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알리지옥, 테무지옥에 빠졌나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최근 우리나라 시장에서 급격히 세를 확장 중인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에 이어 '테무(TEMU)'도 무서운 진격을 보이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작년 3월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한다며 배우 마동석 씨를 홍보 모델로 기용하고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내놨을 때만 해도 의아해하는 반응들이 많았다. 중국 앱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높은 데다 이미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굳어져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의구심을 깨뜨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들 두 기업은 작년에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 순위에서 나란히 1, 2위에 올랐으며, 12월 말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알리익스프레스 713만 명, 테무 453만 명으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사용자는 천만 명을 훨씬 넘기며 쿠팡에 이어 단숨에 2위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는 사이에 얼마 전까지 매일 쿠팡에서 상품을 사는 부인에게 잔소리를 하던 남편들이 요즘은 오히려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에서 매일 물건을 사면서 아내에게 잔소리를 듣는 신세가 되었다는 인터넷 글이 자주 눈에 띈다. 한번 들어서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는 소위 '알리지옥', '테무지옥'에 빠진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유통시장이 중국 기업에 급속도로 잠식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는 세계적인 대기업이다. 2024년 1월 15일 현재 나스닥에 상장된 테무를 운영 중인 '핀둬둬'의 시가총액은 260조 원이나 되고, 홍콩에 상장된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은 240조 원이다. 핀둬둬의 2대 주주는 텐센트(시가총액 460조 원)로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서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맞붙은 형국이다. 참고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쿠팡의 시가총액은 39조 원이고, 코스피의 이마트 시가총액은 1조 9000억 원이다.
소비자들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가격 경쟁력'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앱에 접속해 보면 쿠팡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되는 비슷한 물품의 가격이 최소 절반에서 많게는 5분의 1 수준에 판매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심지어는 동일한 제품도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보조금이나 물류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초저가 전략을 쓰고 있는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의 기세는 더욱 놀랍다. 테무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제치고 2023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이다. 더욱이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미국 소비자가 아마존에서 하루 평균 10분을 소비하는데 비해, 테무에서는 18분을 보내며 1위를 차지했으며, 특히 젊은 사용자가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익스프레스는 11분으로 2위다.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로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아이러니다.
이들 기업은 모기업과 주요 주주가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이라 플랫폼의 운영과 공급망 관리가 굉장히 뛰어나고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면서 세계시장을 빠르게 공략하고 있다. 아울러 고객들은 워낙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품질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고, 오히려 가격 대비 고품질의 상품이 배송되면 보물을 찾은 듯한 희열을 느끼기 때문에 계속 사이트에 머물면서 '보물찾기'에 열중하게 된다. 하지만 무료 배송, 무료 반품에 엄청난 물량의 할인 쿠폰까지 제공하는 마케팅 전략이 과연 지속가능할까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구체적으로 이들 플랫폼에 열광하는 이유는 크게 일곱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평상시에도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자랑하지만 명절, 크리스마스, 블랙프라이데이 프로모션을 통해 더욱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더욱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둘째, 쇼핑에 게임이나 도박의 요소를 가미하여 고객의 흥미를 유발시켜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을 극대화한다.
셋째, 이메일로 간편하게 가입이 가능하다. 해외 직구지만 배송을 위해 복잡한 절차 없이 그냥 한국에서 쇼핑하듯이 한국어로 주소를 적으면 된다. 카카오페이로도 간단히 결제할 수 있다. 넷째, 모든 주문에 대해 무료 배송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심지어는 1000원짜리도 공짜 배송을 해준다. 다섯째, 상품이 분실, 파손되었거나, 소비자가 원하면 무료 반품과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
여섯째, 구매한 상품의 가격이 인하된 경우 그 차액을 보상한다. 일곱째, 다양한 제품들이 있다는 것이다. 뭔가 이런 제품들이 있으면 좋겠는데 싶어 네이버나 쿠팡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것들이 조금만 찾아보면 있는 경우가 많다. 소위 있으면 편할 것 같은데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것들이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단점도 지적되고 있는데, 대략 여섯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명품이나 타 브랜드의 짝퉁이나 유사한 디자인으로 지적재산권 침해의 우려가 높다. 둘째, 사이트는 한국어를 잘 지원하지만 제품에 대한 상세 설명이 아쉬운 면이 있다. 셋째, 아무래도 해외 직구라 배송이 국내보다는 당연히 느리다. 급한 게 아니면 큰 단점이 아니지만 로켓 배송에 익숙한 사람들이 느끼는 가장 큰 단점이다. 보통 3~7일 걸리며 길면 14일 정도까지도 소요된다.
넷째, 대체로 가격 대비 무난한 퀄리티를 자랑하지만 질이 아주 낮은 것도 존재한다. 다섯째, 처음에는 고객센터의 응대가 굉장히 빠르고 친절했지만 고객이 늘어나면서 컴플레인이 증가하고 있다. 여섯째, 해외 직구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관세청의 '개인통관고유번호'를 발급받아 등록해야 한다. 하지만 한 번만 등록하면 모든 사이트에서 계속 쓸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 불어닥친 고물가와 경기 침체 속에서 '억만장자처럼 쇼핑하기'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유통 질서를 파괴하는 수준의 초저가 전략으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정확하게 파고들며 새롭게 등장한 유통 골리앗과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하는 다윗의 신박한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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