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메스 잡는 의사들…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 밖에 못한다
복지부 "'음주 진료' 행정처분 강화 추진…상반기 내 완료"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서울 강동구의 한 종합병원에서 저녁에 술을 마신 20대 의사가 얼굴 상처 봉합수술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음주 수술'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과거에도 음주 수술 사고가 발생했지만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행 의료법상 음주 의료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16일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11시 강동구 소재 종합병원에서 음주 상태에서 수술을 한 20대 의사를 적발됐다. 당시 A씨는 60대 남성 얼굴 상처를 꿰매는 수술을 집도했다. 수술 직후인 오후 11시55분쯤 환자가 경찰에 "수술한 의사가 음주 상태인 것 같다"며 신고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혈중 알코올 감지기로 확인한 결과 A씨는 음주를 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경찰은 A씨를 입건하지 못했다. 현행 의료법상 '음주 의료 행위'를 형사 처벌하는 규정이 별도로 없기 때문이다. 의료법 제66조에선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 보건복지부 장관이 1년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도 "음주 의료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라 구청에 통보한 것 외엔 경찰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의사들의 음주 의료행위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4년 인천의 한 병원에서 음주를 한 성형외과 전공의 의사가 턱이 찢어져 응급실로 온 3세 A군을 봉합수술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의사가 아이 턱 3바늘 꿰맸으나 제대로 봉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의 부모는 의사에게서 술냄새가 난다며 신고했고, 경찰은 음주 감지기로 술을 마신 사실을 감지했다. 결국 해당 병원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의사를 파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2020년 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술 취한 의사가 만삭 임부의 제왕절개 수술을 했지만 태아는 끝내 사망했다. 당시 의사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8%, 음주운전으로 치면 운전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해당 의사는 여전히 의사 면허를 갖고 진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음주 상태로 진료를 하다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업무상 과실치상 또는 과실치사 등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이 역시도 쉽지만은 않다.
음주 상태에서 행한 의료 행위와 상해·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 전문적이고 폐쇄적인 의료행위 특성상 환자나 환자보호자가 어떤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지 인식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의료진이 작성한 진료기록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2023년까지 음주 상태로 의료 행위를 하다 적발돼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는 9명으로, 모두 1개월 정지 처분을 받았다. 접근 가능한 인력이 한정된 수술실 특성상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례들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음주 의료행위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20년 복지부에 별도 규정을 마련해 행정처분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인 상황이다. 현재 음주 의료행위는 '그 밖의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분류해 '자격정지 1개월' 행정처분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의료인들에 대한 사회적인 눈높이도 많이 높아졌고 과거에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사항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공감하고 있다"며 "상반기 안에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음주와 관련된 의료행위 조항 등을 신설, 더 강화된 기준으로 행정규칙을 개정할 것"이라 말했다.
박호균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도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현장에서 음주 진료행위는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행동"이라며 "음주 의료행위를 할 경우 의료법상 면허자격정지나 임의적 면허취소사유 등까지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immun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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