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산업 패러다임 바꿔… 故 조홍제 효성 창업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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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나이에 대학을 졸업하고 마흔이 넘어 사업에 입문했다.
스스로를 만우(晩愚·늦되고 어리석다)라고 불렀던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회장의 인생 여정이다.
조 회장은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그는 해방 직후 친구의 동생이었던 호암 이병철 삼성전자 창업회장과 동업해 삼성물산을 경영하며 기업가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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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 경남 함안군 백이산 자락에서 태어난 조 회장은 청년 시절 조국의 샛별을 꿈꿨다. 중앙고보에 재학 중이던 1926년 6월10일 순종황제 국장일을 기해 일어난 만세운동을 주동했다는 이유로 모진 옥고를 치렀다. 그는 이후 일본 유학길에 올라 호세이대학 경제학부에 입학한 뒤 고향 친구 몇몇과 자취를 시작한다.
조 회장과 친구들은 자취방에 동방명성을 뜻하는 '동성사'라는 이름을 붙이고 식민지의 어둠을 밝히는 조국의 샛별이 되자고 다짐했다. 조 회장은 이때부터 국가와 민족에 이바지하며 기업가로서 정도를 걷겠다는 생각을 가진다.
조 회장은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그는 해방 직후 친구의 동생이었던 호암 이병철 삼성전자 창업회장과 동업해 삼성물산을 경영하며 기업가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무역백과사전으로 통할 만큼 최신 지식을 쌓아가며 발로 뛰었던 조 회장 활약에 힘입어 한국 무역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앞서 국내 무역은 홍콩 상인들이 물건을 싣고 한국으로 돌아와 물물거래하는 바터(Barter)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 회장은 홍콩에 직접 물건을 싣고 가 바이어와 직거래하는 방식으로 거래하며 무역 패러다임을 바꿨다.
한국 무역 사상 처음으로 영국, 홍콩을 잇는 삼각무역 거래방식을 통해 수출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1953년과 1954년에는 각각 제일제당, 제일모직 설립을 주도하며 산업화를 통한 경제발전 기반 마련에 기여했다.
조 회장은 1962년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효성물산을 모태로 독자 사업을 시작하고 조선제분, 한국타이어, 대전피역 등 부실기업을 맡아 정상화했다.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을 물색한 끝에 1966년 동양나이론을 설립했다. 오늘날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효성의 섬유사업 역사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1960년대 한국은 자체 기술로 공장을 건설하지 못하고 외국 기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조 회장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한국 기술진이 주도해 공장을 짓도록 했다. 자체설계를 통한 증설이 가능토록 해 원가경쟁력을 높였다. 이후 동양폴리에스터 등 화학섬유 관련 계열사를 잇달아 설립해 일관생산체제를 갖추고 한국 화섬 산업발전의 획기적인 전환을 주도했다.
1975년에는 전력 송배전망 선진화를 위해 한영공업을 인수하고 효성중공업으로 개편하는 등 중화학공업에 진출, 20여개의 대기업군을 거느렸다. 효성그룹은 현재 섬유, 화학, 산업자재, 중공업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삼성과 효성은 1981년 포춘지가 뽑은 세계 500대 기업에 속했다. 조 회장은 한 생애에 두 개의 기업을 세계 500대 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유일한 기업가로서 한국기업사에 빛나는 성공신화를 남겼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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