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S 0.954' 9억 과감히 긁었다…10년 만에 '외국인 4번타자' 나타날까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지난해 트리플A에서 출루율과 장타율이 다 좋았다. kt 위즈에서 KBO리그 경험도 있고,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15일 잠실야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새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32)를 향한 기대감을 표현했다. 두산은 지난달 21일 라모스와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55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 등 총액 70만 달러(약 9억원)에 계약했다. 베테랑 중심타자 김재환(36)과 양의지(37)의 체력을 고려하면 언제까지 둘에게만 4번타자 중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올겨울 FA 자격을 얻었던 우타 거포 양석환(32)을 일단 4+2년 총액 78억원에 붙잡았지만, 조금 더 폭발력 있은 외국인 타자가 합류해야 타선에 파괴력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라모스는 이 감독과 두산 구단이 찾아 헤맨 외국인 타자 유형에 가장 적합했다. 좌우 타석을 가리지 않고 힘 있는 타구를 날릴 수 있는 스위치히터에 코너 외야 수비력도 평균 이상이었다. 지난해는 미국 메이저리그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 신시내티 레즈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고, 트리플A에서 76경기, 타율 0.318(280타수 89안타), 13홈런, 55타점, OPS 0.954로 좋은 성적을 냈다. KBO리그로 변환해서 생각하면 20홈런-80타점 이상은 충분히 기대할 만했다.
2022년 kt 위즈에서 짧게나마 KBO리그를 경험한 것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라모스는 그해 kt와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제2의 멜 로하스 주니어(34, kt)로 기대를 모았다. 로하스는 2020년 kt 구단 역대 최초로 MVP를 차지할 정도로 파괴력 있는 타자였다. 라모스가 불의의 새끼발가락 골절 부상으로 방출되지만 않았더라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냈을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뤘다. 방출 전까지 18경기 성적은 타율 0.250(72타수 18안타), 3홈런, 11타점, OPS 0.721이었다.
이 감독은 "KBO리그 에이스 중에 좌투수가 많고, 외국인 투수도 왼손이 많이 들어와 있다. 우타석에서 강력한 타자가 필요했다. 라모스는 스위치히터이기도 하고, 지난해 트리플A에서 출루율과 장타율이 다 좋았다. kt에서 KBO리그 경험도 있고, 여러 가지를 생각했다. 예전에 뛴 경험이 있으니 빠른 적응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바라봤다.
기존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31)와 결별을 결심하고 라모스를 선택하기까지 이 감독과 구단 관계자들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다. 로하스는 투수 친화적인 잠실을 홈구장으로 쓰는 두산에서 19홈런(리그 공동 9위)을 친 타자였다. 일발 장타력은 확실했다. 122경기 성적은 타율 0.253(403타수 102안타), 65타점, OPS 0.819였다.
그런데 강점을 덮을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었다. 로하스는 좌투수 상대로 뚜렷한 약점을 보였다. 지난해 좌투수 상대 타율 0.221, 우투수 상대 타율 0.256으로 편차가 있었다. 좌투수 상대 홈런은 1개뿐이었다. 게다가 외야 수비가 평균 이하였다. 이 감독은 시즌 중반부터는 로하스를 가능한 지명타자나 대타로 기용하려 했고, 조수행에게 우익수를 맡겨 수비 강화에 중점을 뒀다. 이 감독이 지난 시즌을 마치고 구단에 "수비 잘하는 외국인 외야수"를 부탁했을 정도로 꽤 괴로운 문제였다.
이 감독은 "로하스가 굉장히 아까웠다. 지난 시즌 후반기와 마지막 창원에서 와일드카드 경기할 때 정말 좋았다. 아무래도 부진할 때와 좋을 때의 차이가 너무 명확했다. 타격으로만 봤을 때는 어떻게 보면 아깝기도 하고, 잠실 19홈런은 적은 수가 아니라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좌타자가 팀에 많다 보니까 좌우 비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로하스를 교체하고 라모스에게 손을 내밀게 된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라모스가 지난해 트리플A에서 펼친 타격을 올해 KBO리그에서도 보여준다면, 두산은 2014년 호르헤 칸투 이후 10년 만에 외국인 4번타자를 기용할 가능성이 있다. 2015년에도 데이빈슨 로메로를 4번타자로 기용하긴 했지만, 그해 김현수(현 LG)와 나눠서 기회를 받았다. 4번타자로 나선 타석수는 김현수가 270타석, 로메로가 211타석으로 오히려 김현수가 더 많았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는 김재환이 부동의 4번타자였고, 지난해는 양의지가 4번타자로 가장 많은 304타석에 섰다. 그러니 칸투가 두산의 마지막 외국인 4번타자였다고 볼 수 있다.
두산은 스위치히터인 라모스를 우타자인 양의지와 양석환 사이에 배치하는 것을 이상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라모스를 4번으로 고정하고, 양의지와 양석환은 상황에 따라 3번과 5번을 번갈아 나서는 그림이다. 그러면 좌타자인 김재환은 강한 2번타자를 맡게 된다. 김재환 또는 양의지가 시즌 내내 4번타자 중책을 떠안기는 체력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라모스가 4번타자급 파괴력을 보여줬을 때 이야기다. 김재환은 올겨울 부활을 기대하며 이 감독과 마무리캠프에서 1대 1 특타를 진행하고, 미국에서 강정호에게 타격 레슨을 받는 등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이런 노력의 결실이 올해 빛을 봐서 다시 20~3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로 돌아온다면, 라모스와 김재환이 4번타자 임무를 상황에 따라 나눠서 맡을 수도 있다.
사실 칸투 이후 두산 외국인 타자들은 2, 3, 6, 7번 타순에 주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해결사보다는 조력자 이미지가 더 강했던 게 사실이다. 라모스는 과거 외국인 타자들과 달리 중심타선에서 확실히 타점을 올려주는 타자로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버닝썬 성범죄' 최종훈, 출소 후 복귀 시도? 日 팬 커뮤니티 론칭 "응원해달라" - SPOTV NEWS
- 박민영 측 "2억5000만원 생활비 쓴 적 없어, 계좌가 사용된 것"[전문] - SPOTV NEWS
- "독도가 日 배타적 경제수역에?"…KBS, 지도 표기 논란→'삭제' - SPOTV NEWS
- 임윤아, '열애설' 이준호 콘서트 등장에 현장 '술렁'…알고보니[이슈S] - SPOTV NEWS
- 이동건, 무속인도 운 외로운 사주 "연예인 만나면 4~5번 이혼"('미우새') - SPOTV NEWS
- "100% 근육 시스템" '태계일주3' 삼형제, 마다랜드 관람차에 '도파민 폭발' - SPOTV NEWS
- 이동건 사주 보자마자 무속인 눈물…"명치 팍 찌르는 듯"('미우새') - SPOTV NEWS
- 강경준 불륜의혹 전말..취업 6개월만, 상대도 '잠적'[종합] - SPOTV NEWS
- "삶과 업적을 기리며" 故이선균, 美오스틴비평가협회 특별상 수상 - SPOTV NEWS
- 박명수 "똥오줌 못가리던 전현무, 내가 가르쳤다"('사당귀') - SPOTV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