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혁신상 휩쓴 K-딥테크...규제 풀고 투자 늘려야 스케일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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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4'는 확장현실(XR) 장치를 활용한 '초실감 공간 컴퓨팅', 자율주행·의료 등에 특화한 '맞춤형 AI', 다양한 작업·환경에서도 유연하게 작동하는 범용로봇 등 미래 기술이 펼칠 새로운 세계를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단연, 최신 기술 향연장의 주역은 'K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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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4'는 확장현실(XR) 장치를 활용한 '초실감 공간 컴퓨팅', 자율주행·의료 등에 특화한 '맞춤형 AI', 다양한 작업·환경에서도 유연하게 작동하는 범용로봇 등 미래 기술이 펼칠 새로운 세계를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단연, 최신 기술 향연장의 주역은 'K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들이었다. CES를 주관한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수여하는 '혁신상' 310개 중 143개를 한국 기업이 받았고, 이중 절반 가량이 스타트업에게 돌아갔다.
이곳에서 청사진을 품은 이들은 하지만 국내로 돌아오면 우려스러운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국경 밖 기술 발전이 만드는 변화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지만 규제는 언제 풀릴지 모르고, 경기불황에 벤처투자 시장은 더 움츠러들어 꿈을 펼칠 마당이 좁아져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는 '딥테크 창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주제로 3명의 전문가와 1명의 기업인을 초청, 신년 좌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엔 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KST) 대표이사, 홍석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중소기업협력그룹장, 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중소·벤처기술혁신정책연구센터장, 김성철 코멤텍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이들은 K딥테크 스타트업이 제대로 성장을 못하는 이유로 △딥테크 창업기업에 대한 이해 부족 △겹겹이 쌓인 규제 △단기이익을 우선시 하는 투자 문화 등을 꼽았다. 또 딥테크 스타트업이 우리 경제의 새 동력원이 되려면 딥테크 특성을 반영한 R&D 재원 마련과 함께 기존의 효율적인 지원 제도를 연결해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정책믹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딥테크 스타트업을 대표해서 나온 코멤텍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연구원창업기업으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R&D(연구·개발) 성과를 이전받아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폴리테트라 플루오로에틸렌(PTFE)'을 독자 개발한 곳이다. PTFE는 260℃ 고온, -260℃ 저온이나 화학물질에 노출돼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재다. 코멤텍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연료전지 사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분리막 원천소재이며 수소차 부품 중 유일하게 외국산에 의존하는 'PTFE 강화복합막'을 국산화했고, 대량 생산 체계도 갖췄다. 현재 국내외 유명 완성차 업체들에 공급하고 있다.
-최근 좋은 소식이 들리더라.
▶김성철 코멤텍 대표이사(이하 김성철 대표)=2007년 설립 후 어렵게 회사를 운영하다 2016년 KST 투자를 계기로 올해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절차를 밟는다.
▶홍석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중소기업협력그룹장(이하 홍 그룹장)=많은 창업가들이 데스밸리(창업 3~5년 된 기업이 자금부족 등으로 위기를 겪는 시기)를 견디지 못해 좌절하는데 무려 9년을 버티셨다. 출연연 기술사업화의 모범사례를 보여주신 것에 축하와 감사드린다.
▶김성철 대표=후속투자가 막혀 답답했지만 KST 투자로 뻥 뚫렸다.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 현대기술투자, KDB산업은행 등으로부터 누적 17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KST는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출자해 세운 딥테크 전문 투자사로 어느 수준 이상의 기술을 가진 기업에 투자한다는 인식이 있다. 그 때문에 다른 투자사들도 관심 있게 봐주신 것 같다.
▶최치호 KST 대표이사(이하 최 대표)=KST는 VC(벤처캐피탈) 투자를 받기 전에 부족한 공간을 매우는 '갭필러' , 즉 탐색적·보완적 투자자 역할도 맡고 있다.
-신기술을 개발하는 딥테크 기업들이 겪는 고충은 뭔가.
▶김성철 대표=국내에서 최초로 PTFE 강화복합막 양산설비를 만들고 도요타와 같은 완성차 업체와 계약도 했지만, 사업 초기엔 우리 기술을 평가받을 데가 없어 난감한 상황에 빠질 때가 많았다. 제품을 납품하거나 투자 받을 때 기술 인증 서류를 가져오라고 한다. 그런데 수소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공인성적서가 없다.
