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피아·측근·외부인사’…후추위가 넘어야 할 3개의 산
‘투명성·공정성’ 흔들…선택 폭 좁아질 수도
“누군가 판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홀딩스 이사회 멤버 전원이 ‘초호화 해외 이사회’ 논란에 휩싸이며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의 그룹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작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후추위는 지난달 21일 출범과 함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핵심 가치로 내걸었는데, 이번 초호화 해외 이사회 논란은 사실상 이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사태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후추위가 어떤 선택을 하든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누군가 판을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이번 포스코 호화 해외 이사회 의혹을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로 이첩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어렵고 복잡한 경제·금융 사건의 수사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조만간 최 회장 등 고발인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논란은 포스코홀딩스가 지난해 8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최한 이사회 비용 6억8000만원을 포스코홀딩스가 아닌 자회사인 포스코와 포스칸이 나눠서 집행했다는 것이 골자다. 경찰에 입건된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총 16명으로 여기에는 후추위 멤버 7명 전원이 포함됐다.
업계에선 후추위가 넘어야 할 장애물을 △포피아(포스코 마피아) △최 회장의 측근 △외부인사 등 크게 3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포피아는 좁게는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 넓게는 포스코 내부 엔지니어 출신을 의미하는 단어로 포스코그룹 내 핵심 기득권 세력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 20년 넘게 포스코를 이끌었던 회장이 모두 서울대 출신일 정도로 실체가 있는 세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체적으로 1998년 유상부(서울대 토목공학과) 전 회장 이후 이구택(서울대 금속공학과)·정준양(서울대 공업교육학과)·권오준(서울대 금속공학과) 회장 등이 모두 서울대 출신이었다. 현재 차기 후보로 거론되는 내부 인사 중에서도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인물들이 있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김지용 포스코 사장 둘 다 서울대 금속학과를 졸업했으며 광양제철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최정우 회장이 지난 2018년 회장에 선출됐을 때도 이 포피아 논란의 반사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최 회장은 당시 유력 후보로 주목받지 못하다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는데 오히려 비(非) 서울대, 비 엔지니어, 비 제철소장의 이력이 도움됐다는 것이었다.
최정우 회장의 측근이 최종 후보로 꼽힐 경우 국민연금, 즉 정권으로부터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는 KT 이사회는 지난해 3월 구현모 전 회장의 연임이 실패한 뒤 윤경림 전 사장을 최종후보에 올렸다. 그런데 윤 전 사장은 구 전 회장의 측근으로 지목되며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막판 사퇴를 결정했다. 현재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후보에 오른 내부 인사 7명 중에서도 몇몇은 최 회장의 복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후추위 입장에서는 KT 사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외부 인사를 회장으로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포스코그룹이 2차전지 소재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대대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다지만 여전히 핵심사업은 철강이 담당하고 있다. 철강업에 밝지 않은 외부인사가 경영키를 잡을 경우 본업 자체가 흔들릴 위험도 존재한다. 차기 포스코그룹 회장에 지원한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비철강 출신이라는 게 약점으로 지목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초호화 해외 이사회’ 논란에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포스코그룹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2인의 후보에 들지 못한 인물이 완전 판을 새로 짜기 위해 벌이는 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후추위는 “후보추천위원회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이득을 보려는 시도는 없는지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김성진 (ji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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