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편 클린스만호 양 날개, 후반 멀티골 이강인 앞서 전반 반등 돌파구 만든 이재성

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대표팀 이재성이 황인범에게 패스를 연결하고 있다. 2024.1.15 연합뉴스

64년 만에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첫 단추, 바레인전 승리의 주인공은 멀티골을 넣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었다. 그러나 패스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던 전반까진 이강인은 자주 보이지 않았다. 전반에는 왼쪽 측면에서 실마리를 풀어준 이재성(마인츠)이 경기 돌파구를 만든 숨은 주역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15일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황인범(즈베즈다)의 선제골에 이강인의 멀티골을 더해 3-1로 승리했다.

아시안컵에서 늘 쉽지 않았던 첫 경기 고전, 그리고 중동팀과의 악연을 모두 지운 기분좋은 한판이었다. 그렇지만 경기 초반 20분까진 아시안컵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그때 손흥민(토트넘)과 이재성이 왼쪽 지역에서 2대1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진을 흔들기 시작하며 경기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뒤이어 이재성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가 황인범의 헤더로 정확히 연결됐다. 비록 골문을 벗어났지만, 이날 경기에서 대표팀이 발을 맞춰 연출한 첫 슈팅이었다.

이후 이재성은 왼쪽 측면을 놀이터로 삼았다. 이재성의 크로스가 상대 골문을 몇 번이나 위협했다. 전반 29분에도 이재성은 박용우(알 아인)가 상대 패스를 끊은 뒤 연결한 공도 골문 앞으로 정확히 배달했지만, 최전방 공격수 조규성(미트윌란)의 왼발에 빗맞고 말았다.

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황인범이 헤딩 슛을 하고 있다. 2024.1.15 연합뉴스

이재성의 활발한 움직임 속에 점점 반대편에 있던 이강인도 조금씩 활기를 되찾았다. 전반 36분 이강인의 전매특허인 왼발 크로스가 날카롭게 휘어 왼쪽 측면의 이재성에게 향했다. 박스 안까지 치고 들어간 이재성의 슈팅으로 이어졌지만 골문을 열지는 못했다.

측면에서의 이재성의 계속된 두드림은 결국 선제골로 결실을 맺었다. 전반 38분 김민재의 뒷공간 패스를 받은 이재성이 땅볼 크로스로 빠르게 연결했다. 달려드는 조규성, 손흥민이 흘린 공을 반대편 황인범이 잡아 여유있게 빈 구석을 노려 골망을 흔들었다.

이재성은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는 A대표팀 핵심 자원이다. 2선 어디서든 제 몫을 다하는 멀티플레이어로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팀 플레이를 할 줄 아는 영리한 미드필더다. 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지난 6일 치른 마지막 모의고사 이라크와 평가전에서도 전반 40분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결승골을 뽑아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황희찬(울버햄프턴)의 부상 악재 속에 더욱 비중이 커진 이재성은 클린스만 감독을 미소 짓게 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