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뒷배' 생긴 한미약품…'한국형 비만약' 청신호 켜지나

전다윗 2024. 1.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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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한미약품 통합 결정…뚝심 있는 신약 개발 가능할 듯
수면 위로 떠오른 '경영권 분쟁'은 불안요소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한미약품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천명한 신약 연구개발(R&D)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OCI그룹과의 기업 통합으로 든든한 '뒷배'가 생긴 덕이다. OCI의 안정적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신약 개발을 뚝심 있게 추진할 동력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OCI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최근 통합 지주사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게 될 예정이다.

한미약품 바이오 분야 연구원들이 제조 공정에 관한 데이터를 확인하며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통합 절차가 끝나면 두 기업은 OCI홀딩스를 통합 지주사로 두는 하나의 기업 집단으로 거듭난다. 이우현 OCI그룹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는다. 한미사이언스는 제약·바이오 계열사를 거느린 중간지주사가 될 예정이다. 표면적으로는 OCI홀딩스가 한미를 품게 되는 셈이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제약·바이오 사업에 대한 주도권은 여전히 한미 측이 가지는 셈이다. 양사 역시 '인수'라는 표현 대신 '합병', '동맹' 등의 단어를 썼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으로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약품은 최근 R&D 중심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천명하며 강도 높은 체질 전환에 나선 상태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30여 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R&D를 꼽기도 했다. 속도감 있는 R&D를 위해 '한미약품 R&D센터'의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그동안 '바이오'와 '합성'으로 이분화됐던 팀을 '질환' 중심으로 바꿨다.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비만약'이다.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을 기치로 내건 '에페글레나타이드' 개발을 위해 '에이치오피(H.O.P)'로 명명한 그룹사 차원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에이치오피는 '폴짝 뛰다'라는 영어와 '자, 어서'를 뜻하는 불어에서 따온 이름이다. 에이치오피 프로젝트에는 임주현 사장을 필두로 한미약품 R&D센터와 신제품개발본부, 전략마케팅팀, 평택 바이오플랜트, 팔탄 제제연구소, 원료의약품 전문기업 한미정밀화학 연구진들이 대거 참여한다. 비만 관리를 차세대 핵심 성장동력으로 구축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총집결한 셈이다.

한미약품 본사. [사진=한미약품]

문제는 자금력이다. 한미약품은 매년 매출 대비 15~20% 수준인 1500억원 안팎을 R&D에 투자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81억원, 한미약품은 1881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매년 빠듯하게 투자를 집행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과연 한미약품이 다수의 신약 개발 과정을 완주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은 항상 따라붙었다. 신약 개발에 막대한 시간과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 기간은 보통 10~13년, 총 개발 비용은 1~2조원 정도다.

신약 개발은 리스크도 상당하다. 실패할 경우 한 푼도 건지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임상이 진행될수록 투입되는 금액이 커지는데, 임상 3상에서 엎어질 경우 글로벌 빅파마도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 대다수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권리를 이전하는 '라이선스 아웃'을 선택하는 이유다. 한미약품 역시 국내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다수 체결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금 부자' OCI는 한미약품의 든든한 뒷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OCI홀딩스의 현금성 자산은 1조705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만 9000억원을 넘을 만큼 자금력이 풍부하다. 뚝심있게 투자할 동력이 생긴 셈이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역시 통합 결정 직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한미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동반자와 함께 보다 크고 강한 경영 기반을 우선 마련해 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이같은 결단을 내렸다"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 최초로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허가, 상용화까지 한 기업이 독자적으로 진행한 SK바이오팜 역시 최태원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본래 한미약품이 업계에서 R&D 선두주자 역할을 해왔다. 투자 여력이 늘어난 만큼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왼쪽)과 그의 장남인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오른쪽). [사진=아이뉴스24 DB]

다만 통합 과정에서 그간 수면 아래에 있던 오너 일가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난 점은 불안 요소다. 통합 과정에서 배제된 고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코리그룹 회장)이 통합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임 사장은 모친인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 주도로 통합이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본인은 어떠한 고지나 정보를 전달받은 적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사회 결의 과정의 적법성을 따져본 뒤,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임 사장은 창업주 생전엔 유력 후계자로 꼽혔지만, 송영숙 회장 체제가 시작된 후 사실상 후계 구도에서 밀려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 사장이 경영권 분쟁에 나서려면 주요 주주인 차남 임종훈 사장과 2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임종훈 사장 역시 이번 통합 과정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지지만,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선대 회장의 오랜 고향 후배이자 '키맨'으로 꼽히는 신 회장 또한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임종윤 사장과) 만나 이번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며 "신 회장은 임성기 창업 회장의 오랜 고향 후배로, 그동안 한미 최고 경영진의 든든한 우호지분 보유자로서 역할을 해 왔다. 이번 통합에 대해서도 한미 최고 경영진과 같은 뜻으로 지지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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