의 투자를 제도적으로 막아뒀는데, 해당 내용이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국내 증권사의 중개 금지 유권해석의 근거가 되고 있다.
2017년 12월 당시, 국무조정실 주도로 관계 부처는 제도권 금융회사의 가상통화 신규 투자가 투기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을 수립한 바 있다.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국내 증권사로부터 거래 지원이 되는 것이 당국의 기존 방침에 배치된다는 설명이다.
◇ 비트코인 현물 ETF에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2017년에 비해 진화한 가상자산 업계
다만 지난 정부가 이 같은 내용의 가상자산에 관한 중개 금지 내용을 발표한 시기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이 투자보다는 투기적인 대상이라는 인식이 지금보다 강했던 시기였다.
그 당시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폐쇄하겠다'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발언, '비트코인은 사기다'라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 등 비판 여론이 거셌던 시기였다.
이후 가상자산 시장은 '테라 루나 사태' 'FTX 사태' 등 여러 악재들을 겪으면서 시장이 성숙해졌고,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가 허용되면서 국내에서도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 "가상자산, 기초자산으로 인정받으면 규제 마련 필요성 커져…2단계 속도 붙는다"
가상자산 업계는 추후 비트코인 현물 ETF가 국내에서도 허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비트코인 현물 ETF가 국내에서도 허용이 된다면 업계의 숙원인 가상자산 업권법 입법에 속도가 붙고, 업권법 속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나올 수 있다고 기대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금융 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 지원을 허용함으로써 가상자산이 투자 상품으로서 인정을 받고, 명확한 가상자산의 규제 범위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최진홍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당국이 결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거래 지원을 허용한다면 이는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의 자산성을 인정해준다는 의미"라며 "기초 자산으로 인정된다면 본격적으로 제도권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규제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다만 "우리가 시중에서 금 거래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자본시장법에 모두 다 적용을 받지 않는 것처럼 원자재나 목재 같은 것들도 기초자산에는 포함될 수 있지만 이를 기반한 일상적인 거래가 모두 다 자본시장법에 적용을 받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마찬가지로 가상자산도 기초자산에는 포함될 수 있지만 그와 관련한 모든 거래가 자본시장법에 규율을 받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며 "2단계 법안은 업권법으로 만들어져 전체적으로 시장을 규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7월 1단계 법안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최 변호사는 이같이 1단계 법안의 시행에 안주하지 않고, 가상자산에 대한 규율 체계 등 명확한 정의를 담은 2단계 업권법을 준비해야 한다는 시각을 내놨다.
업계에 정통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도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를 허용해야 하느냐를 두고 고민하는 것 자체가 결국 2단계 입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국회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 필요성 나오지만 "당장 허용 가능성은 낮아"
국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국내 증권사의 중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 여야 의원들은 금융당국과 비트코인 현물 ETF의 중개 허용을 두고 논의를 시작해나가고 있다.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금융당국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이와 관련해 이미 얘기를 나누고 있다"면서도 "허용 여부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무래도 1단계 법안이 시행되는 7월이 지나서야 가능하지 않을가 싶다"고 말했다.
mine12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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