그래서 한번은 수소차 연료전지 스택을 2~3개월 정도 실증해 보려고 에너지 관련 출연연에 의뢰했는데 '귀사의 테스트 물량은 우리 기관이 할 수 있는 테스트 물량 한도를 초과해 진행이 어렵다'는 내용의 답변을 받았다. 그때 수소 사용량이나 압력 등이 수소 관련 규제에 묶여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직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인 수소 관련 법안이 산적한데 제발 풀어줬으면 좋겠다.
▶홍 그룹장=중소기업 제품 인증은 관련 분야 출연연들의 공통된 고민 중 하나로 특히 신기술 인증은 당장 개념도, 기술도, 경험도 없다보니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시험성적서나 측정 데이터 제공은 가능하지만 인증 기관이 아니어서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
▶최 대표=낡은 규제가 우리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점은 반드시 풀어가야 할 숙제다. 수년전부터 CES 관련 기사를 보면 신기술을 개발하고도 규제에 묶여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예컨대 2023년에 디지털 헬스케어 부문 우리 기업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졌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활로를 찾기 힘들어 해외시장부터 공략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았다.
-투자 부문도 짚어 달라.
▶최 대표=현재 우리나라 딥테크 투자는 전체 벤처투자의 5% 정도인데 다른 선진국은 40~50%에 이른다. 격차가 크다.
▶홍 그룹장=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기술 사업화 과정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의적절한 펀딩이다. R&BD(사업화연계기술개발) 과정을 통해 제품을 개발해 매출이 발생하고 자생 기반을 갖추기까지 자금조달이 필수이지만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해 사업화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창업 기획 단계부터 자금 조달 전략을 수립하고,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중소·벤처기술혁신정책연구센터장(이하 김선우 센터장)=모태펀드는 보통 3년 투자하고 5년 거둬들이는 구조인데 과학기술 기반 창업은 기술 개발부터 검증, 시제품 제작, 초기 양산까지 최소 5년은 걸린다. 빅테크 성격에 맞는 투자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딥테크 선도기업이 누릴 수 있는 이점 보다 되레 불리한 점이 더 많은 것 같다.
▶김선우 센터장=얼마전 CES에 나간 초기 단계 한국 스타트업이 많았는데 안타까운 점은 이들이 스케일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내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를 다 합쳐도 애플의 시가총액 하나를 못 넘는 상황이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기업 마저도 전통 대기업으로, 국내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없다. 이 때문에 대학·출연연의 공공기술과 민간 창업생태계 역량을 활용해 초격차 딥테크 스타트업을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최 대표=해외엔 자국 딥테크 기업들을 보호하는 다양한 지원책이 있다. 이를테면 EU(유럽연합) 과학연구 지원 프로그램 '호라이즌 2020'에선 '상용화 전 구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첨단기술을 정부 구매 요구사항에 맞춰 개발한 뒤 검증을 통과하면 사준다. 이 제도를 이용하는 기업의 63%가 딥테크 스타트업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 제도를 통한 상용화율은 84%로 매우 높은 편이다.
딥테크 초기 기업들은 매출을 내기 힘든 구조인데 최근 국내에선 기술특례상장 심사를 매출 기준으로 까다롭게 보는 추세여서 우리 공공조달 혁신시장도 이 제도를 도입해볼 필요가 있다.
-K딥테크 스타트업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아이디어를 내달라.
▶김선우 센터장=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성장에는 M&A(인수·합병)가 있었다. 스타트업은 사업을 시작할 때 '나를 살 기업이 있는가'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며, 정부는 규제를 풀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홍 그룹장=출연연 기술 이전 조직의 전문성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저의 경우 기술사업화 부서에서 4년 간 근무하며 쌓아온 VC 네트워크를 통해 '좋은 기술 있는 기업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도 받지만 지난달 기술사업화 부서에서 중소기업협력 부서로 발령받아 옮기게 됐다. 후임자에게 잘 인수인계 해줘야 하는데 고민이 많다. 출연연의 순환보직 제도로 인해 R&BD의 전문성을 갖추기 힘들다는 지적은 과학계 해묵은 과제다.
▶최 대표=딥테크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VC 투자 전 단계에서 컴퍼니빌더 역할을 해줄 '딥테크 전문 액셀러레이터(AC)가 필요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런 특성을 지닌 AC가 많다. 이들이 기획형 창업을 주도한다. 우리나라도 기술 분야별로 이 같은 AC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우선적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 또 이런 전문AC를 위한 펀드도 많아져야 한다. 해외에선 딥테크 창업 기업에 투자하는 '장기인내펀드'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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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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