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탄소중립과 화석연료의 한시적 공생

황동원 한국화학연구원 화학공정연구본부장 2024. 1.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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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렸고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라는 내용에 합의했다.

화석연료의 퇴출은 단순 산유국의 이해득실의 문제 외에도, 화석연료를 대체할 만한 저비용의 친환경 대체재가 부족한 까닭에, 현재의 고비용 탄소중립 연·원료 사용에 부담이 크다는 문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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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원 한국화학연구원 화학공정연구본부장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렸고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라는 내용에 합의했다. 당초 논의되던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라는 워딩보다 다소 완화된 표현으로 아쉬움이 있으나, 화석연료의 감축을 공식화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

화석연료의 퇴출은 단순 산유국의 이해득실의 문제 외에도, 화석연료를 대체할 만한 저비용의 친환경 대체재가 부족한 까닭에, 현재의 고비용 탄소중립 연·원료 사용에 부담이 크다는 문제도 있다. 즉,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기술적인 발전이 아직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역시 당장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고 탄소중립 산업으로 전환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사계절이 뚜렷해 일정한 날씨가 유지되지 않고, 지형적 한계가 있어 재생에너지 발전이 용이하지 않다. 또한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졌다. 재생에너지 환경과 산업환경에서 우리나라의 탄소중립은 출발점이 그리 좋지 못한 실정이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는 '무탄소에너지(CFE·Carbon Free Energy)'를 새로운 탄소중립 수단으로 제안했다. 재생에너지의 공급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원전, 수소,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와 같은 무탄소에너지원도 탄소중립 수단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무탄소에너지 도입은 화석연료의 중단을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아도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도록 경제·사회적 충격을 완화해 준다.

정부는 이를 위해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를 구축했고, 'COP28'에서 이의 확산을 제안했다. 결과적으로 'COP28' 최종 결과문에서는 '원자력, 저탄소 수소, CCUS 등 무·저탄소 기술 가속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렇다고 화석연료를 마음껏 써도 되는 것은 아니다. 'COP28'에서 화석연료의 전환 기한을 10년으로 잡았다. 또한, 탄소중립의 목표는 지하에 매장된 석유나 석탄 같은 탄소원을 더 이상 지상으로 꺼내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단지 무탄소에너지를 활용하여 에너지 효율화, 전기화, 자원 순환 등의 탄소중립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유예기간을 얻은 것이다.

화석연료 기반 사업은 석탄은 300년, 석유는 1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 발전했고, 천연가스 역시 이미 성숙기에 들어서 있는 사업 분야다. 이를 이제 막 시작된 탄소중립 제품이 온전히 기술개발만으로 화석연료 기반 제품을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술개발과 더불어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미국은 'IRA', 유럽은 'Fit for 55' 등 탄소중립 기술의 도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여, 탄소중립 설비 구축을 지원하고 탄소배출을 규제하고 있다. 이는 당장은 경제성이 부족하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탄소중립 기술을 조기에 상용화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 또한 탄소중립기본법, 수소법 그리고 최근 CCUS법을 제정하고,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국가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완전한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지지만, 당장 우리 앞에 나타나는 기후 위기 징조들은 보다 빠르게 그 길에 도달하기를 재촉하고 있다. 우리는 무조건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전략적으로 무탄소에너지를 확보하여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나아가 화석연료가 완전히 퇴출된 새로운 경제사회로 전환하는 두 갈래 길을 동시에 달려야 한다. 황동원 한국화학연구원 화학공정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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