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이면 서울 하늘 뚫린다…북한 ‘마하 5 미사일 도발’ 실체는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4. 1. 1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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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또다시 한국의 예상을 깬 도발을 감행했다.

신형 고체연료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14일 고체연료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힌 것이다. 

북한 미사일총국은 지난 14일 오후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를 장착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왼쪽부터 2024년 1월 14일에 발사된 고체연료 추진 극초음속 미사일, 2022년 1월과 2021년 9월의 액체연료 추진 극초음속 시험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음속의 5배(시속 6120㎞)가 넘는 속도로 낮게 날아가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평양에서 1분 안에 서울을 타격할 수 있다. 일반적인 탄도미사일보다 요격이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북한이 새해 첫 미사일 발사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선택한 것은 한·미·일 3국을 동시에 겨냥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동등한 수준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만들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극초음속이냐 기동탄두 재돌입체냐

북한은 2021년부터 4차례나 극초음속 미사일을 쐈다. 북한이 놀라울 정도의 무기 개발 속도와 능력으로 주변국을 놀라게 했던 것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중국·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만 개발에 성공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북한이 만들었다는 것을 의문스러워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북한이 미사일의 고도, 비행거리, 속도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이같은 의구심을 키우는 모양새다.

다만 북한이 공개한 짧은 보도문과 사진에서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의 실체를 엿볼 수 있다.

북한은 이번 발사의 목적을 ‘새로 개발된 다단 고체연료 엔진의 신뢰성과 극초음속기동형조종전투부의 활공 및 기동비행특성 확증’이라고 밝혔다.

지난 14일 북한이 개발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발사준비시간이 적게 걸리는 고체연료는 핵보다 연소시간이 짧다. 다만 액체연료 탄도미사일과 비행거리, 추력이 동등하려면 그만큼 더 많은 단을 구성해야 한다. ‘다단 고체연료’라는 언급이 나온 배경이다.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은 1단에 고체연료 엔진 1개만 장착했다. 기존 미사일은 화성-12형 IRBM을 활용, 액체연료 주엔진 1기에 보조엔진 4기를 썼다. 보조엔진으로 미사일 비행각도를 조정했다. 이번에 쏜 미사일은 고체연료 엔진 1개만을 사용했다. 

가장 큰 특징은 탄두부다. 원뿔 형태에 가깝고 탄두부에 작은 날개가 달렸다. 날개 크기가 다소 커진 것을 빼면, 2022년 1월 5일 발사된 극초음속 미사일 탄두부와 매우 비슷하다.

이같은 형태는 극초음속 미사일의 일반적 형태인 극초음속 활공체(HGV)가 아닌 1980년대 미국이 퍼싱-Ⅱ IRBM에 장착했던 기동식 재진입체(MARV)에 더 가깝다.

극초음속 활공체와 기동식 재진입체는 탄도미사일에 실려 발사되는 공통점이 있다. 

극초음속 활공체는 탄도미사일 추진체 연소 후 분리, 공기 밀도가 높은 곳과 낮은 곳의 경계인 고도 50㎞에서 풀업(하강 후 재상승) 기동을 하며 물수제비 뜨듯 오랜 시간 활강한다.

중국 DF-17, 러시아 아방가르드 극초음속 미사일처럼 글라이더 형태를 갖추는 경우가 많다. 글라이더형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복잡하고 정교한 비행이 가능하다.

기동식 재진입체는 대부분 탄도미사일과 유사하게 움직이며, 종말단계에서만 활강한다. 극초음속 활공체처럼 정교하고 민감한 비행이 어렵다. 

미국이 냉전 시절 개발했던 퍼싱-Ⅱ 중거리탄도미사일.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이 이같은 점을 몰랐을까. 2021년 9월 28일에 쐈던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1나형은 중국 DF-17과 유사한 글라이더형 탄두다. 탄두 모양에 따른 공기역학적 차이를 북한이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북한은 기동식 재진입체형 탄두를 다시 꺼냈다. 왜 그럴까. 극초음속 미사일의 핵심 기술인 높은 열과 충격을 견디는 소재 등의 기술이 완전히 확립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의 분석이다.

