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오퍼 거절→마이너 계약 자처…"이 남자 멋지다" 극찬 받은 日 70승 투수의 낭만 넘치는 '위대한 도전'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밑에서부터 올라가는 것이 나 답다"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는 15일(이하 한국시각) 탬파베이 레이스와 스플릿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입성에 도전장을 내민 우와사와 나오유키와 '단독 인터뷰'를 전했다.
지난 2011년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에서 니혼햄 파이터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우와사와는 통산 173경기에 등판해 70승 62패 평균자책점 3.19의 성적을 남긴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닝 소화 능력이 좋다는 장점을 바탕을 앞세워 '꿈'을 향해 한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경쟁력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탓에 팬들로부터 비판, 비난을 받았다.
"무엇을 하던, 그러한 의견들은 나올 수 있다. 우려가 적어지도록 내가 바꿔나가야 한다"는 각오를 바탕으로 우와사와는 메이저리그 6개 구단의 관심 속에서 빅리그 입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예상보다 반응은 냉랭했다. 현지에서 한차례 보도가 나왔던 탬파베이 레이스를 제외하고는 우와사와와 연결되고, 관심을 갖는 구단들의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다. 그리고 포스팅 마감 12일 오전 7시를 지나서도 우와사와의 계약 소식을 전해지지 않았다.
차가운 시선 속에서 빅리그 입성이 실패로 귀결되는 듯했던 우와사와의 계약 소식이 들린 것은 포스팅 마감이 무려 3시간 57분이 지난 후였다. 탬파베이가 우와사와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초청 자격이 포함된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는 것을 공식발표했다. 따라서 우와사와는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와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 마쓰이 유키(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비해서는 박한 평가를 받았지만, '꿈'을 쫓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점이 있었다. 우와사와는 공개되지 않은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빅리그 오퍼를 받았었다는 것이다. 일본 '데일리 스포츠'는 당시 "관계자에 따르면 우와사와는 여러 구단으로부터 메이저리그 계약을 거절하고, 탬파베이의 마이너리그 계약을 선택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탬파베이와 계약 형태는 메이저리그 승격 이후 연봉이 상승하는 스플릿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우와사와의 계약은 다소 독특하다.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을 통해 빅리그 무대를 밟게 될 경우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인 74만 달러(약 9억 7800만원)가 아닌, 옵션을 포함해 총액 350만 달러(약 46억원)를 받게 된다. '스포니치 아넥스'에 따르면 보장금액은 250만 달러(약 33억원)다.
우와사와가 빅리그 계약을 뿌리치고 탬파베이와 '스플릿 계약'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스포니치 아넥스'의 단독 인터뷰에 따르면 우와사와는 "에이전트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니 탬파베이게 내게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나도 다른 선수들이 탬파베이로 이적하면서 굉장히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보면서, 탬파베이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 문을 열었다.
계속해서 우와사와는 "온라인 면담을 통해 카일 스나이더 투수코치를 비롯해 투수 디렉터, 애널리스트, 피치 디자이너 등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렇게 던지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슈나이더 코치가 '우리는 투수와 수비에서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자신감이 있다고 느꼈고, 내가 앞으로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소 어려운 길이지만, 이를 이겨냈을 때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탬파베이를 택한 셈이다.
사실 스플릿 계약으로 탬파베이에 입단하는 선택이 쉽지는 않았다. 우와사와는 "메이저 계약으로 평가를 해주는 구단이 있어서 기뻤던 것은 사실이다. 보장된 연봉도 메이저와 마이너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가족이 있기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메이저든 마이너 계약이든 나는 1년 안에 승부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내년이 없다. 이를 생각했을 때 탬파베이에서 뛰면 레벨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올해 좋은 결과를 남기고, 내년에 제대로 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2024시즌에 승부를 보겠다고 다짐한 만큼 우와사와는 당분간 가족과 떨어져서 야구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아내도 어려웠겠지만, '네가 하고 싶은 곳에서 뛰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해줬다. 단년 마이너리그 계약이라 일단 혼자 미국에서 생활할까 생각 중"이라며 "어떻게든 좋은 성적을 남기고, 내년에는 다년의 큰 계약을 맺어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와사와는 "나는 원래 밑에서부터 올라온 선수다. 드래프트도 하위 라운드였기 때문에 몇 년 동안 결과를 남기지 못하면 해고될 것 같았다. 특히 큰 부상(2019년 왼쪽 슬개골 골절)을 당하기도 했다. 밑에서부터 올라가는 것에 익숙하다. 나는 그런 삶이라고 생각하고, 그게 나 답다고 생각한다. 야마모토와 이마나가가 좋은 계약을 맺었는데, 나는 지금 야구 인생의 시험을 받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대가 되고, 설렌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신인드래프트 6라운드에서 출발해 오타니 쇼헤이와 아리하라 코헤이(現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떠난 이후, 니혼햄의 선발 로테이션을 든든하게 지켜냈던 우와사와. 그가 일본 시절처럼 미국에서도 밑바닥에서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까. 우와사와의 쉽지 않은 도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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