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라면까지"…농심은 왜 먹태깡 '재활용'에 나섰나

한전진 2024. 1. 16.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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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먹태깡큰사발면' 출시
'새롭고 익숙함' 동시에 전달
업계도 '히트 상품 리뉴얼' 바람 
농심 / 그래픽=비즈워치

농심이 '히트 상품' 먹태깡을 라면과 감자칩 제품으로 출시한다. 먹태깡의 인기를 라면 등 타 식품 카테고리로 이식하려는 시도다. 이런 신제품 출시 전략은 소비자에게 익숙하면서도 신선함을 주는 장점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흥행 실패 시도를 줄 일 수 있다. 앞으로 히트 상품 리뉴얼 바람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먹태깡 '비빔라면' 재탄생

농심은 지난 9일 용기면 '먹태깡큰사발면'과 스낵 '포테토칩 먹태청양마요맛'을 선보였다. 지난해 출시했던 먹태깡 특유의 짭짤·알싸한 맛을 용기면과 감차칩에 응용했다는 것이 농심의 설명이다. 농심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익숙하면서 새로운 이색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콜라보를 적극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먹태깡을 활용한 라면, 감자칩 /사진=농심

농심이 기존 스낵 맛을 활용해 라면 제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먹태깡큰사발면은 소스에 먹태깡의 주 원료인 북어, 마요네즈, 청양고추를 활용한 비빔면이다. 포테토칩먹태청양마요맛 역시 맥주 안주인 감자칩에 먹태청양마요 소스를 가미했다. 먹태깡이 개척한 '어른용 안주 스낵'의 명맥을 앞으로도 이어갈 계획이다. 포테토칩먹태청양마요맛은 이날부터, 먹태깡큰사발면은 오는 22일부터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된다. 

현재 두 제품은 SNS와 인터넷커뮤니티에서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출시됐던 먹태깡의 인기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먹태깡은 새우깡 등 농심 '깡' 시리즈의 6번째 제품이다. 현재까지도 당근마켓에서도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을 정도다. 이런 먹태깡을 라면, 감자칩으로 만든다는 소식에 대중의 '호기심'이 커졌다는 이야기다.

먹태깡 라면의 속내는

이들 신제품의 출시 목적은 먹태깡의 인기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 있다. 먹태깡은 출시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편의점, 마트 등에서 구하기 힘든 제품이다. 이달 9일 누적 판매량 1300만봉을 돌파했다. 그 사이 '노가리칩(롯데)', '먹태이토(유앤아이트레이드)', '빠세청양마요맛(해태)' 등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농심은 먹태깡의 인기를 타 카테고리에 이식하고 '미투' 제품 속에서 원조의 존재감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 그래픽=비즈워치

이는 농심의 히트 제품 리뉴얼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기존 장수 브랜드, 히트 상품의 연계 상품을 선보여 소비자 관심을 집중시키겠다는 의도다. 농심이 지난해 먹태깡과 함께 선보인 '신라면 더 레드'가 대표적이다. 스코빌지수(매운맛 측정 수치)가 7500으로 기존 신라면(3400)의 2배가 넘는다. 농심은 이후에도 기존 안성탕면 제품을 리뉴얼한 '순하군 안성탕면'도 내놨다.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아 스코빌지수가 0인 제품이다. 

농심의 이런 전략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기존 제품에 새로운 트렌드를 입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현재 먹태깡과 신라면 더레드의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MZ세대다. 이들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뉴미디어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만든 먹태깡 구매기, 매운 라면 챌린지 등 콘텐츠는 제품 흥행의 배경이었다. 

히트 상품 리뉴얼 바람

히트 상품에 기대는 것은 농심뿐만이 아니다. 현재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활용한 여러 연관 상품을 내놓고 있다. '로제붉닭' 등 그 종류만 20가지가 넘는다. 롯데웰푸드도 지난해 대표 스낵 제품인 '꼬깔콘'을 '매콤달콤한맛' 등으로 리뉴얼했다. '빅 사이즈 초코파이'도 내놨다. 출시된 지 44년이 된 초코파이의 중량과 크기를 키운 것이 특징이다. 

식품업계의 리뉴얼 바람은 경기 불황과 연관이 있다. 소비자들은 불황에 신제품보다는 기존의 익숙하고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주머니가 얇아지면서 낯선 것은 잘 선택하지 않는다. 기업 역시 신제품 출시는 마케팅과 제품 개발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흥행 실패에 따르는 리스크도 크다. 반면 리뉴얼은 다르다. 기존 히트 제품의 인지도를 이용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롯데 '빅 초코파이' / 사진=롯데웰푸드

물론 이런 움직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가 기존 히트 상품에만 의존하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우려다. 쉽게 말해 '모험'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주요 신제품 발굴이 후 순위로 밀린다. 대신 반짝인기를 얻기 위한 연관 상품만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오히려 소비자에게 피로감만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 인상 등 업계가 힘든 시기에 직면하면서 기존 제품의 인지도를 활용하려는 리뉴얼 마케팅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령화하는 인구 구조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전략은 소비자에게 익숙하면서 신선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지만 계속되다 보면 오히려 식상함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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