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 칼럼] “민교야, 플로터 던져 보라고” 현대농구의 필수템, 3점 슛과 플로터

조원규 2024. 1. 1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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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신의 비기였던 3점 슛과 플로터
이제는 빅맨도 자유자재로 던져야

지난 15일, 용산고와 연습경기에서 구민교가 돌파 후 레이업을 시도하자 성균관대 김상준 감독은 플로터 시도를 주문했습니다. 구민교는 19세 월드컵 대표 출신 빅맨으로 올해 성대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구민교의 높이는 경쟁력이 있지만, KBL은 다릅니다. 197cm의 신장으로는 내외곽 공격이 모두 가능해야 합니다. 김 감독은 그것을 주문했습니다.

 

▲ FIBA U19 대표팀에 발탁된 구민교

 

김 감독은 왜 플로터를 던지라고 했냐는 질문에 “내가 그런 말을 했어요?”라며 웃었습니다. 그는 “명지중학교 코치 시절부터 플로터를 시도하라는 주문을 했다”며 “(김)시래에게 너는 기술이 있으니 림 가까이 들어가 플로터를 던지라는 얘기를 했다”고 기억합니다. 플로터를 ‘막슛’이라 부르며 못 던지게 하는 지도자가 많았던, 20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국내 언론에 플로터가 처음 소개된 것은 2005년입니다. 같은 해에 플로터를 상세히 소개하는 기사가 나옵니다. 손대범 기자는 “플로터는 사용 빈도에 비해 정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득점 기술”로 “누가 가장 먼저 플로터를 사용했는지, 누가 플로터란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며, 그 어느 교본에도 플로터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언급돼 있지 않다. 심지어 슈팅 교본에도 플로터는 나와 있지 않다.”라고 했습니다.

 

그랬던 플로터가 급속하게 퍼진 이유는 단순합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타이밍에, 빠르고 높게 던지는 슛을 수비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토니 파커가 대표적입니다. ‘Tear Drop’으로 불렸던 그의 플로터는 알고도 막기 힘든 무기였습니다. 상대 수비는 자유투라인 안으로 들어오는 토니 파커가 당혹스러웠습니다. 패스와 점퍼 외에 또 다른 선택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플로터가 ‘단신의 비기(祕技)’로 불린 이유입니다.

 

▲ 플로터 장인 토니 파커. 그의 플로터는 'Tear Drop'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구인교(1년, 194)는 “감독님이 포지션 구분 없이 플로터를 시도해라. 대신 연습은 많이 하라고 했다”며 웃었습니다. 구민교 역시 과감하게 시도하라는 주문을 받았습니다. NBA나 올림픽에서 플로터를 던지는 빅맨은 이미 익숙합니다. 블록슛을 피하며 선택의 다양성을 가져가는 것이 단신 선수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거 ‘단신의 비기’가 지금은 포지션 불문, 반드시 장착해야 할 무기가 되었습니다.

 

플로터 이전에 ‘단신의 비기’로 불린 것은 3점 슛입니다. 플로터는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는 타이밍에 던지는 것입니다. 3점 슛은 수비가 따라 나오기 힘든 먼 곳에서 던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3점 슛 역시 더 이상 단신만의 비기가 아닙니다. 칼 앤서니 타운스(Karl Anthony Town)는 올시즌 41.9%의 성공률로 매 경기 2개의 3점 슛을 넣고 있습니다. 니콜라 요키치(Nikola Jokic)는 매 경기 2.9개의 3점 슛을 35%의 성공률로 넣고 있습니다. 두 선수는 211cm 빅맨입니다.

 

“정점이 높게 뛰라는 얘기는 아니야. 점프를 낮게 뛰어도 정점이 있잖아. 그 타이밍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내외곽 공격이 모두 되는 선수를 만들기 위해 김 감독이 주문한 또 하나는 3점 슛입니다. 이를 위해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구민교의 3점 슛을 직접 지도했습니다. 구민교는 19세 월드컵 7경기에서 9개의 3점 슛을 던졌습니다. 성공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국내 경기에서 20+ 득점을 쉽게 했지만 3점 슛 성공은 많지 않았습니다. 19세 월드컵 이후에는 의식적으로 3점 슛 시도를 늘렸습니다. 성공률은 여전히 낮았습니다.

 

김 감독의 목표는 구민교의 3점 슛 성공률을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쉽지 않은 목표입니다. 작년 대학리그에서 박무빈만 3점 슛 성공률 40%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50개 이상 시도한 선수 중에 30% 이상을 기록한 선수도 12명에 불과합니다.

 

▲ 2023 대학농구리그에서 3점슛 성공률 46.8%을 기록한 박무빈

 

3점 슛 성공률을 높여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3점 슛 성공률을 높여야 수비 범위를 넓힐 수 있습니다. 수비 범위가 넓어지면 슈팅을 던질 수 있는 공간도 넓어집니다. 그래서 과거에 확률 낮은 공격 옵션으로 여겨졌던 3점 슛은 필수 공격 옵션이 됐습니다. 김 감독이 구민교의 3점 슛에 공을 들이는 이유입니다. 구민교의 3점 슛 성공률은 팀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전술했듯이, 플로터와 3점 슛은 더 이상 ‘단신의 비기’가 아닙니다. 포지션 불문하고 장착해야 하는, 숙련도에 따라 확률도 올라가는 마무리 기술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단신에게 더 필요한 무기인 것도 맞습니다. 농구가 높이의 스포츠고, 신장이 작으면 다른 것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구민교는 "19세 월드컵에서 저보다 큰 선수들이 자유롭게 내외곽을 넘나드는 플레이를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습니다. 성균관대를 선택한 이유는 "외곽에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김 감독의 약속입니다. 프로에서 구민교는 외국인 선수와 경쟁해야 합니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준비를 이미 시작했고, 김 감독은 구민교의 성장이 성균관대의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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