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ETF로 ‘금가분리’ 깨졌다…금융안정 리스크 우려

이재연 기자 2024. 1. 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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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등장으로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상품이 본격 제도권에 편입된 만큼, 가상자산 시장에서 발생한 리스크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해 낸 보고서에서 가상자산과 관련된 금융안정 리스크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 도입 가능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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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연합뉴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등장으로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상품이 본격 제도권에 편입된 만큼, 가상자산 시장에서 발생한 리스크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주요 국제기구들도 수차례 경고해온 터라 긴장감이 높다.

15일 블룸버그 보도를 보면, 상장 첫 이틀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10개에는 8억1890만달러(약 1조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폐쇄형 신탁에서 상장지수펀드로 전환하며 자금이 빠져나간 그레이스케일을 제외하면 13억9800만달러가 들어왔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최대 1천억달러(스탠더드차터드은행)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에 유입될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비트코인 시가총액의 10% 수준이다. 특히 이제까지 가상자산 투자를 꺼리던 기관과 법인 쪽 자금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도권 금융과 가상자산 간의 접점이 크게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인 가상자산 시장에서 발생한 리스크가 제도권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소지가 커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요국 금융당국은 특히 금융회사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상호 연계성이 높은 금융회사들이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경우 위험이 더욱 빠르고 넓게 전이될 수 있는 탓이다. 가령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할 때 이들 회사를 상대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서 금융시스템 전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미 이런 선례가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3월 미국 시그니처은행은 하루 만에 100억달러(약 13조원)가 빠져나가는 뱅크런을 겪은 끝에 매각됐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지목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가상자산이었다. 시그니처은행은 가상자산 업체들의 예금 비중이 높은 것으로 유명했는데, 가상자산거래소 에프티엑스(FTX)가 파산하는 등 가상자산 생태계가 흔들리자 함께 평판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향후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도 이런 방아쇠 역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국제기구들은 이미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를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해왔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해 낸 보고서에서 가상자산과 관련된 금융안정 리스크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 도입 가능성을 꼽았다. 가상자산의 경우 내재가치가 없어 가격 변동성이 높은 만큼, 기관 투자자들의 손실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금융안정위원회(FSB)도 2022년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를 언급하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보듯이 (금융회사들의) 알려진 익스포저가 적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위험이 적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국내 금융당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안정을 위해 제도권 금융과 가상자산을 분리해야 한다는 큰 틀의 원칙이 이번에 훼손된 것이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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