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겨울’ K-게임의 생존템은?
한마디로 답답하다. 매출과 수출은 역성장 기조가 역력하고, 신작 효과가 사라진 뉴스라인을 연초부터 서비스 중단과, 정리해고 소식이 메우고 있다. 성장을 이끌어 온 ‘MMORPG 강점’이 언제부터인가 한국게임산업(K-게임)의 발목을 잡는 형국.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K-게임이 침체기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음이 요란하다.
■ 매출·수출 역성장 기조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펴낸 ‘2023년 상반기 콘텐츠 산업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게임 산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9% 감소한 9조3980억원으로 집계되며 반기 매출 10조원이 무너졌다. 전체 콘텐츠 산업 매출이 증가한 가운데 게임 산업은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수출액 역시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한 34억4601만달러(약 4조5190억원)로 파악됐다. 전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이 기간 소폭(1.3%) 증가한 53억8597만달러(약 7조631억원)로, 콘텐츠 산업 수출액의 60% 이상을 차지해 온 게임 산업 성장이 둔화하면서 K콘텐츠 수출 확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1500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와 159개 상장사 분석을 거쳐 작성된 이번 보고서는 “대작 부재와 ‘리니지 라이크류 게임’(한국형 MMORPG)의 부진으로 게임산업 전반에 침체가 시작됐다”며 “새로운 돌파구를 보유한 게임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침체가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중국 등 경쟁 국가의 게임의 수준 향상으로 해외시장의 벽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그 동안 K-게임이 강점을 갖고 있는 모바일 MMORPG 시장이 레드오션화 하고 있다는 분석이 뼈아프다.
■ 구조조정 한파까지
시장 상황이 녹록지않게 흐르면서 업계에는 수익성 낮은 게임 서비스를 중단하고, 개발팀, 자회사를 정리하는 등 체질개선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 법인을 오는 2월15일 정리하기로 결정한 뒤 70여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엔트리브가 개발·운영하는 ‘트릭스터M’, 야구게임 ‘프로야구H2·H3’도 서비스가 종료된다.
라인게임즈는 6년 가까이 공들여 준비해온 ‘퀀텀나이츠’ 개발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지분 44%를 보유한 개발사 스페이스다이브게임즈의 임직원 100여명이 모두 퇴사했다. 라인게임즈는 지난해에도 전체직원 10%에 해당하는 인력에 대해 권고사직을 진행한데 이어, 올해는 출시 한달이 채 안된 ‘창세기전:회색의 잔영’ 개발자회사 레그스튜디오 콘솔 개발팀 해체 결정을 내렸다.
‘소울워커’를 만든 중소 개발사 라이언게임즈도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후 제작진 60여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으며, ‘승리의 여신: 니케’ 흥행을 앞세워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시프트업은 지난해 7월 ‘데스티니 차일드’ 서비스 종료를 발표하며 개발팀 희망퇴직을, ‘블랙핑크 더 게임’ 개발사인 테이크원컴퍼니도 50여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이밖에 엔씨와 넷마블이 해외 지사를 재정비하고, 컴투스가 메타버스 관련 자회사 컴투버스의 조직을 축소하는 등 나서는 등 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 반전 키워드는 글로벌·콘솔
경고음이 울린 K-게임의 반전 키워드로는 역시 ‘글로벌’과 ‘콘솔’이 꼽힌다. 레드오션으로 바뀐 국내 게임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승부를 내야 하는 절박함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P의 거짓’과 ‘데이브 더 다이버’로 가능성을 확인한 K콘솔 게임의 글로벌 도전은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엔씨는 3인칭 슈팅 게임 ‘LLL’과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 ‘배틀 크러쉬’, 인터랙티브 어드벤처 게임 ‘프로젝트M’을 콘솔 플랫폼용으로 개발하고 있다.
넥슨은 루트슈터 장르의 ‘퍼스트 디센던트’, 협동 총싸움 게임 ‘아크 레이더스’를 콘솔용으로 준비중이다. 이중 ‘퍼스트 디센던트’는 개발 자회사 넥슨게임즈가 3인칭 슈팅 전투에 RPG(역할수행게임) 플레이를 결합해 만들고 있는 트리플 A급 게임으로, 상반기 출시가 예상된다.
넷마블은 자사 대표 IP인 ‘일곱 개의 대죄’를 기반으로 한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콘솔 등 멀티플랫폼 게임으로 개발중이며, 시프트업은 PS5 독점 타이틀 ‘스텔라 블레이드’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펄어비스 ‘붉은사막’의 올해 출시 여부와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 ‘도깨비’의 개발 진척 상황 공개도 주목거리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불황 장기화로 업계가 비용구조를 효율화하고 글로벌을 겨냥한 신작 출시로 반등 기회 모색에 나설 것”이라며 “특히 생존을 위해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주류인 콘솔 게임 시장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진호 기자 ft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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