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의 승리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fn기고]

이종윤 2024. 1. 16.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수호의 대리전, 대만 선거
 -친미 후보 당선, 중국의 삼전·영향력 작전 차질
 -중국, 힘을 통한 과격한 방법 구사할 가능성 커
 -美 중심 항행의 자유작전 VS 중국발 항행의 거부작전
 -바이든 대만 독립 부정 메시지는 중국 자극 자제 주문
 -대만, 외교 스탠스 지속은 인-태 전략 동력 유지 의미
 -중국, 위협 높여 대만이 안보 위기 촉발... 인식 조성 가능성
 -대만서 미중 대리전 심화 속 한미일 선거, 국제질서 수호의 모멘텀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2024년은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의 밀접한 상호작용을 확연히 보여주는 해가 될 것이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수호의 향배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선거가 주요국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새해 1월부터 대만을 필두로 그 서막이 올랐다. 대만의 총통 선거는 지금처럼 대만이 미국과의 결속을 이어가느냐, 아니면 노선을 변경해 중국으로 기우느냐의 갈림길 성격이 있었다는 점에서 국내정치가 국제정치와 직결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대만 문제는 더이상 양안문제가 아닌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수호의 대리전으로 변화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선거 결과 친미 성향의 라이칭더 민주진보당 후보가 친중 성향의 허우유이 후보를 누르고 총통으로 당선되었다. 그렇다면 라이칭더의 승리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향방은 어떻게 진행될까? 이를 위해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중국의 만회전략이 고강도로 구사될 수 있다. 중국은 이번 대만 총통선거를 미국의 대만 관여를 차단할 수 있는 전략적 모멘텀으로 여겨왔고 따라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삼전(三戰) 및 영향력 작전(Influence operations)을 구사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친미 후보의 당선으로 중국은 이러한 목표를 추진하는데 상당한 차질을 빚게됐다.

그렇다고 중국이 미국의 대만 관여 차단이라는 목표 자체를 변경할 리 만무하다. 중국은 목표를 변경이 아니라 방법을 달리할 것이다. 중국이 대만선거에 영향을 미쳐 친중 후보를 당선토록 유도하는 것은 선거라는 국내 제도를 역이용해 미·중경쟁에서 주도권을 갖도록 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런 국내 ‘제도(Institution)’를 통한 방법이 실패했기에 ‘힘(Power)’을 통한 방법을 보다 과격하게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제도’가 자신과 불리한 상황에 직면하면 ‘힘’으로 만회하려는 행태를 보여왔다. 지난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남중국해 영유권에 대한 중국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 재판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함정을 당 해역으로 투입하는 등 무력현시로 대응한 바 있다. 이러한 사례는 중국이 대만 해협의 해상과 해양 상공에서 무력현시를 높일 것이라는 예상을 적실하게 해준다. 이런 점에서 미국 중심의 항행의 자유작전과 중국발 항행의 거부작전은 더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된 바로 당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하고 나선 것은 중국의 만회작전을 완화하려는 차원의 전략적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친대만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중국에 던짐으로써 도발 가능성을 누그러뜨리면서 동시에 대만에도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는 던지지 말라고 주문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즉 ‘포스트 대만 선거’ 시기 국면 시작과 동시에 바로 국제질서 관리를 개시한 것이다.

둘째, 유사입장국 자유 수호연대의 방향을 단기적으로는 유지하게 됐다. 대만의 외교적 스탠스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은 인도-태평양 해역에서 규칙기반 질서를 지키는 유사입장국의 연대도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로 작용한다. 이는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서 수립한 인도-태평양전략이 계속 그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아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다양한 연대의 구속력과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되는 데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만약 선거 결과 대만의 대중노선이 변경되어 이를 명분으로 무력현시 없이도 중국이 대만에 대한 영향력을 높인다면 유사입장국이 대만 관련 대중국 견제를 높이는 것은 무의미해지거나 적어도 무기력한 상황에 직면했을 수 있다. 대만이 중국과 친밀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대만의 주권을 지켜내겠다고 유사입장국 연대가 목소리는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라이칭더의 승리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라는 현 국제원칙을 변경하려는 중국의 전략이 다소 주춤하는 변곡점을 맞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중국이 현상변경 노력을 중단하거나 약화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되레 라이칭더 당선으로 중국이 그 위협 수위를 높임으로써 대만 국민의 판단이 대만 안보 위기를 촉발시켰다는 인식을 갖도록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미국도 대응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미중 대리전 양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1차 방정식이 아닌 다차원 방정식과 복수의 퍼즐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더욱이 2024년 놓여있는 주요국의 국내 선거 일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한국, 미국, 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 치러질 선거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수호라는 퍼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모멘텀이 될 것이다.

정리=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