“탄도미사일은 대기권 진입 시 방열을 위해 표면이 타들어가며 열을 뺏는 삭마 기술을 쓴다. 극초음속 미사일처럼 공기 밀도가 높은 곳을 장시간 비행하는 것들은 삭마 기술을 쓸 수 없어 고열을 오래 견디는 소재를 써야 한다. 충격도 많이 발생해 격벽이 파열되기 쉽고, 그러면 분해된다. 극초음속 (활공체가) 비행 중간에 분해되는 게 많은 이유다.”

이와 관련해 장시간 극초음속 비행 여부, 높은 수준의 기동성을 갖춘 활공 및 선회비행 여부, 표적 명중 등에서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도 기술 개량과 검증을 위한 추가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북한이 자주 쓰는 고각발사 방식은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각발사를 하면 하강 시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떨어진다. 풀업 기동이 불가능하다. 포물선을 그리며 하강하면 물수제비 뜨듯 풀업 기동을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따라서 발사 초기 한미 연합군 레이더에는 IRBM이 정상각도로 발사되는 것으로 포착될 수 있다.

북한군 창설 90주년 열병식에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1나형이 발사차량에 실려 등장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그래도 방심은 금물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무기가 실제 극초음속 미사일과는 거리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위협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탄도미사일은 상승단계 이후 비행궤적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 이같은 특성을 활용해 탄도미사일 방어작전은 미사일 궤적을 실시간 분석해 탄착점을 예측, 요격 작전 필요성 및 가용 자원 등을 판단하는 방식으로 수행된다.

중국의 DF-17 극초음속 미사일이 발사차량에 실린 채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면 충분히 요격할 수 있다. 

극초음속 활공체와 기동식 재진입체는 탄도미사일과는 다른 궤적을 그린다. 사거리를 늘리면서 비행고도는 낮추고 풀업 기동과 횡기동을 하면서 요격망을 회피한다. 교전 결심 시기가 이른 고고도 요격체계 가동이 어렵다.

방어하는 입장에선 대응 범위가 크게 넓어지는데, 요격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짧고 수단도 적다. 한국과 미국, 일본에 큰 위협이 되는 이유다. 

미국은 본토를 노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파괴하고자 지상기반외기권방어체계(GMD)를 배치하고 있다. 

북한이 ICBM에 극초음속 활공체와 기동식 재진입체를 장착하면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돌파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북한의 최종목표가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번 시험발사처럼 IRBM에 탑재하면 괌과 하와이, 일본에 있는 미사일방어망을 흔드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에 대해선 평택 캠프 험프리스 등 한미 연합군 핵심 시설을 겨냥, 지휘부 마비를 시도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이같은 위협을 과도하게 경계하거나 평가할 것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사일과 한반도의 특성 때문이다.

한국 공군 천궁 지대공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극초음속 미사일이 낮은 고도로 매우 빠르게 비행하지만, 공기 저항이 심한 대기권 상층부에서 횡기동과 활공 비행을 하면 탄도미사일보다 최종 속도가 떨어진다.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의 요격 시도를 무력화할 수 있어도 중거리지대공유도무기(M-SAM)나 패트리엇(PAC-3)으로 요격이 가능하다. 

방위사업청이 2035년을 목표로 추진중인 L-SAMⅡ 사업에는 활공단계 요격탄 개발도 포함되어 있다. 미사일이 활공 단계에 진입할 때 요격하는 체계다.

2030년대 중반 이후에는 극초음속 미사일도 2번 정도의 요격 시도가 가능할 전망이다.

남북이 인접해 있어 미사일 발사 원점과 탐지자산 간 거리가 가까운 한반도 환경도 극초음속 미사일의 공포를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낮은 활강고도 때문에 미사일 탐지가 크게 늦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조홍일 연구위원은 ‘극초음속 활강체의 특성과 군사적 함의’ 보고서에서 “발사지점과 탐지체계 거리가 짧을수록 지구곡률로 인한 차폐효과는 제한되며, 한반도에선 발사 초기 상승단계에서 탐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단거리 극초음속 활강체의 첫 탐지시각은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하거나 조금 더 지연되는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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