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그림 ‘여성 구분’하면 ‘성 평등’인가요
되레 고정관념만 강화 우려
“성중립적 디자인이 대세”

정부가 ‘성 평등’을 위해 비상구 유도등 픽토그램에 여성 도안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오히려 성 평등에 역행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기 위해 성별의 특징을 부각할 경우 성 역할이나 정체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15일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성 평등의 가치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는 의제가 제기돼, 여성 도안을 비상구 유도등 픽토그램에 추가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도안의 구체적인 형태는 추후 전문가 검토 등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라고 했다.
기존의 픽토그램이 ‘남성이 바지를 입고 뛰어가는 모습’이라 여성 도안을 추가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는 것이다. 해당 소식이 처음 알려진 지난 12일 온라인상에선 이미 ‘치마 입은 여성 도안’까지 나돌았다. 당시 행안부는 “해당 도안은 정부 시안이 아니고 임의로 제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이 과연 ‘성 평등’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나온다. 픽토그램에 남성과 여성의 도안이 모두 들어갈 경우 성별을 구분 짓기 위해 색깔이나 복장, 행동 특성, 신체적 특징이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성 역할이나 정체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오히려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장미현 젠더공간연구소장은 “과거 수유실 픽토그램의 경우 여성이 아이를 안고 있는 형태였는데, 이는 돌봄과 육아는 여성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을 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기호나 상징이 사회적 무의식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2019년 실시한 조사에서 바꾸고 싶은 성차별적 공간으로 ‘여성은 분홍, 남성은 파랑으로 표현된 공간’(21.1%)과 ‘여성은 보호자, 남성은 작업자 등 성 역할 고정관념 표지판’(8.6%) 등이 꼽힌 바 있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성별 특징을 부각하지 않는 ‘성중립적’ 디자인이 오히려 성 평등에 부합하는 디자인으로 인정받는 추세다.
장 소장은 “대중교통의 임산부 배려석처럼 특정 성별이 이용하는 공간이 아닌 일반적인 시설물의 경우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배제하고 공간의 기능만을 직관적으로 전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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