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돈 없나, 벤츠·BMW도 싫다네”…한국서도 이車 사야 폼난다? [최기성의 허브車]
벤츠·BMW·아우디와 직접 경쟁
‘베블런·스놉효과’도 한몫 톡톡
영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자동차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톱기어’는 2002년 출시된 포르쉐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악담을 쏟아냈다.
“차는 낮아야 제 맛”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스포츠카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던 포르쉐의 변심에 화가 치밀어 올라서다.
개구리를 닮았던 포르쉐 스포츠카보다 덩치가 큰 카이엔은 ‘황소개구리’로 여겨졌다. 호평보다는 혹평에 가깝다.
결론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카이엔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은 2008년 포르쉐 가문이 폭스바겐 그룹 장악에 나서는 돈줄이 되기도 했다.
포르쉐는 폭스바겐 투아렉과 아우디 Q7과 공유하던 카이엔 플랫폼을 개조, 브랜드 최초 4도어 쿠페형 세단인 파나메라를 제작했다.
파나메라 역시 성공 신화를 썼다. 카이엔 동생으로 태어난 마칸도 판매 돌풍을 일으켰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벤틀리 벤테이가, 롤스로이스 컬리넌, 페라리 푸로산게 등이 잇달아 출시됐다. 슈퍼 SUV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슈퍼 SUV 시대 개척자이자 브랜드 막내로 등장한 카이엔은 이제는 ‘형보다 나은 아우’가 됐다.
데일리카 성향을 더 강조하면서 벤츠·BMW가 주도하는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또 일부 부유층에서 시작한 과시 소비를 주위 사람들이 따라하는 ‘밴드왜건’ 효과로 벤츠·BMW 구매자가 많아지자 벤츠·BMW 브랜드 다음에 선택하는 브랜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에 더 비싸더라도 더 폼 나고 차별화된 차를 구입하는 ‘스놉 효과’가 포르쉐 판매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비싼 돈을 주고 산 명품 옷이라도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더 이상 그 옷을 입지 않는 게 스놉 효과에 해당한다.
유럽에서는 전년보다 12% 늘어난 7만229대가 팔렸다. 벤츠·BMW·포르쉐의 고향인 독일에서는 10% 증가한 3만2430대가 판매됐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각축장인 북미에서는 전년보다 9% 늘어난 8만6059대가 팔렸다.
중국에서는 전년 대비 15% 감소한 7만9283대가 판매됐지만 그 외 신흥시장에서 16% 증가한 5만2220대가 팔리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4월 선보인 신형 카이엔이 각 시장·지역 별 출시 시점 차이와 하이브리드 모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에 나서면서 판매가 감소했다. 동생격 SUV인 마칸은 8만7355대로 그 뒤를 이었다.
포르쉐 그 자체로 여겨졌던 포르쉐 911은 전년보다 24% 증가한 5만146대 판매됐다.
순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도 17% 늘어난 4만629대 팔렸다. 파나메라는 3만4020대, 718 박스터·카이맨은 2만518대 각각 판매됐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가 최근 집계한 2023년 판매현황에 따르면 포르쉐는 1만1379대를 판매했다. 전년(9021대)보다 26.1% 증가했다.
포르쉐가 수입차 브랜드 성공 지표로 여겨지는 ‘연간 1만대 클럽’에 가입한 것은 지난 2014년 한국법인 설립 이후 처음이다.
브랜드 순위는 BMW, 벤츠, 아우디, 볼보, 테슬라, 렉서스에 이어 7위를 기록했다.
효자는 역시 카이엔이다. 판매대수는 4827대로 전년보다 17.3% 증가했다. 파나메라는 36.8% 늘어난 1826대, 타이칸은 60% 증가한 1805대로 집계됐다.
911은 1305대, 마칸은 1015대로 각각 22.9%, 23% 증가했다. 5개 차종이 연간 판매대수 1000대를 돌파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입차 시장은 올해도 독3사(벤츠, BMW, 아우디)가 주도할 것”이라면서도 “1억원대 수입 SUV·세단에서는 카이엔·파나메라·마칸을 앞세운 포르쉐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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