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100억 기업 유치보다 신생아 한 명이 지역에 더 희망적”

오주비 기자 2024. 1. 16. 03: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출생아 수 유일하게 반등
충청북도 김영환 도지사
지난 10일 오후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충북도청 집무실에서 지난해 17개 시도 중 충북이 유일하게 출생아 수가 증가한 그래프를 보여주고 있다. 김 지사는 ‘출산육아수당 1000만원’ 등 정책을 소개하며 “앞으로 출생아 수 10% 증가가 목표”라고 밝혔다. /신현종 기자

현금 지원이 초저출산 극복 대책으로 효과가 있느냐를 놓고 이견이 있다. 일부 전문가는 “돈을 준다고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지는 않는다. 그동안 수십조~수백조원을 썼지만 출생률은 계속 추락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러나 저출산 대책으로 우리나라의 현금 지출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인 만큼 현금 수당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김영환(69) 충북도지사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현금 지원의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출생신고 건수가 증가한 곳이 충북이고, 그 배경에 현금 지원 정책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출산육아수당 1000만원 도입이 인구 반등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했다. 충북은 작년부터 지역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5년간 현금 1000만원을 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김 지사의 도지사 후보 공약이었다. 작년 11월 기준 195억원을 들여 6507명에게 수당을 줬다. 그랬더니 출생 건수가 전년 대비 1.5%(117건) 증가했다. 충북은 4년간 894억원을 쓸 계획이다.

출산 가정 99.6%가 양육비 신청

-출산육아수당 1000만원을 받는다고 아기를 낳았을까.

“작년 5월 시작했는데 한 달도 안 지나 전체 출산 가정의 99.6%가 신청했다고 한다. 이 정도 관심이면 출생아 반등에 역할을 한 것 아니냐. 젊은 공무원 중에도 맞벌이를 하지만 급여만으로는 아이 키우기 힘들어서 출산을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 양육비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작년에 도민 상대로 ‘저출생 극복 인식 조사’를 했더니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로 ‘양육비’가 2위였다. 현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둘째로 높았다. ‘돌봄 지원’이 1위인데 이는 중앙정부를 포함해 온 나라가같이해야 하는 일이다. 애초 현금 지원을 추진하자 일선 시장과 군수들이 예산 문제를 거론하며 반대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저출생만큼 심각한 문제가 어디 있나. 현금을 써야 한다.”

-왜 현금 지원인가.

“요즘 신혼 부부는 주택 마련 등 경제적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임신과 출산은 추가 부담을 가져오기 때문에 망설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기존 현금 지원에 더해 출산육아수당을 지급하면 출생 초기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을 더 줄일 수 있다. 선진국을 봐도 현금 지원 안 하는 곳이 없다. 독일은 18살까지 한 달에 30만원쯤 아동 수당을 준다고 한다. 프랑스의 경우 두 자녀 가정엔 한 달에 약 17만원, 세 자녀 가정에는 한 달에 40만원의 가족 수당을 20살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안다. 일본도 중학생까지 지급하던 수당을 고등학생까지 확대하는 대책을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현금을 더 주는 지자체도 있는데 충북이 효과를 본 이유는.

“현금 지원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 충북은 도지사 선거 운동 때부터 (출산육아수당이) 대표 공약이었다. 수당 지급을 앞두고 도청과 시군 등에서 충북 곳곳에 현수막 1000여 개를 내걸었다. 인터뷰할 때마다 ‘수당 1000만원 지급’을 알렸다. 도청 소셜미디어 등에서도 계속 홍보했다. 다른 지역보다 홍보가 잘됐던 것 같다.”

-현금 지원 신설을 결정한 이유는.

“아기를 낳아 기르는 일이 가장 생산적이기 때문이다. 충북에 100억원짜리 경제 효과를 가져오는 기업 하나를 유치하는 것보다 아이가 한 명 태어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 공장 유치와 외국인 인력 도입에는 수십억~수백억원씩 쓰면서 왜 저출생에는 현금을 안 쓰려고 하나. 2022년 기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0.78명이고, 충북은 조금 나은 0.87명이지만 이대로 가면 미래가 없다.”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지난 10일 오후 충북도청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신현종 기자

-아이 낳는 게 더 생산적이다?

“아이는 태어나면 생산적인 일들을 많이 만들어 낸다. 기저귀도 소비하고 우유도 먹어야 한다. 유치원 갈 나이가 되면 유치원 선생님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초등학교에 가면 교대 졸업생 일자리도 생긴다. 아이를 낳으면 사회 모든 영역에서 성장 동력이 생기는 것이다. 이민과 다문화로 인구를 늘리는 방법도 거론되지만, 우리 국민이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어야 한다.”

내년부터는 반값 아파트도 공급

-충북이 시행하는 다른 저출생 정책은.

“작년 말 전국 최초로 ‘임산부 예우 조례’를 제정했다. 임산부를 국가유공자급으로 예우하고 지원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임산부와 아이들은 충북도가 관리하는 청남대 같은 관광지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또 도청에 있는 ‘임산부 우선 창구’를 다른 관공서 등으로 더욱 확대하려고 한다. 특히 올해는 도민들에게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는 정책을 준비 중이다. 주택 문제가 저출생의 주요 원인이다. 비싼 집값 때문에 결혼도, 출산도 못 하는 경우를 줄여야 한다. 일단 도가 보유한 유휴 부지에 아파트를 지어 30~40%라도 싸게 공급하려 한다. 변두리에 지으면 살려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충북 소유인) 노른자위 땅에 먼저 ‘반값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초에 청주에 25평형 이상 아파트 250채를 1차로 먼저 분양해 도민들 반응을 살펴보려고 한다.”

-저출생 정책 외에 출생아 반등 요인은.

“충북에 40조원에 가까운 투자 유치를 하면서 일자리가 늘었다. 그러자 25~31세 여성들이 증가했고, 2017년 이후 감소하던 혼인 건수도 2022년 반등해 결혼 증가율도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이런 배경에서 전에 없던 출산육아수당 1000만원을 준다고 하니까 출산을 주저하던 사람들도 마음을 바꾼 것 아닌가 싶다.”

그래픽=김하경

-저출생의 가장 큰 원인은.

“출산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성은 출산 후 경력 단절 등으로 자기 삶을 실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업무 수행 능력이 같으면 아이가 없거나 한 명인 직원보다 아이를 둘, 셋 낳은 사람에게 승진 기회를 먼저 줄 필요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공(功)을 사회가 평가해야 한다.”

-아이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행복이란.

“돈을 많이 벌고, 직장에서 승진하는 건 일시적인 즐거움이다. 반면 아이가 옹알이할 때, 아장아장 걸을 때, 커서 학교에 갈 때마다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주변에 혼자 사는 사람들을 보면 해외여행에 크루즈 여행도 즐기는데 나보다 병원을 더 자주 다니고 머리카락은 더 빨리 빠지더라. 나는 자녀가 셋인데 없었다면 지금보다 10년은 더 늙어 보였을 것이다. 아이와 나누는 사랑과 행복이 사람을 더 건강하게 만든다.”

-저출생 관련 목표는.

“작년 1.5%였던 출생신고 건수 증가율을 10%까지 올리는 게 목표다. 어디를 가도 아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충북이 됐으면 한다.”

☞김영환 충북도지사

충북 괴산군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청주시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연세대 치과대를 졸업했고 15·16·18·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에서 과학기술부 장관을 했으며 2022년 충북도지사에 당선됐다. 10권의 시집을 포함해 19권의 책을 썼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