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판다의 기적'과 '저출산 희망벨'[광화문]

최석환 정책사회부장 2024. 1. 16.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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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뉴스1) 김영운 기자 = 3일 오전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 방사장에서 쌍둥이 판다 루이바오와 후이바오가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쌍둥이 판다들은 오는 4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공동취재) 2024.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지난해 존재 자체만으로 위로가 된 '힐링의 아이콘'을 꼽는다면 자이언트 판다 가족을 빼놓을 수 없다. 에버랜드의 간판스타로 '용인 푸씨'와 '푸공주', '푸뚠뚠'과 같은 애칭이 늘 따라다니는 '푸바오'가 번식을 위해 만 4세가 되는 올해 7월 전까지 중국으로 가야한단 소식이 전해진 뒤 판다월드는 연일 몰려드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무엇보다 쌍둥이 동생 '루이바오'와 '후이바오'까지 탄생하는 경사가 겹치면서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행복을 느끼는 판다 열풍은 1년 내내 식지 않았다. 게다가 가임 기간이 짧아 임신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였던 판다의 출산은 전 세계에 1800마리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은 멸종취약종이란 사실이 재부각되면서 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실제로 판다의 가임기는 1년에 단 한 번, 봄철에 1~3일밖에 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자연 임신이 어렵고 다둥이 확률은 50% 이하로 알려져있다. 쌍둥이의 경우 야생에선 보통 둘중 한마리만 살아남는다. 에버랜드 사육사들이 러바오와 아이바오 부부의 호르몬 변화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며 짝짓기 성공 확률이 높은 시기를 찾아낸 노력이 빛을 발한 대목이다. 그렇게 푸바오가 국내 첫 자연분만으로 세상에 나온데 이어 쌍둥이 동생까지 태어난 것을 두고 '기적'이라고 흥분한 이유다. 이들 판다 가족의 이름 하나하나에 '보물'이란 의미의 '바오(寶)'를 붙여 함께 축하하고 기뻐한 것도 같은 맥락인 셈이다.

새끼들을 셋이나 두면서 다산이 상징이 된 러바오와 아이바오 부부와 달리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엔 원하는 반전이 일어나지 않았다. 정부의 인구정책을 뒷받침하는 수치들은 모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2년 0.78명으로 떨어지면서 전 세계 근심거리로 전락한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내년(2025년)에 0.65명으로 저점을 찍을 전망이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은 물론이고, 세계은행이 통계를 집계하고 있는 전세계 217개 국가 및 특별행정구·자치구 등을 통틀어서도 최저 수준이다.

(서울=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인 0.78명보다 0.06명 더 줄어든 수치다. 합계출산율이 처음 0.6명대로 내려오는 2024년(0.68명)보다도 0.03명 더 감소한 수준이다. 2026년에는 0.68명으로 다시 반등하며 2030년 0.82명, 2040년 1.05명, 2050년·2072년 각 1.08명 등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행정안전부가 지난 10일 내놓은 주민등록 인구통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말 기준 70대 이상 인구(631만9402명)가 사상 처음으로 20대(619만7486명)를 추월하고, 65세 이상 고령인구(973만411명)도 전년(926만7290명) 대비 5.0%(46만3121명) 늘어나면서 전체 인구의 19.0%에 달했다. 유엔(UN·국제연합)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본다. 가파르게 늙어가고 있지만 아이는 낳지 않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한국은행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효과적 대응없이 이대로 방치할 경우 2050년대 0% 이하 성장세를 보일 확률이 68%나 될 것으로 경고했다.

이를 바라보는 국내·외 시선들엔 인구소멸을 염두에 둔 우려와 걱정들이 가득하다. 대표적으로 "대한민국은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놀란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의 반응에 이어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란 뉴욕타임스의 분석은 뼈아프다. 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지금까지와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윤석열 대통령), "인구대책, 헌법에 넣자"(김진표 국회의장), "모든 걸 바꾸겠단 각오로 개편하겠다"(오세훈 서울시장) 등 새해 들어 쏟아낸 정치 지도자들의 약속이 그래서 중요하다.

특히 머니투데이가 '아이를 낳는 일이 축복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추진 중인 저출산 희망벨 '띵동(Think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한 신년대담에서 사회·인구정책 수장(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정책효과를 근거로 확신한 '출산율의 드라마틱한 반등'이 수치로 입증되길 기대해본다.


최석환 정책사회부장 neokis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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