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與 능가하는 국회의원 특권 포기 선언하길

조선일보 2024. 1. 16. 03: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민주당에 국회의원이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세비 반납과 불체포특권 포기를 제안했다. 이에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 답을 요청하려면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자유로운지부터 얘기하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실이 잘못했다’라고 얘기하면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세비 반납과 불체포특권 포기는 의원들이 결심하면 된다. 아무 관련 없는 특검을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특권 포기에 나설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한 위원장의 제안은 새로운 것도, 무리한 것도 아니다. 세비를 무조건 깎자는 것도 아니다. 범죄를 저질러 유죄가 확정되고 그 때문에 수감 생활을 하느라 의정 활동을 못 했다면 보수를 받지 않는 게 당연하다. 민주당이 미적대는 것은 7개 사건에 10개 혐의로 재판받는 이재명 대표와 ‘돈 봉투’ 의원 등 재판을 받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유죄판결을 받으면 당장 이 합의가 적용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이를 약속하면 국민이 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사실 세비 반납과 특권 포기는 민주당이 먼저 제안했어야 한다. 민주당은 2020년 총선 때 이미 국회에 10% 이상 불출석한 의원의 세비 삭감을 공약했다. 의원들이 관련 법안도 냈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제안한 것도 민주당 혁신위가 먼저였다. 그런데 이런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

다른 문제도 마찬가지다. 총선을 80여 일 앞두고 가장 시급한 것은 선거제 개편이다. 4년 전 민주당이 강제로 바꾼 선거제는 이미 국민으로부터 사망 선고를 받았다. 민주당도 이를 인정했다. 그런데 막상 다시 선거 때가 되자 민주당은 미적거리며 입장 정리를 하지 않고 있다. 연동형 반, 병립형 반으로 하면 어떠냐는 말까지 한다. 이러다 한국 선거제도가 무슨 난수표처럼 될 지경이다. 그 사이에 각종 군소 정당들이 민주당을 이용해 비례 의석을 얻으려고 혈안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들을 막지 않고 있다가 경우에 따라 위성 정당으로 활용할 생각인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그동안 유권자들에게 좋은 약속을 많이 했다. 그러다 막상 이 약속을 지켜야 할 때가 되면 말을 뒤집었다. 이런 민주당의 행태는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신임을 얻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의원 특권 축소와 선거제도 정상화 약속은 좋은 신호가 될 것이다. 물론 이번만큼은 반드시 지킨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