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체연료 엔진 믿음성 확증” 자찬… 한·미·일 위협 고조

박수찬 2024. 1. 16.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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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초음속 IRBM 발사 성공 발표
2023년 11월 대출력 엔진 개발
1·2단 엔진 지상 분출 성공 발표
2달새 신뢰성 확보 수준 도달 분석
사실이면 킬체인 무력화 우려
고체연료로 재편 가능성도 커져
일각, 고도 등 미공개 ‘완성도 의문’

북한이 15일 신형 고체연료 추진체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것은 지난해 11월 IRBM용 대출력 고체연료 엔진을 개발하고 1·2단 엔진 지상 분출 시험에 성공한 뒤 약 두 달 만에 기술 신뢰성까지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다.

북한 미사일총국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난 14일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탄두부)를 장착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적이었음을 밝혔다. 미사일총국은 이번 시험발사 목적을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의 활공 및 기동 비행 특성과 새로 개발된 다계단(다단)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엔진)들의 믿음성 확증”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으로 볼 때 북한이 쏜 극초음속 미사일은 원뿔형 탄두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SBTM1
음속의 5배(시속 6120㎞)가 넘는 속도로 표적을 향해 날아가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매우 빠른 속도로 궤도를 변경하며 비행, 상대방의 미사일요격체계를 무력화할 능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는 2021년 9월, 2022년 1월 5일과 11일에 이어 네 번째다. 2021년 9월 첫 발사에선 액체연료를 담은 용기를 끼워 넣어서 사용하는 연료 계통 앰풀화의 안정성을 확증했다고 밝혀 고체연료와 맞먹는 발사 신속성 확보를 강조했다. 이번에는 고체연료를 사용해 지상 표적을 빠르게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한·미 연합군이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북한이 쏜 극초음속 미사일은 한·미·일 3국을 모두 겨냥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비행거리와 특성 등을 감안하면 한반도와 주변 지역이 위협 대상에 포함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시험발사는 한반도를 넘어선 표적에 대한 공격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 남부의 해군기지와 주일미군기지, 미군 전략폭격기가 머무는 괌 타격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미사일 전력이 김정일 시절의 액체연료 위주에서 고체연료로 완전히 전환되는 시점이 가까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체제 출범 후 북한은 고체연료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IRBM도 고체연료 방식을 사용해 쏘아 올림으로써 북한 미사일은 신속한 발사 준비가 가능한 고체연료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 미사일총국은 지난 14일 오후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를 장착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왼쪽부터 2024년 1월 14일에 발사된 고체연료 추진 극초음속 미사일, 2022년 1월과 2021년 9월의 액체연료 추진 극초음속 시험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일각에선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기술적 완성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북한은 이번 발사에 관련해 미사일 고도와 사거리, 기동 방식을 공개하지 않았다. 과거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기동 방식과 비행거리 등을 상세히 공개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빠른 속도와 더불어 궤도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기동성, 공기 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권을 오랜 시간 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열 등을 견디는 내구성 등을 갖춰야 하므로 개발 난도가 높다. 북한이 관련 기술의 개량 또는 검증을 위해 추가 발사를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국방부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북한의 이 같은 행태는 탄도미사일 기술 활용을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하에 북한의 다양한 활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원론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알고 있다”며 “우리는 관련 당사자들이 반도(한반도) 문제의 근본 원인을 똑바로 보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동함으로써 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 도발의 원인을 한·미에 돌리는 양비론이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를 경계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수찬·구현모·김예진 기자,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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