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먼저” “앱 다운 받아라” 이런 전화 오면 끊으세요
중소기업에 다니는 정모(26)씨는 최근 1000만원이 넘는 돈을 보이스피싱(전화 금융 사기)당했다. 정씨는 연 6%대 금리로 신용 대출을 받고 있었는데, 최근 지인에게 기존 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 대출 서비스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마침 은행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이 정씨에게 전화를 걸어 “금리가 더 싼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지 않겠냐”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보이스피싱범이 알려준 계좌 번호로 기존 대출금을 입금했고, 보이스피싱범은 이후 잠적했다.
최근 고금리 시대에 대출 이자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서민들을 노린 범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말 정부 주도로 ‘온라인 원스톱 대환 대출 플랫폼’이 출시된 이후 관련 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 플랫폼은 모바일 앱에서 클릭 몇 번으로 대출 조건이 더 나은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해엔 신용 대출만 대상으로 시행하다가, 올 들어 지난 9일부터 아파트 주택 담보대출로 확대됐고 31일 전세 대출로도 확장될 예정이다.
◇보이스피싱 중 대환 대출 사칭 비율, 1년 새 2.7배로
대환 대출에 관심이 커지면서, 1년 새 대환 대출 관련 보이스피싱 피해도 급격히 늘어났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 신청 중 대환 대출 사칭 피해 건수 비율(계좌 이체형 기준)은 2022년 4.7%에서 2023년 12.5%로 증가했다. 1년 새 약 2.7배로 늘어난 것이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대환 대출 사칭 보이스피싱범은 “기존 대출금을 상환해 신용도가 올라가면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은행 직원이나 금융감독원 직원을 직접 보낼 테니 대출금을 먼저 현금으로 갚으라”는 식으로 회유하는 경우가 많다. 또 “앱을 내려받아서 대출 신청서를 작성하라”는 식으로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고 이후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빼 가는 경우도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금감원은 ‘정부 지원’ ‘서민 금융’ 등 정책금융을 사칭한 불법 광고가 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온라인 원스톱 대환 대출 인프라가 지난해 5월 말 출시된 후 인기를 얻고 관심을 모으면서, ‘근로자 대환 대출’ ‘채무 통합 지원’ 등 문구와 함께 서민 금융 지원 기관을 사칭하는 불법 광고가 성행한다는 것이었다.
◇“금융회사는 전화 걸어 대환 대출 권유 안 해”
‘온라인·원스톱 대환 대출 인프라’는 국민의 대출 이자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로 출시됐다. 이 인프라가 개시된 지 7개월 만에 이용자는 10만명이 넘었다.
대환 대출 인프라 인기 배경은 고금리다. 2022년부터 미국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우리나라 국민도 금리 부담이 치솟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예금은행의 신용 대출 금리는 신규 기준으로 연 6.85%로 집계됐다. 이에 싼 금리로 갈아타려는 수요는 늘고 있다.
하지만 역으로 이런 점을 이용한 범죄가 이어지는 만큼 금융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 정부가 이 인프라 적용 범위를 아파트 주택 담보대출과 전세 대출로 확대하고 있어 관련 범죄가 크게 늘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 소비자들은 이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우선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기관은 어떤 경우에도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금융 거래 정보를 요구하지도 않고, 대환 대출을 권유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금융회사를 사칭한다고 의심되는 문자나 전화가 올 경우,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있는 전화번호 진위 확인 서비스에서 번호를 조회해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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