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은 아슬아슬한 ‘부동산PF’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이도형 2024. 1. 1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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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에 몰린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절차를 밟으면서 당장의 위기는 벗어난 모습이지만, 건설·부동산 업계의 금융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급증한 기업대출의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어, 적극적인 부실 정리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계일보는 16일자 지면에서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9거래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소식도 전했다. 미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2년2개월 만에 애플을 제치고 시총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이 국내외 증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태영 건물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3분기말 금융권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 608조

15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금융업권별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전체 금융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608조5000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의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규모는 1년 전인 2022년 3분기(580조8000억원)보다 4.8%, 2년 전인 2021년 3분기(497조6000억원)보다는 22.3% 각각 늘었다. 업계별 대출 잔액도 지난해 3분기 각각 115조7000억원, 492조8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저축은행, 상호금융(새마을금고 제외), 보험사, 여신전문금융회사 등 비은행권의 부동산업 대출액은 193조6000억원으로, 2년 전(155조원) 대비 24.9%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업종의 대출 부실 지표는 가파른 상승 속도를 그리고 있다. 특히 비은행권의 대출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들에게 받은 기업대출의 연체율 등이 1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비은행권의 건설·부동산업의 대출 연체율은 각 5.51%, 3.99%에 달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년 전인 2022년 3분기(1.77%·1.55%)와 비교해서는 1년 사이 각 3.1배, 2.6배로 뛰었다.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비은행권에서 건설업이 7.34%, 부동산업은 5.97%로 집계됐다. 1년 전(2.20%·2.52%)의 3.3배, 2.4배 수준이다. 부동산업은 2018년 4분기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기록이며, 건설업은 2017년 1분기(8.42%) 이후 6년6개월 만의 최고 기록이다.

정부는 우선 태영건설 워크아웃 시행으로 흔들릴 수 있었던 건설금융의 ‘급한 불’은 껐다고 보는 분위기다. 부동산 PF 위기 확산도 낮다고 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주재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 국내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부동산 PF 리스크 전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건설·부동산 관련 대출 부실지표가 2017∼2018년 이후 5∼6년만에 가장 나쁜 상태로, 연체율이 추가로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한은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최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매각 노력은 연체율 상승세를 제약하겠지만, 향후 부동산 시장의 하방 리스크(위험)를 감안하면 연체율의 추가적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고한 바 있다.

관건은 건설금융을 ‘연착륙’ 시키면서도 어떻게 하면 ‘부실’ 사업장을 골라내서 구조조정을 하느냐에 달렸다는 의견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의 미세조정에 이목이 집중되는데, 당국은 ‘속도전’을 예고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신년 금융현안 간담회에서 “부동산 PF사업장을 전체적으로 종합 점검해 사업성이 없는 PF 사업장이 보다 신속히 정리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며 “PF 대주단은 보다 면밀한 사업장 평가 등을 통해 신속하게 사업장 구조조정 및 재구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속도를 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전자, 9거래일만에 반등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날 대비 1.09% 상승한 7만3900원을 기록했다. 새해 첫 거래일(2일) 7만9600원을 찍은 삼성전자는 전날까지 8.17% 하락했지만 AI 기술 확대에 따른 수요 기대에 상승 전환했다. 코스피도 이날 0.04% 상승한 2525.99를 기록하며 8거래일 동안 이어진 하락세를 끊어냈다. 기관투자자가 이날 914억5000만원을 순매수하며 국내 주식을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 코스닥은 0.96% 하락한 859.71로 장을 마감했다.

증권가는 반도체주가 올해 증시를 이끌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의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34조530억원으로 지난달(33조9496억원) 대비 상향됐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추정치도 8조8222억원으로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도 이차전지 등 전반적인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살아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코스피 시총 상위 20개 종목 중 최근 한 달 새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된 종목은 14개로 전체의 70%에 달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세트사업을 동시 보유한 유일한 업체로 생성형 AI가 보편화될 2~3년 후에는 AI 턴키(일괄도입) 솔루션 경쟁우위가 부각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증시도 AI를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 지난 12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을 넘어서 세계 시총 1위를 차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최대 투자자로 생성형 AI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업 중 하나지만, 애플은 다른 빅테크 기업에 비해 AI 도입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학개미(미국 주식을 사는 국내 투자자)들도 AI 수혜주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엔비디아 주식 규모는 47억8098만달러로 전년(20억6164만달러)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그래픽저장장치(GPU)와 AI반도체를 만드는 엔비디아는 대표적인 AI 관련주로 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보유 주식 규모도 각각 28억493만달러, 20억5943만달러로 전년 대비 65%, 22% 증가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빅테크 기업들은 국가별 AI 관련 인프라 기반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때 필요한 것은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설립을 위해 필요한 자본재 성격의 부품과 자제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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