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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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 붙은 달 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한 겨울의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이라는 문장은 몇몇의 뇌리 속에선 노래로 자동 재생될 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등대는 고대부터 실재했다.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항구를 떠난 한 척의 배인 동시에 서로가 서로에게 '등대'이다.
이동노동자 쉼터 같은 반가운 등대가 생기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소외된 이들과 약자를 위해 오랫동안 고군분투해 온 등대와 등대지기들이 역진하는 세태 속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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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 붙은 달 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한 겨울의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이라는 문장은 몇몇의 뇌리 속에선 노래로 자동 재생될 터.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던 동요 '등대지기'의 가사 일부이다.
등대지기는 말 그대로 등대를 지키는 사람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등대는 고대부터 실재했다. 기원전 280년경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파로스 섬에 건설된 높이 135m의 등대가 원형이라는 설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등대지기 공무원이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직원 157명이 등대에 상주하거나 주기적으로 방문해 등대를 돌본다. 지난해 말 등대지기 공무원 최초로 사무관(5급) 승진자가 나왔다. 등대지기 공무원은 그동안 사무관 정원이 없어 사무관 승진이 원천 차단됐다. 지난해 8월 30일 사무관 정원이 생기면서 이번에 첫 승진자가 나왔다. 등대지기 역사를 새로 쓴 김흥수 사무관은 1990년 4월 서해안의 영해기점 도서인 격렬비열도 등대 근무를 시작으로 영도·가덕도·오륙도 등지에서 33년간 등대 관리 및 운영 업무를 맡아왔다.
등대와 등대지기가 꼭 바다와 접해 있는 것은 아니다. 음식점과 주점 등이 밀집한 충남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 일명 먹자골목. 그곳의 한 상가 2층에 '충남 이동노동자 종합지원센터'가 있다. 평일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불 밝히는 센터는 공용휴게실과 여성 휴게실 등을 갖췄다. 생수와 마스크, 물티슈 등도 상시 구비해 이동노동자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센터는 추운 겨울 밤 야외에서 호출을 기다리던 대리기사나 배달기사 등 이동노동자들에게 꿀잠 같은 휴식을 제공한다. 두정동 센터가 유인등대라면 동남구 신방동에는 무인등대인 이동노동자 무인쉼터도 있다.
흔히 인생을 항해에 비유한다.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항구를 떠난 한 척의 배인 동시에 서로가 서로에게 '등대'이다. 청룡의 해도 보름 지났다. 올 한 해 암초는 널렸고 파고는 세차겠지만 부디 침몰은 하지 말기를 빈다. 그리고 이따금 이웃과 공동체 등대의 안녕도 살피자. 이동노동자 쉼터 같은 반가운 등대가 생기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소외된 이들과 약자를 위해 오랫동안 고군분투해 온 등대와 등대지기들이 역진하는 세태 속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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