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먼지 속 SUV… 54도 사막서 12가지 극한 시험 뚫는다

캘리포니아 시티(미국)/정한국 기자 2024. 1. 16.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기아의 비밀 병기
美 모하비 주행 시험장 르포
미국 캘리포니아 시티 모하비 사막에 있는 현대차·기아 주행 시험장에서 비포장도로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국 서부 도시 LA에서 차로 약 2시간 떨어진 캘리포니아 시티에 있는 현대차·기아 주행 시험장. 모하비 사막 한복판에 자리 잡아 ‘모하비 주행 시험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여의도(290만㎡) 6배에 달하는 1770만㎡(약 535만평) 규모는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지평선이 끝없이 이어졌고 사막엔 검은 위장막을 씌운 출시 전 차량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테스트 주행하는 모습이 간간이 보였다. 이곳의 테스트용 도로 길이만 61km에 달한다.

현대차·기아는 작년 미국에서 165만대를 판매해, 미국 진출 이후 사상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미국 ‘빅3’ 중 하나인 스텔란티스를 제치고 판매 순위 3위가 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고성장할 수 있었던 건 이곳(모하비 주행 시험장)에서 철저한 성능 시험을 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내놓는 모든 제품은 이곳을 반드시 거친다는 것이다.

◇힘센 SUV 만드는 비결

모하비 주행 시험장은 해발고도가 강원도 대관령 언저리와 비슷한 약 800m에 달한다. 여름에는 평균기온이 섭씨 39도이고 지면 온도는 54도 안팎까지 올라간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 연 300대 안팎의 차량이 고속 주행, 오르막길이나 오프로드(비포장된 험로) 주행, 차량 하부 충격 테스트 등 12가지 혹독한 테스트를 받는다. 미국에서 출시하는 차들은 모하비 시험장에서 받는 테스트를 포함해 미국 각지를 돌며 1대당 평균 12만5000마일(약 20만km) 시험 주행을 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몇 년 사이 오프로드 테스트용 도로 비율을 전체의 절반(약 28km)으로 늘리는 등 오프로드 테스트에 특히 비중을 두고 있다고 했다. 어떤 환경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차를 만들기 위해서다. 2005년 당시만 해도 오프로드 테스트 차로는 1개뿐이었지만 지금은 종류가 7개까지 늘었다. 앞으로 시험 차로를 더 늘리기 위한 공사도 진행 중이다.

미국은 땅덩이가 넓어서 운전자가 일상에서 오프로드를 마주칠 기회가 많고, 야외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보니 SUV·트럭이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에서만 판매하는 기아의 SUV 텔루라이드로 오프로드 시험장 일부를 달려봤다. 경사가 진 U자형 코너, 크고 작은 모래나 자갈길, 성인 무릎 깊이 정도 되는 구덩이가 팬 길 등이 연이어 나왔다. 구덩이가 몰린 길을 시속 20km 아래로 지나가 보니, 울퉁불퉁한 돌이 가득한 험한 산길을 달리는 느낌이었다. 바퀴 한쪽이 계속 빠지며 차체가 한쪽으로 쏠렸지만 차가 멈추지 않고 금방 빠져나왔다.

U자형으로 급격히 꺾이는 말발굽로 코스에서 구동력과 조종 안정성 등을 시험하는 장면. /현대차그룹

◇전기차 테스트 중요성도 커져

최근에는 전기차 테스트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배터리가 들어가 전기차는 같은 급의 내연기관 차량보다 300~400kg 안팎 무거워, 내연차보다 더욱 까다롭게 시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배터리가 차량 바닥에 배치되기 때문에 오프로드 등에서 뾰족한 돌 등에 바닥이 상해 배터리에 지장이 가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여름의 모하비 사막 같은 환경에서 전기차 배터리와 모터에서 발생하는 열이 제대로 관리되는지도 핵심이다. 현대차·기아는 특히 전기차는 45도 이상의 기온과 1㎡당 1000W 이상의 일사량을 보이는 혹독한 날만 골라 고속 충전과 주행을 수없이 반복하는 테스트를 한다.

현대차·기아는 이 시험장을 만들기 위해 2005년 당시 약 6000만달러(약 793억원)를 투자했다. 그런데 이 중 330만달러(약 44억원)를 당시 이곳에 살던 멸종 위기 동물인 사막거북 27마리 이사 비용으로 썼다. 별도의 땅을 사서 울타리를 쳐 외부의 침입을 막고, 3년 동안 거북이들이 적응할 수 있게 돌보는 데 수십억 원을 썼다고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