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낮췄다고 담합’ 공정위의 은행 조사… 곁다리로 빠졌네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KB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정보 교환 담합’이 있었다는 의견을 담아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보냈습니다. 은행은 아파트·토지·공장 등 부동산과 250개 시·군·구별로 담보인정비율(LTV)을 다르게 매기는데, 이 내용을 서로 공유했다는 겁니다. LTV는 은행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 대출 가능한 한도를 나타내는 비율을 말합니다.
공정위는 은행들의 정보 교환으로 경쟁이 제한됐다는 입장입니다.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LTV에 따라 얼마까지 대출이 나오는지를 따져서 더 많이 빌려줄 수 있는 LTV가 높은 곳으로 가기 마련인데, 담합으로 금융 소비자가 낮은 LTV를 적용받아 불이익을 보게 됐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은행 업계에선 “LTV를 낮게 유지한 게 나쁘냐”며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LTV가 낮으면, 대출금이 줄고 이자도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은행은 돈을 빌려주고 그만큼 이자를 받아 돈을 버는 구조인데, 담합을 통해 LTV를 하향 평준화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특히 건전성과 안정성이 중요한 은행들은 마구잡이로 대출을 내주지 않고 LTV를 적정선 내에서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다른 은행과 정보를 공유했을 뿐이라는 겁니다. LTV가 비슷하다고 은행 간 경쟁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TV 외에도 신용대출을 추가로 얹는 등 각 은행의 ‘고유한 레시피’가 있다”며 “대출 갈아타기가 왜 있겠냐”고 했습니다.
일각에선 대출 금리 담합 조사로 시작했던 공정위 조사가 곁다리로 새면서 애매해졌다는 말도 나옵니다. 작년 2월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사의 과도한 지대 추구를 막을 방안을 강구하라”고 말하자 공정위는 은행 담합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보면 이 말을 ‘이자 장사’를 덜 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해석한 은행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LTV를 낮춰 이자를 덜 받으려다 공정위에 담합으로 걸린 꼴이 됐습니다. 담합을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공정위 스텝이 취약층 금리 부담을 낮추자는 정부 방침과 엇박자를 내면서 꼬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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