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제3지대가 성공을 말하기전에

원선우 기자 2024. 1. 1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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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가운데)와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왼쪽), 비명(비이재명계)계 탈당 그룹인 '원칙과 상식'의 김종민 의원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카페에서 티타임 회동을 하며 밝게 웃고 있다./연합뉴스

제3지대 신당 사람들은 “설 연휴 전엔 기호 3번으로 대통합할 것”이라고 말한다. 4·10 총선 두 달 전 명절 밥상 주제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후 사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새로운미래(이낙연), 미래대연합(민주당 탈당파), 새로운선택(금태섭·류호정), 한국의희망(양향자), 개혁신당(이준석) 5개 세력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이낙연 전 대표 측과 민주당 탈당파는 창당도 안 한 신당의 당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다. 야권 계열 세력이 설 연휴까지 극적으로 합친다 해도 이준석 신당과의 통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여권 성향 지지자들은 “우리가 왜 민주당 탈당파들과 함께해야 하느냐”고 반발한다. 대북·안보 분야 노선 차이도 극명하다.

“기득권 양당 정치 타파” “승자 독식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혐오와 적대의 정치 이젠 끝내자”. 지난 14일 미래대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 쏟아진 구호들이다. 말만 들으면 유럽식 다당제의 장밋빛 꿈이 당장 실현될 기세지만 한국의 유권자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5개 신당 대표가 모두 모였다는 인터넷 속보엔 이런 댓글이 달렸다. “저렇게 나가서 양당 체제에 신물 느낀 유권자들이 귀한 표 던져줘서 배지 달고 나면 지들끼리 성향이 맞네 안 맞네 내부에서 싸우다가 결국엔 다시 국민의힘·민주당에 복귀하고 당 해체할 거면서... 한두 번 속냐??” “양당에서 꿀을 빨 만큼 빤 너희를 왜 뽑아줘야 하지?”라는 반응도 있었다.

2015~2016년 국민의당 창당 과정에서 신당 사람들은 지금과 똑같은 얘길 했다. 당시 창당대회에서 손잡고 웃으며 찍은 당 주역들의 사진은 그런 구호가 얼마나 허망했는지 말해준다. 대부분 양당으로 돌아가거나 당을 바꿔 정권의 요직을 맡거나 또 배지를 달았다. 우리 국민의 기억력이 단기적·세부적으로는 어두울 수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 말을 외치던 정치인들이 어떤 길을 걸어 어디에 도착했는지 잊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2020년 국민의당 후신 바른미래당이 흔적도 거의 없이 사라질 때 적잖은 보좌진·당직자가 여의도를 떠났다. 그들은 “다당제를 정말 믿었는데 현역들에겐 그저 배지 한 번 더 달겠다는 수단에 불과했다. 우린 노예였다”고 말했다.

정당 대표가 대낮에 흉기 습격을 당하고 국회의사당 난동이 일상화한 세상. 양극 구도에 혐오와 환멸을 느끼는 유권자의 존재는 상수(常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이 30~40%에 이른다. 그러나 양당의 온실에서 누릴 건 다 누리다가 당을 뛰쳐나와 별안간 다당제 전도사가 된 일부 기득권 정치인들에 대한 역겨움도 그에 못지않다. 국민은 ‘너희도 이 난장판을 함께 만들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제3지대 신당이 성공하려면, 자신들이 과거 양당 체제에서 얼마나 달콤한 열매를 맛봤는지, 그 탐욕에 취해 어떤 언행(言行)으로 이 적대 구도를 공고히 했는지, 그것부터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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