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 인서울, 준강남 가줘야죠…외지인 아파트 원픽은 강동·송파구
송파·강동 외지인 매입 10년새 2배
강북 마이너스피 VS 둔촌주공 5억 웃돈
분양가 규제가 양극화 부추긴 측면도
“금리인하땐 강남·서울 등 급등할 것”
서울 강동구의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고덕그라시움’ 단지 내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정미현 대표는 거래량이 꺾인 하반기에도 꾸준히 매매를 중개했다. 서울 외 지역에서 오는 손님들 덕분이다. 정 대표는 “주로 30·40대 등 젊은 층들인데, 아무래도 서울 진입과 미래 가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목표가 여기서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외지인(비서울 거주자) 매입 비중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 내에서도 지역간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강동구와 송파구 등 준강남에서 외지인 매입 비중이 지난 10년간 2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일부 외곽지역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15일 매일경제가 한국부동산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현황’을 분석 결과, 지난해(1~11월 기준) 외지인 매입 비중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강동구(29.5%)와 송파구(29.4%)로 집계됐다. 이 지역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거래 10건 중 3건은 외지인들이 매입한 것이다. 강북구(36.9%), 관악구(35.2%), 마포구(30.6%) 등이 비율 자체는 더 높게 나타났으나 절대 수치가 적거나, 법인 또는 공공기관 등 개인 차원이 아닌 거래가 상당 부분 차지한 점을 고려했다.
2013년만 해도 이들 지역 아파트의 외지인 매입 비중은 송파구가 16.7%, 강동구는 15.1%에 불과했다. 10년 만에 외지인 비중이 갑절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반면 금천구는 같은 시기 20.3%에서 19.0%로 오히려 외지인 매입 비중이 하락하는 등 일부 외곽지역은 외면받았다.
강동·송파 인기는 준강남지역으로서 저렴한 가격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아파트 평균 가격은 송파구가 약 18억4000만원, 강동구는 약 12억4000만원선이다. 강남구(약 25억4000만원), 서초구(27억5000만원)와 격차가 크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강남에 인접한 우수한 입지이면서도 강남보다는 진입이 쉬워 경기도나 지방 사람들이 차선책으로 잠실지역을 많이 선택한다”고 말했다. 김인섭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강동구 지회장은 “고덕지구 신축이나 명일동 재건축 추진 단지 등에 외지인들 투자가 많이 몰리는 것으로 안다”며 “실거주 의무만 풀리면 둔촌주공에도 많은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가장 비싼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구(23.3%)와 서초구(23.5%)의 외지인 매입 비율은 서울 평균(24.7%)을 밑돌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금액이 높고 재건축 단지 등 많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외지인들이 갭투자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전용 84㎡ 입주권은 19억6000만원에 거래 신고됐다. 매물에 따라 추가 분담금을 고려해도 분양가 대비 5억원 이상 웃돈이 붙은 셈이다. 분양 때 분양가 규제를 받았던 이 단지는 지난해 초 입주권이 15억원대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도 4억원 가까이 뛰었다.
반면 강북에서는 오히려 분양가보다 더 낮은 금액(마이너스 프리미엄)에 분양권 매물이 나오는 단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북구 한화포레나미아는 전용 80㎡ 분양권이 기존 분양가보다 3000만원 더 낮은 금액으로 매물이 나왔다. 이상우 인베이드 투자자문 대표는 “강남권은 구축 아파트들 시세가 회복해 분양가 프리미엄도 같이 따라 올라가지만, 강북권 회복세가 강남권에 비해 저조해 프리미엄이 낮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남3구와 용산구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니 프리미엄 격차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특히 이런 분양가 규제가 되려 유망 지역을 낙점하는 효과로 쏠림 현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반면 서울시민의 외지 아파트 매입 비중은 최근 3년간 급감했다. 지난 2021년 8.9%에 달하던 서울 거주자의 외지 아파트 매입 비중은 지난해 5.3%로 떨어졌다. 서울 사람들이 서울 외 지역에서 가장 많이 찾는 경기도에서 서울 거주자가 사들인 비중은 2021년 18.9%에서 지난해 12.9%로 급감했다. 인천 아파트도 서울 거주자 매입 비중이 같은 시기 12.7%에서 8.0%로 감소했다.
두성규 목민경제연구소 대표는 “서울 사람들이 예전처럼 경기·인천을 사들이는 게 아니라, ‘결국 수요는 서울로 몰릴 것’이란 판단으로 외지 아파트 매입을 자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수요가 몰리는 지역의 가격 폭등 가능성도 우려한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서울처럼 공급이 한정돼있는 지역에서 대기수요가 집중되면 그 간극이 더 벌어져 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두 대표는 “올해 금리인하가 이뤄져 주택시장이 회복되면, 서울·수도권이든 서울 내 특정 지역이든 양극화의 상단은 더 빠르게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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