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선물세트?' 임대사업자 콧방귀 이유
줬다가 뺐더니 '소급적용 없이' 혜택 재부활
민특법 통과도 안갯속…정책 신뢰도 '뚝'
"(정책이) 왔다 갔다 하는 건 저희 잘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1·10대책 백브리핑 자리에서 단기 등록 임대 부활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관계자가 한 얘기입니다. 정부가 그간 주택임대 사업자에게 지원 혜택을 줬다가 도로 뺏는 등 '오락가락'했던 정책적 실수를 인정한 셈이죠.
그러면서 앞으로는 민간임대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도 덧붙였죠. 과연 임대 사업자들이 이번에도 정부의 약속을 믿고 다시 적극적으로 임대 사업에 나설 수 있을까요?
임대시장 공급자냐, 투기꾼이냐 '오락가락'
주택 임대 사업자 제도는 문재인 정부에서 격변을 겪은 뒤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민간 임대인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권이나 집값에 따라 임대 사업자를 '전월세시장 공급자'라 치켜세우기도, '투기꾼'이라며 흘겨보기도 했거든요.
거슬러 올라가 볼게요. 문재인 정부는 초기인 2017년만 해도 임대 사업자에게 각종 세금 감면을 확대하며 임대 사업 활성화 방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임대 사업자를 안정적으로 전월세를 공급하는 공급원으로 본 거죠. 집을 여러 채 사는 것을 어렵지 않게 해주는 대신 그 집을 임대로 돌리게끔 유도한 거죠.
하지만 1년 만에 태도가 확 바뀌었습니다. 집값이 오르자 줬던 혜택을 일부 뺏기 시작한 겁니다. 2018년 9·13대책에선 양도소득세 중과 및 종합부동산세 배제 혜택을 축소했고요. 2019년 12·16대책에선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줄이고 규제지역 거주 요건도 신설했습니다.
가장 큰 전환점은 2020년 7·10대책이었습니다. 기존 단기 임대주택 의무 기간을 종료해 사실상 단기 임대를 폐지하고 전세보증금보험 가입도 의무화했거든요. 혜택은 뺏어가고 의무만 늘린 거죠. 참다못한 임대 사업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대한주택임대인협회가 만들어지기도 했죠.
정부가 임대 사업자를 '집값 상승의 원흉'으로 겨냥한 셈입니다. 다주택자들이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임대제도를 악용하고, 그 과정에서 집값도 올렸다고 본 거죠. 하지만 정부가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한 대상은 임대 사업자 말고도 여럿 있었습니다.
정부의 화살 끝은 2019년엔 초고가 아파트 및 부동산 중개업소 담합, 2020년엔 가구 분화 및 저금리, 2021년엔 기대 심리 및 투기 수요 등으로 수차례 옮겨갔죠. 결국 매수자, 투자자, 불법거래자를 비롯해 인구 및 거시경제 상황까지 시장 불안의 원인 하나하나를 모두 맞서 싸울 적으로 삼은 거죠. ▷관련기사: [기자수첩]이번엔 00가 집값 상승 주범이라고요?(2021년7월30일)
물론 이해는 갑니다. 정부 입장에선 갖은 대책을 써도 집값이 잡히질 않으니 꺼낼 수 있는 규제 카드는 다 내놓은 거겠죠. 하지만 끝날 것 같지 않던 집값 상승세도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2022년 고금리, 경기 침체 등으로 집값 상승세가 꺾인 거죠. 그 뒤 부동산 시장에 경착륙 우려가 나오고 정권 교체까지 맞물리자 정책 방향도 '완화'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임대 사업자 관련해선 지난 2022년 말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 장기 임대(10년) 부활, 신규 아파트 매입 임대 사업자 취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제시했고요. 지난해 3월24일에 관련해서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이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1·10대책(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에선 아파트를 제외한 소형 주택의 단기 등록 임대 재개, 임대보증 가입 여건 개선, 소형 주택 임대 등록 시 세금 감면 혜택 등을 담았습니다. 임대 사업자들의 숨통을 제대로 틔워 주겠다는 거죠.
이러다 또 뺏길라…"정책 신뢰성부터 찾아야"
정부가 임대 사업자를 대하는 태도가 확 달라진 게 느껴지시나요? 공급 부족, 전셋값 상승 등 불안한 임대차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선 민간 임대 사업자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고 다시 임대 등록 활성화를 정책 목표 앞에 세운 거죠.
하지만 임대 사업자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가뜩이나 오락가락 정책으로 신뢰성이 저하된 상태인데 시장의 기대만큼 유인책이 부족한 데다 소급 적용은 쏙 빠졌기 때문이죠.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비아파트는 시세차익이 많이 나는 주택 유형이 아니기 때문에 임대 등록 시 양도세보다 종부세 합산 배제, 취득세 감면 등이 더 필요하다"며 "그러나 면적 제한이 있고 소형 주택은 이미 주택 수 포함되지 않는 부분(비규제지역 종부세 합산 배제 등)도 있어서 새로 도입한 대책이 얼마나 유인이 될까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임대보증 의무가 해결되지 않으면 매입해서 등록하기 어렵다"며 "실제로는 대부분 투자 목적으로 임대를 놓는데 갑자기 일부 보증금을 돌려주게 생기면서 경제적 여력이 바닥나고 있다"고도 우려했습니다.
소급 적용이 안 되는 점이 가장 문제로 꼽힙니다. 이번 대책에 따른 지원책은 '신규 취득분'에 대해서만 적용되는데요. 앞서 정부 말만 믿고 임대 등록을 했다가 혜택을 뺏긴 이들이 더러 있는 상황에서 소급 적용을 해주지 않으면 해당 사례가 선례가 되어 신규 임대 등록을 꺼리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지난해 발의된 민특법 개정안이 여전히 계류 중이고요. 이번 대책에서 나온 방안들도 민특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 말만 해놓고 결국 개정이 안 돼 섣불리 등록했다가 손해만 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요.
성 회장은 "가장 큰 문제는 등록 임대 제도에 대한 신뢰가 바닥까지 무너진 것"이라며 "의무는 늘리고 혜택은 줄이는 경험을 모두가 했고 언제 뒤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소급 적용 등 안전장치와 신뢰성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 만큼 안정적인 임대 공급을 위해선 정책의 연속성, 나아가 영속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박사는 "양질의 주택이 임대주택으로 저렴하게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시장 변동에 따라 정책이 이랬다 저랬다 하니 신뢰가 안 가는 상황"이라며 "혹시 정책이 변한다고 해도 기존 임대 사업자들은 빠져나올 수 있도록 출구전략을 제시하는 식으로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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