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의 글로벌빅파마 꿈…셀트리온 지주사, 나스닥 가는 이유

김도윤 기자 2024. 1. 1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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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사진제공=셀트리온

셀트리온이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 주식시장 IPO(기업공개)를 통한 공모자금과 투자금을 합쳐 10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셀트리온홀딩스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전문 투자 지주회사로 거듭나겠단 복안이다. 지주사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및 집행을 통해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셀트리온의 편에 설 수 있는 우군을 확보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당장 북미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 공략을 당면과제로 삼은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경영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셀트리온은 지주사 IPO에 앞서 상장 3사 합병의 마지막 퍼즐인 셀트리온제약과 합병을 연내 추진한다. 다만 셀트리온제약의 시장가치가 적정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은 앞으로 AI(인공지능) 분야에 꾸준히 투자해 2026년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6조원을 달성하고, 이후 암젠과 사노피, 화이자 등과 견줄 수 있는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로 도약하겠단 목표다. 서정진 회장은 앞서 2030년 셀트리온 매출액 목표를 12조원으로 제시했는데, 실제론 이보다 높은 수준인 최대 24조원까지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셀트리온홀딩스 나스닥 상장 검토…100조 글로벌 펀드 조성 계획 윤곽
셀트리온은 이르면 연내 셀트리온홀딩스의 IPO를 추진할 계획인 가운데 상장 주식시장으로 나스닥 등 해외 증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셀트리온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서정진 회장으로 지분율은 98.13%다. 셀트리온홀딩스의 2022년 말 기준 자기자본은 3조4049억원이다.

앞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이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MHC)에서 셀트리온홀딩스의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셀트리온홀딩스 IPO 공모자금과 투자금 등으로 100조원 규모의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를 조성할 계획인데, 시장 규모와 펀드 운용 전략 등을 고려하면 나스닥을 비롯한 글로벌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 국내 한 바이오 전문 애널리스트는 "서 회장이 앞서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셀트리온홀딩스 상장을 언급했을 때 국내 증시 중복 상장 등 우려로 셀트리온 시장가치에 일부 악영향을 준 측면이 있다"며 "셀트리온홀딩스의 해외 주식시장 상장은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100조원 규모의 헬스케어 펀드를 결성하면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 바이오 산업 선순환 생태계는 자연스럽게 셀트리온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와 혁신신약 개발, AI(인공지능) 플랫폼 등 차세대 기술 고도화 등 영역에서 힘을 보탤 수 있는 여러 기업과 협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100조원 규모 펀드는 나스닥 등 해외 증시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 중 5조원을 시드머니로 삼고 글로벌 SI(전략적 투자자) 등으로부터 투자받아 결성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셀트리온홀딩스 IPO 구조에 대한 더 구체적인 윤곽이 잡히는 대로 빠르게 상장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제약 연내 합병…"먼저 적정 가치 도달해야"
셀트리온은 사실상 '통합 셀트리온'의 마지막 절차인 셀트리온제약 합병도 연내 추진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제약은 셀트리온의 의약품을 국내 유통하는 계열사다. 이미 셀트리온은 지난해 12월 글로벌 유통을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을 완료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제약 합병과 관련해 주주들의 의사가 핵심인 만큼 무엇보다 셀트리온제약의 시장가치가 적절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제약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 평가가 선행돼야 주주들이 합병을 납득하고 받아들이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종가 기준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시총)은 약 41조원이다. 셀트리온제약 시총은 4조2026억원이다.

AI 집중투자…국내외 바이오텍 선별 중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으로 대규모 투자 재원을 확보한 만큼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글로벌 빅파마 도약을 목표로 다양한 제약·바이오 및 헬스케어 기업에 투자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단 전략이다.

셀트리온은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개별 기업에 대한 흡수합병보다 지분 매입을 통한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물론 필요한 경우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미 일본과 인도 등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고, 국내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고 검토하고 있다. 국내외 기업 투자 과정에서 그동안 확보한 자사주(자기주식)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특히 셀트리온은 본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집중투자 분야로 AI를 꼽았다. 셀트리온은 이미 약 6년 전부터 AI가 유망할 것으로 보고 관련 기술 확보에 주력했다. 이를 위해 자체 임상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베이스(DB)를 통해 고도로 정제된 양질의 데이터 뱅크를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AI 기술과 알고리즘을 토대로 '셀트리온 헬스케어 인텔리전스 뱅크'(Celltrion Healthcare Intelligence Bank)를 구축해 다양한 사업 분야에 적용할 예정이다.

2030년 매출액 24조원·EBITDA 12조원까지 본다
셀트리온은 상장 3사 합병 등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고 2030년 매출액 12조원을 달성하겠단 목표다. 구체적인 이익 전망치로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기준 올해 1조7000억원, 2025년 3조5000억원, 2026년 6조원 이상을 책정했다. 이 같은 목표치에 대해 내부적으로 '보수적'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한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은 목표인 2030년 매출액 24조원, EBITDA 12조원 달성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글로벌 빅파마 암젠을 뛰어넘을 수 있는 실적이다.

당장 올해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대표 품목인 자가면역질환 치료 신약 '짐펜트라'(램시마SC)의 미국 시장 공략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어 2025년까지 5개 신규 품목을 추가해 총 11개의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더 나아가 2030년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포함해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을 22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에 더해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는 ADC(항체-약물접합체)를 비롯해 면역관문억제 다중항체, 혁신신약 등 연구도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지난해까지가 셀트리온의 성장을 위한 준비 단계라면, 올해부터는 그동안 준비한 사업에 대한 수확의 시기가 될 것"이라며 "셀트리온의 성장은 급속히 늘어나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더 속도감 있게 진행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빠르게 성장하는 셀트리온의 가치가 시장에 잘 전달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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